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Ⅰ 2013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브랜드 가치와 최고의 대우, 그리고 화려한 복지. 취업준비생이라면 세계 톱클래스 기업의 사원증을 목에 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뛰는 비즈니스맨의 꿈을 실현하고 싶은 전 세계 20대들의 열망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캠퍼스 잡앤조이가 20~30대 취업준비생에게 물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입사해 일해보고 싶은 기업은 어디입니까?’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흥미진진한 기록을 남겼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고, 베스트30 랭킹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깜짝 등장한 기업도 있다. 세계 경기 흐름과 이슈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2013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랭킹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구글의 아성을 위협할 자 누구냐!
구글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2012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 청년들의 구글 사랑이 증명됐다. 캠퍼스 잡앤조이와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구직자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조사에서 구글코리아는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특히 구글코리아는 36.5%(2가지 중복 응답)라는 압도적인 응답률로 2~3위와 격차를 한껏 벌리며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2~3위는 유한킴벌리(14.9%), BMW코리아(14.1%)가 차지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탁월한 임금 수준과 복지 제도로 유명하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꿈의 직장’ 왕좌에 올라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셈. 특히 구글은 세계 곳곳에서 실시되는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단골 1위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IT 붐 이후 수년째 그 아성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 점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대학 졸업 예정자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하고 싶은 직장’ 조사에서 구글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채용 컨설팅 업체 ‘유니버섬’ 조사). 특히 구글은 이 조사에서 6년간 1~2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특히 정보통신(IT) 전공 졸업 예정자의 절반가량인 49%가 구글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자리를 지켰다. 공학, 인문학 전공자 대상 조사에서도 4위를 차지해 ‘전공과 관계없이 일하고 싶은 직장’임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구글의 인기가 허명(虛名)이 아님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12월 18일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각 기업에서 인턴십 경험을 한 회원들이 올린 급여 정보를 바탕으로 평균 급여를 산출해 발표했는데, 구글 인턴 직원은 평균 6862달러를 월급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730만 원이 넘는 고임금이다. 특히 MBA(경영학석사) 출신 인턴은 최대 8000달러(850만 원)까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임시직인 인턴사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정규직에 대한 대우를 짐작케 한다. 비단 임금뿐 아니라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나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 이는 전 세계 젊은이가 왜 구글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애플 두 계단 하락… 삼성 때문?!
지난해 조사에서 2위는 애플코리아가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유한킴벌리(2012년 4위)가 그 자리를 낚아챘다. 대신 애플은 4위로 두 계단이 하락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가 서로 자리바꿈을 한 셈이다. 반면 BMW코리아는 2년 연속 3위로 건재를 과시했다.
애플의 랭킹 하락은 최근 세계 IT업계의 빅 이슈인 삼성과의 특허 전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티브 잡스가 왕성한 활동을 펴던 시절의 애플은 창의적인 기업의 대명사였지만, 현재는 삼성과 소송을 주고받는 분쟁 당사자로 소비자들 사이에 이미지가 다소 나빠진 게 사실. 게다가 새로 내놓은 아이폰5에 대한 판매 전망이 좋지 않아 글로벌 증권사들은 연일 애플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17일에는 애플의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499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사상 최고가였던 702.10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결국 애플을 둘러싼 이런 상황 변화가 이번 조사에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반면 애플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두 계단이나 상승한 유한킴벌리는 돋보이는 사회공헌 활동과 수십 년째 탄탄한 브랜드 파워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일 산업정책연구원은 수도권 거주자 300명을 대상으로 국내 53개 기업 중 사회공헌 잘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했는데, 유한킴벌리가 13.7%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9.3%), 포스코(9.3%)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큰 격차로 제친 것이다. 특히 1984년부터 시작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발맞춘 ‘가족 친화 경영’ 등이 알려지면서 ‘존경받는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지난해에 이어 3위에 오른 BMW코리아는 수입 자동차 열풍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주자다. 여전히 ‘쌩쌩’한 엔진을 과시하는 중. BMW코리아는 지난 1995년 한국 법인 설립 이래 2010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2년 만에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제작 결함에 따른 대량 리콜 등 크고 작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6.2%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편 BMW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 3군데가 베스트 30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GM(16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23위)가 주인공. 지난해 30위에 이름을 올린 볼보그룹코리아는 올해 랭킹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P&G·필립스코리아·나이키스포츠 ‘순위가 확 올랐네’
‘2013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조사는 흥미로운 기록을 여럿 남겼다.
