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로봇G, 오타쿠에 바치는 찬가
로봇G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믹키 커티스, 요시타카 유리코, 하마다 가쿠, 카와이 쇼고, 카와시마 준야

세일즈맨 출신 고바야시(하마다 가쿠), 오오타(카와이 쇼고), 나가이(카와시마 준야)는 사장 지시 때문에 직립보행 로봇 뉴시오카제를 간신히 개발하는데, 하필이면 박람회 출품 직전 로봇을 박살내고 만다. 다급한 그들은 로봇 분장 쇼를 빙자한 구인 광고를 내고, 사이즈가 맞는 단 한 사람인 70대 노인 스즈키(믹키 커티스)를 로봇 안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의욕 충만한 스즈키가 박람회에서 돌발 행동을 저지르고 얼떨결에 여대생 유코(요시타카 유리코)의 목숨까지 구하는 바람에 뉴시오카제는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다.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등의 핵심은 나가이 고의 ‘마징가Z’ 이래 인간이 거대 로봇 속에 탑승한다는 전제다. 그럼으로써 로봇에는 인간적인 온기가 깃들었고, 관객들이 로봇을 자신과 마찬가지의 존재로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로봇G’ 역시 ‘에반게리온’이라든가 ‘마징가Z’의 그 전제를 받아들이는데, 다만 그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사이즈라는 천진난만한 상상력의 차이를 보인다. 낡고 허술해 보이는 고철 로봇 뉴시오카제는 꼬장꼬장하고 고독한 노인 스즈키 자체가 되어간다. 스즈키가 뉴시오카제를 뒤집어쓰고 난 다음에야 가족에게 따뜻한 애정을 표현하는 게 가능했듯, 뉴시오카제는 스즈키의 욕망을 탑재한 다음에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는 열정을 발산할 수 있다.

‘비밀의 화원’ ‘워터 보이즈’ ‘스윙 걸즈’ 등으로 잘 알려진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는 난관에 맞닥뜨린 평범한 사람들의 곤란한 처지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무리 중 오타쿠 한 명이 끼어 있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도정 가운데 오타쿠의 열정이 나머지 사람들마저 감염시키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들 자체가 오타쿠에게 바치는 낙관적인 찬가라고 해도 무리 없을 것이다. ‘로봇G’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로봇에 심드렁하기만 했던 고바야시와 오오타, 나가이 3인조를 일깨우는 건 뉴시오카제가 구출했던 여학생 유코다.

사족이지만 ‘로봇G’를 보다 보면 일본의 거대 토목건설 전문 업체 마에다건설이 연상된다. 마에다건설은 ‘판타지 영업부’를 신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마징가Z’의 지하기지, ‘은하철도999’의 우주레일, ‘우주전함 야마토’의 지하터널을 설계하는 등 상상 속 구조물을 현실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국내에는 이 활약상을 다룬 책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가 출간돼 있으니 오타쿠의 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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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