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 ‘족보’, ‘후기’가 난무하는 이유는 하나다.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현직자’들의 금과옥조 같은 말들을 잡기 위해서다.
여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취업 선배들의 조언들을 모았다. 이제 더 이상 ‘카더라’ 통신은 금물!



좋은 콘텐츠 만들려면 내가 먼저 좋은 콘텐츠가 돼라
[진짜 취업 준비 노하우 엿보기] 잘나가는 선배들, 어떻게 합격했지?
서성록 AK플라자 마케팅전략팀 주임


2013년 4월 8일 입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서성록 주임은 입사 직후부터 사내 유명 인사가 됐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자발적으로 박스를 쓰고 출퇴근을 해 왔기 때문. 처음에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했는데, 어느 날 출근길 버스에서 회사 선배와 마주치며 정체가 알려졌다.

서 주임은 지난해 애경그룹에서 처음 실시한 ‘열정 캐스팅’의 합격자다. ‘열정 캐스팅’은 애경그룹 백화점 부문인 AK플라자의 인턴사원을 선발한 특별 전형으로 서류 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학력, 나이, 어학 점수, 자격증 등을 일체 보지 않는 파격 전형. 합격자는 3개월의 인턴십을 거친 뒤 최종 면접을 통해 일반 공채사원들과 함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전 3년간 광고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찍고 찍히는 것을 좋아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사업을 하면서 ‘서른 살 전까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서른이 넘으면서 ‘이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자’고 다짐했죠.”

‘열정 캐스팅’은 열린 채용답게 서류 전형부터 파격적이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글을 150자 내외로 쓰는 것이 서류 전형의 전부. 그는 일단 시선을 끌기 위해 MC몽, 버스커버스커, 걸스데이 등 자신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가수들과의 스토리를 쓰고 3년간 바이럴 영상과 SNS 관련 경험이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1차 서류 합격을 한 뒤에는 포트폴리오 면접이 진행돼요. 자유 형식으로 PPT를 만들어 8분간 발표를 하죠. 저는 늘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최고의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늘 스스로 최고의 콘텐츠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과정을 PPT에 담아 보여 드렸죠.”



한 우물만 팠더니… “通하였도다!
[진짜 취업 준비 노하우 엿보기] 잘나가는 선배들, 어떻게 합격했지?
서현주 NH농협은행 여의도지점 계장


2012년 4월 2일 입사
가톨릭대 심리학과(경영학 복수전공)

음… 말하자면 그녀는 ‘정통파’다. 달리 말하면 ‘한 우물파’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외활동부터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한 기업만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취업준비생들의 로망 중 하나인 ‘은행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서포터즈 활동 경력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본부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대외활동의 첫 번째 기수였으니까요. 면접에서도 ‘서포터즈 출신’이라 말하면 하나라도 더 물어보셨죠. 농협에 대해 느낀 점, 농협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지 등을 물어보셨는데, 당연히 서포터즈 활동이 큰 도움이 됐어요.”

서 계장은 “농협은 다른 은행에 비해 자격증이 입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은 변호사 자격증 정도. “시간 낭비하며 자격증 준비하느니 농협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를 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인·적성 시험(NHAT)을 치러야 해요. 서점에서 파는 문제집도 몇 권 구입했어요. 또 ‘농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수시로 관련 정보를 얻었죠. 인·적성 시험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오는 게 농협 채용의 특징이에요. 200개가 넘는 많은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게 NHAT의 특징이에요. 저도 10문제를 못 풀어 어렵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낮은 점수가 아니더군요.”

면접은 5명이 한 팀이 됐다. 조마다 질문이 다르긴 했지만 간단한 상식, 좌우명, 존경하는 인물, 금융·경제 관련 용어 등이 서 계장이 받았던 질문이다.

“양도성예금증서, 금리 같은 기본적인 금융 용어의 개념을 물어보셨어요. 또 경제·유통이 중요한 사업 축이니 만큼 FTA가 농협에 미치는 영향도 질문으로 나왔죠. 블라인드 면접이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을 줬다 생각해요.”