우선 랭킹이 급상승한 기업부터 살펴보자. 페브리즈, 위스퍼, 팬틴 등 다양한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해 ‘마케팅 사관학교’라 불리는 한국P&G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3계단 상승해 올해 6위에 올랐다. 또 지난해 26위였던 필립스코리아는 15계단이나 뛰어올라 11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17위였던 나이키스포츠는 10계단 상승해 7위에 안착했다. 특히 나이키스포츠는 여성 응답자보다 남성 응답자의 수가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남성들의 지지가 그만큼 높았다는 이야기다.
올해 베스트 30 랭킹에 새 얼굴로 등장한 기업도 적지 않다. 특히 명품 패션 브랜드들의 진입이 눈에 띈다. 명품계의 라이벌인 구찌그룹코리아와 루이비통코리아는 나란히 신규 진입하면서 랭킹도 똑같이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 남성 응답자보다 3배나 많은 것까지 똑같았다. 또 프라다코리아는 23위에 새로 진입했다.
이 밖에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6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16위), 지멘스(26위), 도레이첨단소재(28위), 올림푸스한국(30위)이 베스트 30에 진입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새롭게 지주회사 체제가 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첫 진입에서 한국씨티은행을 제치는 파워를 보여줬다.
반면 랭킹이 하락하거나 베스트 30 진입에 실패한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쓰리엠(8위→15위), 소니코리아(6위→20위), 한국씨티은행(14위→22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5위→23위), 아디다스코리아(12위→26위), 코스트코코리아(21위→28위)가 그렇다.
변함없는 지지를 받아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지켜낸 기업들도 있다. 구글코리아(1위), BMW코리아(3위), 스타벅스커피코리아(5위),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30위)이 그 주인공이다. 조사 대상 외국계 기업은?
캠퍼스 잡앤조이 자매지 ‘한경비즈니스’는 매년 NICE신용평가와 함께 ‘100대 외국계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실시하는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조사는 한경비즈니스의 ‘100대 외국계 기업’을 기본 대상으로 삼는다.
외국계 기업이란 외국인 투자 기업(외투 기업)을 말한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이 80% 이상인 기업을 명실공히 외국계 기업이라고 칭한다. 2012년 10월 29일 기준 지식경제부 산하 KOTRA에 신고된 외투 기업은 총 1만4609개.
이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이 80% 이상인 기업은 866개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베스트 30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800여 개 외국계 기업 중 20~30대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는 기업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네덜란드 기업이 왜 이렇게 많아?
네덜란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오렌지색? 운하? 히딩크? 경제에 일가견이 있다면 ‘택스 리조트(Tax Resort)’가 먼저 떠올라야 한다. 택스 리조트는 특정 기업이나 비즈니스 활동에 대해 세금상 특전(면세)을 인정하는 나라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대표적인 택스 리조트로 꼽힌다.
이렇게 세금상 혜택이 많아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흔히 ‘조세피난처(Tax Heaven)’라고 한다. 조세피난처는 세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완전 조세 회피(무세) 지역인 택스 파라다이스(Tax Paradise), 국외소득 면세국인 택스 셸터(Tax Shelter), 특정 법인 또는 사업소득 면세국인 택스 리조트(Tax Resort)가 그것이다.
‘2013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랭킹에서는 네덜란드라는 이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자본의 뿌리가 모두 상식을 깬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히 독일 태생으로 알고 있는 BMW. 하지만 BMW코리아의 자본 뿌리는 네덜란드에서 비롯됐다. BMW코리아의 지주회사인 BMW홀딩스의 국적이 네덜란드계이기 때문. 미국 회사로 알고 있는 IBM 역시 네덜란드가 투자국이다. 영국계로 알려진 홈플러스, 이탈리아 명품으로 알려진 프라다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도 네덜란드 친구들이다. 태생은 달라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 조세피난처로 모여든 것이다.
글 박수진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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