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문인, 양사언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고 읊었다.
무척 호기롭게 들리지만 맞는 말이다. 산은 모두 하늘 아래 있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 그러나 그가 학교에 매일 ‘등산’해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날마다 90도에 가까운 경사를 오르내리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니까.
산란기의 물고기처럼 알이 꽉 찬 종아리를 만들어 줄, 산속의 학교 6곳을 소개한다.



경기대 수원캠퍼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종합난이도 ★★★★

경기대 수원 캠퍼스는 광교산 자락에 위치한 학교다. 정문은 광교산 등산로와도 연결되어 있어 진정 산과 하나 된 학교라 할 수 있다. 경기대에서 입시 시험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그 언덕에 대해 무용담을 늘어놓을 정도. 캠퍼스가 크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경기대는 봄에 가장 아름다운 학교 중 하나. 곳곳에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만발해 시험기간인 재학생들을 설레게 만든다고.



서경대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종합난이도 ★★★

정릉에 위치한 봉국사에선 언덕 위로 솟은 서경대를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어느 첩첩산중에 홀로 자리 잡은 고성 같은 자태랄까. 북악산 산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언덕 위에 있어 만만치 않은 등굣길을 자랑한다. 걸어서 등교하는 것보다 정문을 거쳐 캠퍼스 안까지 버스를 타는 걸 추천한다. 평지인 숭덕초등학교부터 서경대 정문까지 올라가는 건 여느 등산길 못지않으니까. 정문부터 아찔한 비탈길이 다시 이어지지만 다행히도 버스는 캠퍼스 안까지 들어간다.



국민대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 종합난이도 ★★★★

평창동에서 산을 관통하는 북악 터널을 지나면 국민대가 나온다. 가을이면 수려한 단풍이, 겨울이면 새하얀 눈꽃이 학생들을 맞이한다. 국민대의 전경은 이토록 아름답지만 고도는 서울 내 대학교 중 최상위에 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정문부터 경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위해선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아침 9시 즈음엔 학생들이 지각을 면하기 위해 단체로 경사를 뛰어 올라가는 괴력을 발휘한다. 오르막길이 싫다면 정문 옆 종합 복지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 종합난이도 ★★★★

봉화산과 호암산, 고락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정문과 후문이 모두 평지에 있지만 수업을 듣는 건물들은 모두 언덕 위에 있다는 게 함정이다. 특히 기숙사로 갈 수 있는 계단은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 요망. 아담한 캠퍼스 크기 덕분인지 작은 고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푸른 언덕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피는 꽃과 나무들을 감상하다 보면 등굣길이 힘들진 않을 듯.



청주대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종합난이도 ★★★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청주대는 우암산과 하나라고 보는 게 좋다. 후문은 우암산 등산로와 연결되어 있고 캠퍼스를 따라 산을 둘러 도로가 조성되었기 때문. 따라서 등산철이 되면 아름다운 캠퍼스를 구경하는 등산객도 많아진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정문이다. 정문에서 올라가는 길을 보자면 아찔한 경사 덕분에 어지러울 지경이니까. 학교 내부로 들어가는 버스는 없고 교내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니 방문할 사람들은 참고할 것.



동의대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Campus Issue] 등산인가 등교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경사도 ★★★★ / 해발고도 ★★★★
종합난이도 ★★★★★

‘부산 3대 바보’라는 말이 있다. ‘동의대를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사람’이 그 중 하나. 그만큼 동의대 가야캠퍼스는 깎아지는 듯한 경사도로 유명하다. 무턱대고 동의대역에서 내려 걸어갈 생각을 한다면 험난한 비탈길로 인해 수업 시작하기 전에 이미 몸이 지칠 거다. 따라서 동의대 학생들은 도보 여부에 따라 신입생과 재학생을 구분한다고. 반면 부산에 눈 오는 날이 며칠 되지 않지만 캠퍼스에 눈이 내리면 절경을 볼 수 있다. 밤엔 부산의 멋진 야경을 한적한 캠퍼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글 이동찬 기자|사진 김영일(경기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 2)·박용성(청주대 신문방송 4)
엄진희(동의대 문헌정보 3) 대학생 기자·서경대학교·국민대학교·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