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보람 “더 쫄깃해”

서포터즈, 마케터, 홍보대사, 해외봉사 등. 종류는 많지만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수많은 대외활동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업이나 단체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대외활동 말고, 내 입맛에 맞는 활동을 직접 해볼 순 없을까. 기획부터 실행까지 제 손으로 직접 해 나가는 자발적 청년들을 찾아 나섰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빌리지 디자인 스쿨
인천 청년들, 따뜻한 ‘정류소’를 만들다


인천에는 대기업이 없다. 실업문제를 고민하던 청년들은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012년 말, ‘지역과 청년’을 주제로 공부하는 모임을 다섯 차례 열면서 해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기획사업 일환으로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받아 ‘빌리지 디자인 스쿨’(이하 빌디스)을 시작했다. 인천 청년들의 네트워킹 모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빌디스에서 활동하는 박소현 씨를 만나보았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mini interview
Q. 빌디스는 어떤 곳인가?
인천을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빌디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큰 거점인 ‘청년플러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청년플러스는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문화, 예술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모이는 거점공간으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플랫폼(Platform)이다. 그 안에서 생겨난 것이 빌디스라고 할 수 있다.


Q.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크게 세 가지 활동을 한다. 우선 겨울 학기와 봄 학기로 나누어 공부하고 체험 학습을 한다. 지난해 겨울 학기에는 ‘지역과 청년’에 대한 주제로 5차례의 강연과 전주 한옥마을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 초 봄 학기에는 ‘봄소풍’이라는 테마로 지역에서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청년들과 함께 곳곳을 탐방했다. 문래 예술 창작촌, 통인시장, 인천 만석동, 청년플러스 등에서 공공미술(벽화)과 도시락카페, 기찻길 옆 공부방 등 청년이 지역에서 부대끼며 사는 법에 대해 배웠다.

두 번째 활동은 7월 초부터 시작한 ‘인천동네 여름방학 탐구생활’이다. 탐구생활이라는 이름을 내건 이유는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조사하듯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알아보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16세부터 39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인이나 팀으로 꾸려서 미술, 노래, 마술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동을 펼친다. 현재 청소년, 청년으로 나누어 9개 팀이 활동 중이다.

세 번째 활동은 ‘목요식당’이다. 말 그대로 목요일에 여는 식당인데, 인스턴트나 화학조미료를 지양한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Q. 빌디스와 같은 활동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재미있게 활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바쁜 생활을 살아가느라 이웃과 친해지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동네 친구도 만들고, 동네에서 노는 법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파트에 노인정이 있듯 빌디스는 ‘청년정’ 또는 ‘청년 카페’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활동이 지역에서 어떻게 펼쳐질 수 있나 탐구하는 공간 말이다. 더 나아가, 직접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면 금상첨화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데 거쳐 가기도 하고, 어디를 갈지 모를 때 들러서 물어볼 수도 있는 ‘버스정류장’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Coulmbuser 콜럼버서
부산 청년들, 직접 대외활동을 개척하다


콜럼버스의 개척정신을 이어받고 싶다는 의미에서 Coulmbus, 여기에 사람을 가리키는 어미(-er)를 붙여 만든 콜럼버서. ‘대외활동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부경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이들은 각각 ‘뜬구름연구소’, ‘핸즈미(Hands me)’, ‘컴퍼스(COMPASS)’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 뜬구름연구소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나는 분명 꿈을 좇아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뜬구름을 잡는다’고 할까. 정말 허황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실제로 뜬구름을 한번 잡아 보면 어떨까. 이렇게 시작된 뜬구름연구소는 자신의 뜬구름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작년부터 3번에 걸쳐 강연을 통한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 핸즈미(Hands me)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아름다운 가게’의 공정무역 초콜릿을 알리고 판매를 대행, 수익금 모두를 아름다운 가게에 돌려주는 일을 한다. 공정무역 초콜릿(카카오 생산지역의 노동자에게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원료를 수입해 만든 초콜릿)을 통해 생산지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제값을 받고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취지다. 올해로 3년째 활동 중이며 매년 초콜릿 판매 행사를 열고 있다. 초콜릿을 사는 이들에겐 각자 번호와 함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메모지를 준다. 메모지가 모이면 뒤에 초콜릿을 사러 오는 이성에게 뽑기 권한을 준다. 먼저 초콜릿을 사 간 사람의 연락처와 메시지를 받게 되니 ‘초콜릿과 로맨스의 만남’인 셈.


● 컴퍼스(COMPASS)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끼리 하고 싶은대로!
‘컴퍼스’는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젊은 외국인들을 위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 부산광역시에서 만든 외국인용 지도가 있긴 하지만 단 한 종류뿐인 데다 쉽게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 젊은이를 위한 지도를 만들기로 한 것. 실용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지도를 만드는 목적이다.


mini interview
Q. 직접 대외활동을 만들 생각을 한 계기는?
뜬구름연구소(최승연 부경대 국제통상 06학번)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 왔는지 친구들과 정리하던 중에 아쉬운 점을 서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서울에는 강연회도 많고 취업 외에 다른 활동을 직접 만들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에서는 그와 같은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 직접 해 보자’ 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핸즈미(이상호 부경대 국제경영 11학번) 기업들이 홍보나 사회공헌 목적으로 시행하는 대외활동이 넘쳐나는데 우리는 대외활동조차 합격, 불합격에 울고 웃는 게 안타까웠다. 뜻있는 친구들과 함께 대외활동 하나를 만들어서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 이왕이면 좋은 일을 하는 ‘아름다운 가게’와 협력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 함께 하게 되었다.

컴퍼스(이미소 부경대 국제경영 11학번) 유럽여행을 하던 중 지도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행객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한 지도를 보면서 이 지도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가 궁금해졌다. 젊은 여행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도를 제작하고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 큰 감명을 받았다. 부산으로 돌아온 후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모아 지도를 만들게 되었다.


Q. 프로젝트를 이끄는 원동력이 뭘까?
뜬구름연구소 무료 강연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1인당 3000원이라는 금액으로 강연회를 마련했다. 그나마 강사들의 강연 기부와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기부에 힘입어 가능한 일이었다.

핸즈미 한번 시작한 일은 끝내고 싶었다. 주위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되었다.

컴퍼스 팀원들의 열의가 매우 크다. 다른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으로 바쁠 텐데 회의에 항상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일하는 모습이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다.


Q. 대외활동을 직접 기획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한마디
뜬구름연구소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뜬구름연구소도 무작정 강연장부터 예약해 놓고 일을 벌였다. 어떻게든 진행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동여맨 것이다. 강연회 같은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우선 큰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큰 주제가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핸즈미 고민한다고 되는 일은 없다. “어떻게 감히 내가?”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까짓것, 나도 해봐?”라는 생각을 먼저 가지고 도전하길 바란다. 어느 순간 기획했던 모든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컴퍼스 재미가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COMPASS 프로젝트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력서에 한 줄 채워 넣을 스펙이 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하는 이유는 바로 ‘재미’ 때문이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글 고은혜(부경대 국제통상 3)·문경림(메이지대 정보커뮤니케이션 4)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