시간은 부족한데 부담해야 할 등록금에 생활비, 학원비가 눈앞에 있다. 하루에 3시간 남짓 하는 아르바이트로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다. 고심하던 끝에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검색했더니 나오는 건 생동성 아르바이트, 택배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재택 아르바이트….

시간을 아끼며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넘쳐난다. 전통의 ‘꿀 알바’ 과외보다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투입해야 할 시간도 짧다. 세상에 이런 알바가!
[이슈 체크] ‘단기간 고수익’의 유혹, 위험한 알바
죽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던 한재석(가명·28) 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4학년이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러자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쩔쩔매는 신세가 되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한 씨에게 학과 선배는 2박 3일만 병원에 누워 있으면 60만 원가량을 벌 수 있다는 생동성 시험(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다. 주말을 반납하고 했던 생동성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침대에 누워 주는 약을 먹고 가만히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할 수 있었다. 큰돈을 벌면서, 하고 싶은 일까지 할 수 있었으니 시간과 돈, 둘 다 버는 셈이었다.
[이슈 체크] ‘단기간 고수익’의 유혹, 위험한 알바
생동성 시험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실시한 뒤 일정 기준에 맞는 신청자에게 입원 날짜를 통보하고, 입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상자들은 각자 배정받은 침대에서 지내며 ‘채혈’을 해야 하는데, 한 씨의 경우 아침에 약을 먹은 뒤 정확히 15분 간격으로 채혈을 했다.

생동성 아르바이트는 어려움 없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경험자에게는 그야말로 ‘꿀 알바’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생동성 아르바이트와 임상 시험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사이트에 모집 공고가 뜨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감이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생동성 시험은 시판 중인 약품과 같은 성분의 약품을 복제하여 판매하기 전 거치는 것으로, 기존의 약품과 현재 만든 약품이 체내흡수율 등 약품의 효율성이 있는지 보는 일종의 테스트다. 정당한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것이고, 전문 의료진의 통제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멀쩡한 몸에 필요하지 않은 약품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동성 시험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사기로 빨간 줄이!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설명, 지나치게 높은 임금 등에 대해 의심하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에 해당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아르바이트가 불법 행위인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경제 개념이 뚜렷하지 않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아르바이트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인영(가명·22) 씨는 지난해 7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공고를 확인하던 중 하루에 1~4시간 컴퓨터 자료를 입력하면 매월 180만 원을 지급한다는 재택 아르바이트에 눈이 갔다.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도 참여할 수 있고, 직장인이나 대학생도 가능한 아르바이트였다. 공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사기가 아닌지 확인하기를 몇 차례, 통화를 통해 아르바이트에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해당 업체는 아르바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이 씨에게 개인 이력 작성에 필요하다며 새로 개설한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확인 후 그 다음 날 할 일을 배당해주겠다고 했다.
[이슈 체크] ‘단기간 고수익’의 유혹, 위험한 알바
“새로 개설한 통장이어서 안심하고 전해줬어요. 그런데 혹시나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식으로 가져간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고, 그 대여비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고 지원한 아르바이트였고,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통장과 체크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 매매하는 것은 금융거래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다. 즉, 이 씨도 사기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몸도 마음도 버리고…
믿을 것은 청춘의 체력 하나. 많은 대학생이 ‘몸 한 번 쓰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택한다. 그러나 이는 체력 하나만 믿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워낙 업무 강도가 세다 보니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택배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김진원(27) 씨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택배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택배 물류 터미널의 노동자는 기계와 같이 움직여야 해요.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허리 펼 여유도 없어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신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욕을 하더라고요. 물량이 많으니 일 속도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겠죠. 인격적 대우나 인간관계를 기대하기 힘든 알바였어요.”

김 씨에 따르면 임금도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하차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일임에도 공고에서 말했던 ‘최고 9만 원’ ‘최고 일당 10만 원’이 지켜지지 않는 것.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6~7만 원의 일당만 받고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 씨 외에도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공사장 아르바이트는 ‘날아다닐 정도’라고 말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아르바이트라는 것. 일당을 바로 준다는 말에 현혹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대학생이 적지 않다.


이런 게 위험한 알바!
① 알바 전 선입금 요구!
돈 벌기 위해 돈을 낸다? 말도 안 돼! 회원가입비, 소개비 선입금을 요구하는 아르바이트.


② 고소득, 쉽게 돈 벌기? 구직자 현혹하는 공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아무 이유 없이 돈을 많이 준다는 공고, 하는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공고는 조심 또 조심!


③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업무에 대한 설명 없이 ‘일단 연락 주세요’ ‘누구나 가능합니다’라고 되어 있다면 주의.


④ 기업 정보가 수상하다!
기업명, 연락처, 이메일, 주소 등 기업의 중요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일단 조심할 것.


⑤ 근무지를 파악하기 힘들다면
기입된 근무지를 찾아보니 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거나, 면접을 본다며 건물이 아닌 야외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의심해볼 것. 여성의 경우 밤을 조심해야 한다.


⑥ 내 이름으로 휴대폰을 개통한다니!
가입자 수를 늘려 이득을 취하는 곳일 확률 99.9%. 정상적인 아르바이트 자리가 아닐 확률도 99.9%!

(자료제공 : 알바몬)



위험한 알바일수록 꼭 챙겨라

● 근로계약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휴가, 노동시간, 임금 등 주요 노동조건을 문서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사업자는 이를 반드시 노동자에게 배부해야 할 의무(근로기준법 제17조)가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벌금(근로기준법 제114조)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 야간수당
법에서는 기준 노동시간이라 해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기준 노동시간을 넘는 과도한 노동과 밤 10시~오전 6시 사이의 노동, 휴일 노동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고 개인 생활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최소한의 가산임금 지급률(통상 임금의 50% 이상)을 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산재보험
일을 하는 준비, 진행, 정리 과정에서 다치거나 병에 걸렸다면 노동자의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법률상 산재보험을 청구할 권리는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에게 있으니 주어진 산재보험 청구권을 직접 행사하면 된다.

(자료제공 : 알바연대)


글 김은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