내 장점 아는 게 최고의 취업 준비
[진짜 취업 준비 노하우 엿보기] 잘나가는 선배들, 어떻게 합격했지?
최혜정 알리안츠생명 브랜드마케팅부 사원


2012년 8월 입사
서강대 경제학과

최혜정 사원은 숙명여대 2학년을 마치고 서강대로 편입했다. 2년 내내 ‘댄스동아리’에 빠져 살던 그녀가 ‘학교 공부 열심히 해 보자’라고 마음먹은 것도 편입 이후부터였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게 사실이다. 출발이 늦은 만큼 당장 전공에 열을 올렸다. 댄스 동아리 대신 ‘가치투자 동아리’에 가입했다. 금융이나 재무 관련 스터디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오롯이 2년을 전공에 투자하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케팅이다.

“보통 취준생들의 실수 중 하나가 ‘OO전자에 입사하겠다’며 기업 자체를 목표로 잡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을 한정하지 않았어요. 대신 마케팅과 기획(플래닝)에 초점을 맞췄죠.”

전문가의 컨설팅, 스터디 조원들과의 토론 등을 거치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찾는 데 집중했다. 이후 입사지원서를 낸 모든 회사에 희망 직무를 ‘마케팅·기획’으로 써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막연히 ‘귀사에 입사하고 싶다’라는 이력서보다 ‘마케팅을 해 보고 싶다’라는 이력서를 보내자 서류 전형 통과율이 확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또 하나, 바로 자기소개서다. 특정 기업 이야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했다.

“기업에 맞추다 보면 그때그때 스스로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나의 최고 장점’을 찾는 1년간의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근성’이었죠. 가치투자 동아리 때도 1년 반 동안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썼어요. 밤새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죠. 이런 모든 경험이 근성을 내세우는 자신감으로 연결됐어요.”



나만의 스토리를 면접관에게 어필하세요
[진짜 취업 준비 노하우 엿보기] 잘나가는 선배들, 어떻게 합격했지?
김봉제 CJ E&M 국내 온라인사업부 사원


2012년 1월 2일 입사
인하대 정보통신공학부

사무실에선 막내이지만 인터넷 세상에선 이미 뜬, 정확히 말해 ‘떴던’ 스타다. 스스로 제작한 성대모사 UCC를 미니홈피에 올렸고, 폭발적인 반응으로 포털 메인 화면에까지 소개됐던 것. 급기야 방송사로부터 섭외 연락이 와서 MBC ‘팔도모창대회’, SBS ‘스타킹’에까지 출연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업 중 하나인 CJ E&M. 자연히 입사 경쟁도 치열한 편이었다. 이른바 ‘인(in) 서울’도 아니고, 특별한 스펙도 없던 그가 당당히 합격의 문을 두드린 비결은 뭘까. 김봉제 사원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자신만의 스토리’다.

“속된 말로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해요. 특히 틀에 박힌 자기소개서는 아웃이에요. 자소서를 대충 본다는 오해가 있는데 실제 입사해서 보니 절대 그렇지 않더군요. 인사팀이 밤을 새우더라도 일일이 읽어 보고 확인하죠. 저를 보세요. 스펙보다 자소서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잖아요.”

직업 군인인 아버지 덕에 전학과 이사를 수도 없이 다녔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만 4번이나 전학을 다니며 그때그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던 노하우,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몸으로 배우고 느꼈던 점을 CJ E&M의 역할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성대모사 같은 특기를 통해 조직에 유머와 웃음을 제공하는 소통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적었다. 더불어 마케팅 비전공자라는 약점은 도리어 나만이 가진 공학적 지식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꿨다. 마지막에는 CJ E&M의 사훈인 ‘정직·열정·창의’, 이 세 가지 모두를 삶에서 스스로 실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 장진원·박해나 기자│사진 캠퍼스 잡앤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