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저녁 7시 연세대 캠퍼스에 좀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과 스포츠를 이어주고자 하는 한양대와 연세대의 조인트 벤처 ‘커무브(COMOVE)’가 주관한 ‘좀비런’이 시작된 것.

번호표를 받은 참가자들은 허리에 생명줄을 매고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이들이 가진 생명줄은 총 3개. 총 5개로 구성된 코스를 지나 생명줄이 2개 이상 남은 참가자들에게는 최종 결승전에 나갈 자격이 주어졌다. 1200명가량의 참가자 중 200명이 결승전에 올랐다. 밤 10시부터 ‘왕중왕전’시작. 3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쥔 1등의 영광은 고려대의 박종훈 씨가 차지했다.

좀비런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생들이 만든 벤처 커무브가 주관했다는 점이다. 그간 수많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주최한 마라톤 대회와 달리 이번 행사는 기획부터 홍보, 당일 현장 운영까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준비했다. 또한 차세대 여행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레이지(Trazy)’와 체육·스포츠 봉사활동 단체인 ‘스포터즈(Sporterz)’ 등이 공동 주최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현장 스케치] 취업의 좀비가 되어버린 20대들아 뛰어라! 좀비런
정재식 커무브 공동대표는 “외국의 색다른 달리기 문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스포츠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닌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좀비런이 동시대 대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좀비런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와 현실에 짓눌려 생기를 잃어가는 20대의 삶을 좀비에 빗대어 ‘좀비가 된 나로부터 살아남아라(Survive From yourself)’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원준호 커무브 공동대표는 “현실에 지친 대학생들이 색다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신선한 경험과 활력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좀비런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대학생들에게 힐링 메시지를 전한 기회인 좀비런. 참가한 대학생들은 스펙과 학점, 취업이라는 무거운 현실에 짓눌린 자신을 잠시라도 해방시키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 이동찬 인턴 기자│사진제공 커무브(COM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