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 NH농협은행 여의도지점 계장

음… 말하자면 그녀는 ‘정통파’다. 달리 말하면 ‘한 우물파’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외활동부터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한 기업만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취업준비생들의 로망 중 하나인 ‘은행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NH농협은행 여의도지점 서현주 계장 이야기다. 서 계장이 처음 농협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서였다.

“2011년에 처음 시작된 ‘NH 영 서포터즈’로 활동했어요. 자랑스러운 1기 출신이죠. 은행, 경제, 유통 등 농협의 모든 분야를 경험하고 이를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홍보하는 임무를 맡았어요. 향토적인 분위기가 강한 농협이 젊은 층에게 다가가고자 마련한 프로젝트죠. 6개월 정도 활동하며 지점 방문, 하나로클럽 체험, 각종 행사 지원, 아이디어 경연 등 참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한 우물만 팠더니… “通하였도다!”
서포터즈 활동으로 농협과 인연

높은 연봉과 잘 정비된 복지제도 등 금융 기업은 많은 취업준비생이 바라마지 않는 ‘워너비’ 직장이다. 수많은 금융권 취준생이 이른바 ‘금융 3종’ 등 각종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도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서 계장의 경우 일반적인 금융권 입사자들의 취업 성공담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녀의 전공은 심리학. 사실 취업보다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 공부를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20대 후반은 기본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부를 하기 위해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선 직장부터 해결하면 원하는 공부야 시간이 지나도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취업으로 눈을 돌리게 한 이유다. 그제야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 여겼던 자격증이나 대외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첫 번째 활동이 바로 ‘NH 영 서포터즈’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한 우물만 팠더니… “通하였도다!”
“전국에서 30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3인 1조로 10개 조가 활동했어요. 은행 예적금, 펀드상품, 브랜드스토어 같은 아이디어 경연도 벌였죠. 처음부터 금융 쪽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굳이 금융과 관련한 준비를 꼽으라면 경영학 복수전공 시간에 배운 회계나 경영 수업 정도였죠.”

2011년 6월부터 시작된 서포터즈 활동은 연말에 1기 활동이 종료됐다. 하지만 서 계장은 그해 9월에 확인한 ‘계약직 채용공고’를 눈여겨봤다.

“농협 홍보가 서포터즈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어요. 자연스럽게 농협이 얼마나 좋은 직장인지 알게 됐죠. 연봉, 복지, 근무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걸 확인하고는 계약직 채용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어요.”

2011년 9월 말에 지원해 10월부터 서울 중구의 농협본부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본부의 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지점의 여수신 금리 지원이 그녀가 맡았던 업무. 두 달 남짓이지만 서포터즈 활동도 병행했다. 비록 계약직이긴 했지만 경쟁은 치열했다. 이미 본부에서 일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부터 다른 곳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이들도 몰려들었다.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서포터즈 활동 경력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본부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대외활동의 첫 번째 기수였으니까요. 면접에서도 ‘서포터즈 출신’이라 말하면 하나라도 더 물어보셨죠. 농협에 대해 느낀 점, 농협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지 등을 물어보셨는데, 당연히 서포터즈 활동이 큰 도움이 됐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한 우물만 팠더니… “通하였도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가다

계약직 입사 후에도 “서현주 씨, 서포터즈였다며”라고 묻는 선배들이 많은 걸 보며 농협이라는 목표는 더욱 확고해졌다. 아직 학생 신분이고 정직원이 갖추어야 할 스펙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정규 공채를 마음속에 새기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지원했다 후회하느니 알아보고 경험해본다는 차원에서도 계약직 근무가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사실 펀드투자상담사도 계약직으로 일할 때 딴 자격증이에요. 그때부터 농협만 보고 계단을 밟아나가자 결심했죠. 주위 친구들이 ‘농협 떨어지면 갈 데도 없다’고 할 정도였어요. 나름 정도를 걸은 셈이죠.(웃음)”

서 계장은 “농협은 다른 은행에 비해 자격증이 입사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은 변호사 자격증 정도. “시간 낭비하며 자격증 준비하느니 농협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를 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 계장이 입사할 무렵에는 한창 ‘신경(신용·경제) 분리’ 작업이 진행 중일 때라 이에 대한 공부도 늦추지 않았다.

정규직 입사는 2012년 4월 2일자다. 계약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을 경우 서류 전형이 면제된다는 것도 그녀가 받은 특혜다. 지금은 ‘1년 이상 근무자’로 혜택 요건이 조금 까다로워졌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인적성 시험(NHAT)을 치러야 해요. 서점에서 파는 문제집도 몇 권 사 준비했어요. 또 ‘농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수시로 관련 정보를 얻었죠. 인적성 시험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오는 게 농협 채용의 특징이에요. 저와 같은 층에서 일하시던 계약직 사원 10여 명도 대부분 인적성에서 고배를 들었어요. 200개가 넘는 많은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하는 게 NHAT의 특징이에요. 저도 10문제를 못 풀어 어렵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낮은 점수가 아니더군요. 100% 푸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한 우물만 팠더니… “通하였도다!”
면접은 5명이 한 팀이 됐다. 조마다 질문이 다르긴 했지만 간단한 상식, 좌우명, 존경하는 인물, 금융·경제 관련 용어 등이 서 계장이 받았던 질문이다.

“양도성예금증서, 금리 같은 기본적인 금융 용어의 개념을 물어보셨어요. 또 경제·유통이 중요한 사업 축이니만큼 FTA가 농협에 미치는 영향도 질문으로 나왔죠. 블라인드 면접이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을 줬다 생각해요.”

이제 입사 10개월차의 신입행원. 창구에서 고객을 맞는 ‘실전’은 서포터즈, 계약직 근무, 입사 후 교육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절감한 시기다. 동기들에 비해 금융 상식도 부족했기 때문에 입사 초반에는 매일 집에 가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게 일과였을 정도. 하지만 서너 달 정도 지나면서 반복되는 창구 업무에 익숙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르는 업무를 내 일처럼 도와주는 선배들의 도움도 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고문이 시작되는 거예요.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나.’ 요즘이요? 룰루랄라 출근하죠. 올 2월이 졸업이라 취업이 빠른 편이잖아요. 친구들에게도 ‘농협이 최고’라며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어요. 스펙 쌓기에 올인하지 마세요. 시간과 돈 낭비하지 말란 뜻이에요. 대신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에요. 바로 내가 원하는, 가고 싶어하는 분야의 경험이죠.”



글 장진원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