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궁금해!

매일 똑같은 캠퍼스에서 똑같은 수업을 받는 것이 지겹다고 느낀 적 있는가. 다른 학교 강의는 어떤지 궁금한 적은? 학교와 집이 너무 멀어서 등하굣길이 괴로운 적은? 이런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제도가 있다. 바로 ‘학점교류’. 원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편의도 도모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학점교류가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제도라고 무조건 들이밀어선 곤란하다는 이야기.
남의 학교에서 학점 따기 ‘학점교류’ 해볼까
학점교류란?

자신이 다니는 대학과 학점교류 협약을 체결한 타 대학에서 일정 학기 동안 정규학기나 계절학기를 수강할 수 있는 제도. 별다른 비용 없이 다른 대학의 수업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신청한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학교마다 조건이 있다.



장점 많은 학점교류, 현실은?

이태민(가명·24) 씨는 학점교류에 관심이 많다.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의 수업은 뭐가 다른지, 강의실 분위기는 어떤지, 학생들은 어떤지 궁금한 점이 많던 차 학점교류 제도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학교 홈페이지에 SKY로 불리는 대학의 학점교류 공고가 뜨면 바로 클릭해본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혹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 해당 학교의 교수님 타입과 커리큘럼 등을 숙지하고 있는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다. 또 학점이 늦게 나오는 경우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주의사항도 본 터라 선뜻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점교류에 관심은 많아도 신청자는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다. 학점교류, 과연 불이익을 감수할 만한 기회일까?



학점교류 베테랑의 조언
색다른 경험 vs 사서 고생
하지영(숙명여대 법학 3)

해볼 만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활력소가 돼. 늘 함께하는 동기들이 없기 때문에 수업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학교 분위기·수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내 경우엔 교류하던 학교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CC가 되는 쾌거까지 이뤘다고!

별로야~
무엇보다 외로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해. 남의 학교라 모두가 낯설기 때문에 수업 중에 선뜻 질문을 하기도 쑥스러운 문제가…. 학교를 두 군데 다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어.


다양한 학교에서 학점교류를 해본 입장에서 학점교류 제도는 장점이 무척 많다. 학업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우물 밖 세상으로 나와 낯선 도전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다. 특히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측면에서도 학점교류는 ‘강추’ 대상이다. 학점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생각보다 학점을 잘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점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 문제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점교류를 신청하란 것은 아니다.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뚜렷한 ‘목적’부터 가져야 한다. 결심이 섰다면 조건을 알아보고 신청해야 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일정 학점 이상이 돼야 신청이 가능하고 학교 학사지원팀과 교류 학교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공과목은 해당 단과대학 학장이나 담당 교수, 교양과목의 경우 교양 담당 부서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론: ‘목적’ 분명하면 도전할 만!

학점교류에 도전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다면 충분히 경험할 만한 제도다. 목적이 뚜렷하면 같은 경험을 해도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네 학기 동안 줄곧 학점교류를 했던 하지영 씨의 경우 “반드시 봐야 하는 책의 저자가 강의하는 수업을 듣고 싶어서” 학점교류를 시작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여학교만 다닌 터라 신선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 씨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대학 간판 때문에 신청하면 겉돌기만 하다 학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질 것을 권했다.

성공적인 학점교류를 위해서는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학점교류 신청을 하려면 먼저 자격조건에 맞아야 하기 때문. 일정 학기 이상 다녀야 하고 학점도 관리해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학점교류를 시작한 다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두 학교를 번갈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체력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도전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체크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은 셈.

학점교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학점교류를 하고자 하는 학교의 학사지원팀보다 원래 다니는 학교의 학사지원팀에 문의하는 편이 낫다. 조건에 맞춰 교류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소속 학교이기 때문. 교류할 학교는 선발된 학생이 누군지를 전달받을 뿐이다.

건국대의 경우 5~7학기를 다닌 학생, 총 평점 3.0 이상인 학생, 징계를 한 번도 받지 않은 학생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조건 중 하나라도 미달한 학생은 신청해도 선발되지 않는다. 건국대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점교류를 하고 싶다면 자격요건부터 꼼꼼하게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이시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