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형 패션 홍보대행사 프레싱크 대표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자면, 오제형 프레싱크 대표와 인터뷰를 잡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그는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잦은 해외 출장과 긴 회의 후에도 생긋생긋 웃으며 인터뷰하는 그에게 ‘멀티테이너’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토록 화려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과정과 그만이 전수할 수 있는 쇼핑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눴다.
[Fashion Mentor] 자타공인 패션 브레인 “싼 옷도 명품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스타일의 힘”
불문학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 그 시작과 과정이 궁금해요.
시작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외국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PD가 재밌게 통역할 사람을 찾던 중 저를 알게 됐어요. 제가 불문과 전공이라 통역이 가능했고 캐릭터가 독특하니까 저를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죠.

그 계기로 ‘한밤의 TV연예’에서 VJ도 하게 됐고 나중에는 시트콤에도 출연했어요.


시작이 방송이었군요.
그러다가 IMF 때문에 집안이 어려워져서 방송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웠어요. 방송을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죠. 패션 칼럼도 쓰고 패션 마케팅 회사도 다니고. 프랑스의 아동 브랜드가 한국에 라이선스를 론칭해서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가 저에게 브랜드 홍보를 부탁하더라고요. 패션 잡지사와 마케팅 회사를 다닌 경력이 있어 패션 홍보를 시작하기에 적합해 보였던 거죠.


패션 관련 일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제 나름의 질서를 부여해 만든 결과물을 사람들이 보고 기뻐했을 때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패션 잡지와 홍보도 다 같은 맥락이잖아요. 패션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다른 분야에 도전하면서 두려움이 컸을 것 같아요.
물론 두려웠죠. 하지만 모든 일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공통된 기반을 지니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패턴이 다를 뿐이죠. 그 생각을 가지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떤 일에 대한 기회가 있고 그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보지 않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절대 알 수 없으니까요.


거쳐 온 직업이 모두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에요. 아이디어를 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기반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과 눈, 귀를 열고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가려내는 분별력도 있어야 해요.


TV프로그램 ‘겟잇스타일’ 시즌 2가 시작된다고 들었어요.
‘겟잇스타일’ 시즌 1은 옷의 역사와 스타일링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됐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 2에는 ‘절대 아이템’이 핵심이에요. 이번 시즌에 꼭 구비해야 할 아이템을 MC들이 하나씩 꼽는 거죠. 그리고 시청자들이 어떤 아이템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선택하는 거예요.


이번 시즌에 반드시 필요한 ‘절대 아이템’을 살짝 귀띔해주세요.
제가 ‘절대 아이템’으로 밀고 있는 게 네이비 블루 컬러의 아우터예요.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화이트와 파스텔 톤의 컬러가 대거 등장했어요. 화사하지만 겨울에는 추워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네이비 블루로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거죠.


‘패션 브레인’ MC라 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요.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하퍼스 바자’에서 객원 칼럼니스트로 2년간 일했는데 매번 A4 네 장 정도의 원고를 보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 서적도 많이 보고 구글링을 하는 등 엄청난 자료 조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지식으로 쌓여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공부한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주듯이 정리하는 편이에요.
[Fashion Mentor] 자타공인 패션 브레인 “싼 옷도 명품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스타일의 힘”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지 스타일링 비법이 소개됐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나요?
남성지 ‘GQ’의 강지영 에디터가 여성의 턱시도 셔츠(남성적인 분위기가 나는 화이트 셔츠) 스타일링을 제안한 적이 있어요. 셔츠 위 세 번째 단추까지 푼 다음 그 밑에 옷핀을 꼽아 연출한 게 기억에 남아요. 네 번째 단추까지 풀면 허전해 보이니 적정선을 옷핀으로 조절한 거죠.


요즘 20대의 스타일에 대해 칭찬할 점과 지적할 점을 말씀해주세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점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트렌드를 어설프게 따라하진 말아주세요. 예를 들어 남자들이 달라붙는 바지와 커다란 윙팁 슈즈(앞코에 W 형태의 장식이 가미된 구두)를 신으면 발만 부각되어 보여요. 여자들은 명품 가방에 치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대는 어느 가방을 들어도 다 예뻐요.(웃음)


‘멀티테이너’로서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 대부분은 직업의 안정성 여부를 두고 저울질을 하잖아요.
두 가지만 명심하세요. 첫째는 좋은 일, 나쁜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예요.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른 거죠. 둘째는 리스크가 없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위험이 크다는 건 성공했을 때 보답이 크다는 말이니까 과감히 도전하는 게 좋아요. 그 후 끈기 있게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All about SHOPPING
쇼핑을 할 때 돈이 가장 큰 문제예요.
그래서 현명한 쇼핑이 중요해요. 아우터는 값이 나가더라도 질 좋은 것을 구매하도록 하세요. 대신 안에 입는 이너는 저렴한 것으로 구비하고요. 특히 SPA 브랜드의 셔츠를 추천하고 싶어요. 단, 브랜드마다 실루엣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걸 골라야 하죠.


쇼핑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먼저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해요. 그 다음에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격 비교를 하는 거죠. 저는 한순간 ‘꽂히는’ 아이템이 있어요. 그럼 수많은 브랜드에서 나온 아이템 중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저에게 잘 맞는 걸 선택하죠.


쇼핑은 어디서 하나요?
주로 동대문에서 해요. 솔직히 SPA 브랜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동대문이 그 자리를 대신했었죠. 물론 SPA 브랜드에서도 자주 쇼핑을 하고요. 지금 입고 있는 트위드(거친 질감의 모직물) 재킷도 SPA 브랜드에서 구매한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이게 럭셔리 브랜드냐고 물어보는데 SPA 브랜드도 명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스타일의 힘이죠.


평범한 사람이 그런 스타일의 감각을 갖는 비결이 있을까요?
패션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것보다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게 중요해요. 패션 센스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거니까요.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으려면 많이 입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매장마다 피팅룸이 있으니까 옷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입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매장에서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게 함정이죠. 매장에서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십중팔구 다 예뻐 보여요. 방법을 하나 알려줄게요. 매장에서 옷을 입고 사진으로 남기세요. 그리고 그 사진을 집에 가서 보는 거예요. 매장에서는 자칫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집에서 보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요. 그 후 옷을 사기로 했다면 다른 색깔을 하나 더 구비해서 다른 옷과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좋아요.


글 이동찬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