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잡담(JOB談)

우리끼리 취업 뒷담화~용감한 JOB談
인터넷 기웃거리며 귀동냥하던 ‘카더라 통신’은 갖다버려! 리얼 취업준비생이 들려주는 ‘용감한 잡담’이 여기 있으니. 초짜 취준생부터 눈 감고도 이력서에 사진 첨부 가능한 장수 취준생까지 5명의 잡담팀이 털어놓는 공감 200%의 속 시원한 취업 뒷담화를 용감하게 공개한다. 단, 신상은 절대 공개 불가!
자소서 쓰다가 ‘멘붕’ 우리 좀 쉽게가면 안 되나요?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인사담당자님,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거참 팍팍하게 왜 그러십니까, 알 만한 사람들끼리. 자소서 한두 장 받으실 것도 아닌데 6900자를 쓰라니요. 자필로 쓰라는 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해괴망측한 아이디어인가요. 고딩 때 쓰던 ‘깜지’ 생각나잖아요. 토익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인문학 서적이라니요. 제발 우리 좀 쉽게 가면 안 되나요?


나는 네가 이번 공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이번 공채에 우리은행이 만든 판타스틱한 자소서 문항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여 통장 개설 및 인터넷뱅킹 가입을 해보시고 방문 지점의 대고객 서비스에 대하여 느낀 점을 말씀해주십시오.’ 보는 순간 뭔가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은 그저 기분 탓이겠지? 설마 취준생을 ‘봉’으로 보고 고객 유치를 위해 이런 문항을 만들 리가 없으니까.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시꺼먼 속셈을 우리의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을 리 없잖아! 뉴스를 보니 ‘우리은행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관심과 로열티’를 보고 싶어서 만든 것이라는데…. 나의 관심을 꼭 통장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는 걸까? 취업도 안 돼 서러워 죽겠는데, 이러지들 맙시다. (by 욕하면서도 통장 만든 1인)



인문학이 뭐길래

실체도 없는 ‘통섭형 인재’를 외치는 국민은행. 안 그래도 취업 준비에 잠잘 시간도 부족한 취준생들에게 인문학 도서까지 읽게 만들고, 이제는 자소서에 문학·철학·역사·예술에 관한 고민과 경험을 써보란다. 차라리 경제 관련 서적을 읽고 그에 대한 에세이를 써내라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아냐? 국민은행 인사팀은 도대체 얼마나 인문학 지식이 풍부한지 그에 대한 검증이 먼저 필요한 것 아닌가?

(by 철학과 전과 고민하는 경영학도)



6900자 자소서 쓰기, 24시간이 모자라

690바이트가 아니라 정말 6900바이트 맞나요? 그것도 ‘지원동기 및 포부, 가족소개, 성장과정, 수학내용,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경험’ 등을 ‘자유롭게’ 쓰라고?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 남들이 왜 자소서를 ‘자소설’이라고 부르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가 된 기분이야.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아 괜히 죄 없는 키보드만 내리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나 같은 자소설 초짜들이 덤빌 수 있는 레벨이 아닌 것 같아. 질문 문항 여러 개 만들기 귀찮아서 이렇게 만든 건 아니겠지? 인사팀에서는 이 자소설을 읽기는 하는 걸까.

(by 자소설 등단 준비녀)



당신의 아름다운 배려, 고마워요

우리은행의 자소서에서 다른 은행의 냄새가 난다. 대뜸 자유롭게 본인을 소개하라는 1번 문항은 예전에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신한은행의 악명 높은 ‘자소설’ 유도 문항 아니던가. 감명 깊게 읽은 인문학 서적에 관해 쓰는 마지막 문항은 KB국민은행 자소서에서도 본 적 있는데…. KB국민은행 때문에 인문학 도서 열심히 읽은 보람이 있구나. 신한으로 시작해 KB로 마무리되는 우리은행 자소서! 사실 취준생들이 매번 자소서 쓰는 거 정말 힘들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취준생의 마음을 헤아린 우리은행의 아름다운 배려겠지? 고마워요, 우리은행!

(by ctrl+v의 달인)



깜지인가 자소서인가

필기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 시대의 취준생들에게 자필 자소서라니! 팔 아파서 투정 부리는 거 아니다. 악필이라 뜨끔해서 그러는 거 정말 아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취준생들이 그렇게도 밉던가요? 하지만 지금 같은 취업전쟁 속에서 어떻게든 취업하려고 매일매일 자소서만 붙들고 있는 취준생들의 마음도 조금만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자필로 써도 어차피 같은 내용 옮겨 적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생고생(?)을 시켜야 하는 건지. 마감 시간 촉박해 진땀 흘리며 스캐너 찾아다니는 취준생 기분도 좀 생각해줘! KDB산업은행 자소서 쓰다가 굳은살 생긴 내 소중한 손가락에 심심한 사과의 인사를 전하며. (by 오빠는 엄살쟁이야)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