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철 짐치독 대표

여기 ‘인생은 김치다!’라고 외치는 청년이 있다. 대학생이던 2010년 김치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후 3년째 CEO로서 ‘숙성’ 중인 노광철 대표다. 그가 만든 김치 브랜드 ‘짐치독’은 하루 18톤의 김치를 담그며 연간 17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 90%는 해외 수출을 통한 매출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평범한 청년이 뜬금없이 김치 사업에 승부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 CEO에게 배우자] 목표 향해 신나게 달린다! 경주마 아닌 야생마처럼
노광철 대표는
1987년생
2013년 2월 건국대 전기공학과 졸업
2010년 김치 쇼핑몰 ‘짐치독’ 설립
연간 매출 170억 원


Q 무슨 계기로 김치 사업을 시작한 건가.

결론부터 말하면 ‘잘 팔릴 것 같아서’ 한 거다. 모든 사람이 먹고 즐기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려고 찾다 보니 정답이 김치였다. 김치는 먹을거리의 가장 기본인 식품이지만, 정작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유통 과정의 비위생적인 면이 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군대에 공급되는 김치 안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 적도 있지 않은가. 기본을 지키는 김치를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 생각했다.


Q 사업과 학업의 병행, 어떻게 가능했나.

무언가를 병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주 다른 분야라도 둘 다 매력적이면 기꺼이 같이 할 수 있다. 기자님도 학업을 하면서 이렇게 기자 활동도 하지 않는가. 똑같은 거다. 학교에서 인생의 지혜를 구한 덕에 병행하기가 더 쉬웠는지 모른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인생 선배인 교수님들 그리고 친구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Q 전공과 사업 내용이 쉽게 매치되지 않는데.

나는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식품 사업에 도전한 것도 어린 시절의 경험이 연결됐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어머니가 집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셨는데, 바로 그 과정을 봐온 경험 말이다. 별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 경험 하나가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졌다. 내 전공인 전기공학 역시 언젠가는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올 것이다. 작은 경험들이 ‘나’를 만들어 간다.
[청년 CEO에게 배우자] 목표 향해 신나게 달린다! 경주마 아닌 야생마처럼
[청년 CEO에게 배우자] 목표 향해 신나게 달린다! 경주마 아닌 야생마처럼
Q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고객이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매출이 생기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움직인다. 자금이 부족해 회사가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때도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사업을 하기 전에는 내 능력만으로도 충분한 일을 했지만, 이제는 나 혼자 힘으로는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도와주는 덕분에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미국 수출을 준비할 때였다. 김치가 FDA 승인이 안 된다는 날벼락 통보를 받았다. 배추 따로 양념 따로 보내면 통과가 되는데, 그걸 합쳐놓은 김치는 통과가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무작정 찾아가서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따졌다. ‘왜 따로따로는 되는데 합치면 안 되느냐?’고. 담당자는 ‘김치의 정체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눈앞에서 보여줬다. FDA 사무실에서 김치 담그는 걸 시연한 것이다. 그 과정 덕에 미국 수출길이 활짝 열렸다. FDA에서 진상을 부린 건 내가 처음이었다고 들었다.


Q 나이 많은 직원들과 기업을 꾸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직원 평균 연령이 43세다. 처음에는 서로 불편한 문제가 많았다.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도 계셨다. 나이의 벽을 깨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서로의 꿈을 공유했다. 인사카드에 자신의 꿈을 적도록 했다. 서로의 꿈을 이루어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아버지’가 꿈이라는 직원에게는 아들 생일 때 아버지 이름으로 반 친구들에게 피자를 돌렸다. ‘개인전 열기’가 꿈이라는 직원을 위해 인사동 갤러리를 빌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꿈을 위해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구성원들의 꿈을 이뤄가는 정말 ‘꿈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 다 같이 열심히 일하고 행복한 회사가 짐치독이다.
[청년 CEO에게 배우자] 목표 향해 신나게 달린다! 경주마 아닌 야생마처럼
Q 창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실수를 했을 뿐인데 실패를 했다고 착각하는 이가 많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산을 오를 때 돌부리를 조심해라. 돌부리에 넘어지는 사람은 있지만 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창업은 큰 산이다.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르다 넘어지고선 착각을 한다. ‘나는 산에 걸려 넘어졌다. 나는 산에 오르지 못한다. 나는 실패했다.’ 그러고는 포기하고 뒤돌아 내려가고 만다. 실제로는 산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거다. 작은 실수에 불과할 뿐 실패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프지 않을 때까지 우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피가 난 부분은 쓰윽 닦고 일어나면 된다. 나를 넘어지게 했던 돌부리는 저 멀리 뻥 차버리면 끝. 다음에 또 그런 돌부리가 나타나면 피해가며 오르면 된다.


Q 김치 사업으로 성공하는 게 최종 목표인가.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야생마처럼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야생마가 아니라 경주마처럼 달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목표가 아니라 남들이 좋아하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 말이다. 야생마와 경주마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야생마는 가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계속해서 달린다. 경주마는 정해진 경주가 끝나면 멈추고 만다. 나는 끝까지 야생마처럼 달릴 것이다.


Q 실패를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20대 때 많이 경험하고, 많이 넘어지자. 넘어지고 깨지는 것은 어쩌면 예방접종 같은 거다. 작은 병균을 투입시켜서 면역력을 높이고, 정말 큰 병이 왔을 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예방접종 아닌가. 지금 미리 넘어지고 깨지는 것이 인생에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그 어떤 장애물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도,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수많은 재료를 버무려야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지듯 우리 인생도 김치 같은 거 아닐까. 정해진 레시피대로 공장에서 주는 재료로만 버무리지 말고, 내 마음에 드는 재료로 최고의 김치를 만들어 보자.



글 임대엽 대학생 기자(경북대 기계공학 4)
사진제공 짐치독·이재민(경북대 생명공학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