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학업, 식사, 여가활용 등의 일상생활을 여럿이 아닌 혼자서 해결하는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4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4.9%(332명)가 자신이 나홀로족이라고 밝힌 것. 대학가의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 나홀로족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먹고, 혼자 놀고… 쿨~하게 혼자 사는 자발적 나홀로族
서울 K대학 4학년 이영환(27) 씨는 자타 공인 ‘나홀로족’이다. 학교는 매일 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수업도 혼자 듣는다. 수업 외 시간은 주로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를 한다. 친구와 점심 약속도 잡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김밥,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때우기 일쑤다. 신입생 때 동아리에 가입한 적은 있지만 재미도 없고 스펙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아 군 제대 후에는 나가지 않았다. 이 씨는 “괜히 많은 사람과 어울리느라 정작 내가 할 일을 못하는 것보다 실속 있게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홀로족 증가, “시간 활용 할 수 있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 ‘나홀로족’은 공부, 식사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로 불리기도 한다.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 겉도는 것이기 때문에 ‘왕따’와는 다르고, 극단적으로 세상과 단절된 ‘히키코모리’와도 차이가 있다.

대학생 나홀로족과 유사한 개념을 찾는다면 최근 직장인 사이에 유행한 ‘코쿤족’이 있다. 누에고치(cocoon)에서 유래된 코쿤족은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가 시간에는 복잡한 외부로 나가는 대신에 자기만의 공간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자기관리 측면에서 스스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대학생 나홀로족과 비슷하다.

다만 대학생 나홀로족과 코쿤족은 자기관리의 형태가 다르다. 코쿤족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정서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에 비해 대학생 나홀로족은 그 배경이 훨씬 현실적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서 나홀로족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46.7%)’를 혼자 다니는 이유로 꼽았다. 구직난이 심각한 지금 스펙을 쌓고 학점 관리하기 위해서는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사회와 화합·조율 어려운 사람 될 수도”

이런 나홀로족의 모습이 조직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우려와는 다르게 대학생들이 나홀로족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대학생 나홀로족을 보고 드는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9.4%의 응답자가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0.8%에 불과했다.

오히려 나홀로족을 잡기 위한 식당이나 카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학교 차원에서도 식당에 1인용 좌석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에 있던 50석 외에 2012년 개보수한 식당에 12석의 1인석을 추가했다. 이규선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사업본부장은 “올해 방학 중 오픈하는 식당에도 상황을 봐서 1인석을 추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홀로족은 자신은 쿨하고, 성숙했다는 식의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즐기는 유형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여럿이 있을 때의 번거로움을 피해 혼자 있고 싶어하는 유형이 가세하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이어 “밥도 혼자 못 먹는 지나친 집단주의 문화가 실리적으로 바뀌어가는 것은 좋지만, 혼자 있는 편안함이 습관이 되면 사회적인 조율과 화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70~80년대에는 사회의 행복을 중요시했던 데 비해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신의 행복을 중심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행복추구 과정에서 사회적 제약을 덜 받겠지만, 타자와의 관계에서 갖는 진정한 행복을 놓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나홀로족이다!

그들은 왜 나홀로족이 됐고, 어떻게 혼자 시간을 보낼까. 스스로 나홀로족이라고 밝힌 청주대 A씨, 건국대 B씨, 동덕여대 C씨를 직접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나홀로족이 됐나

편입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애교심이 적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되었다.

평소 소심한 성격인 데다 재수를 해 나이가 많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다른 동기들은 입학 이전에 모임을 갖고 친해져 다가가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다니게 되었다.



수업을 혼자 들을 때 장단점은 무엇인가

독강을 하면 수업에 100%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을 같이 고민할 사람이 없는 것은 단점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고백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래도 혼자 있다 보니 다가오기가 쉽나 보다. 먼저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늦더라도 아무 데나 편하게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혼자 앉아 있기 민망하고 심심해 자연스레 휴대전화에 손이 간다.

혼자 듣는 수업은 대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집중도가 좋다. 하지만 갑자기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 결석을 하면 교수님의 공지를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밥을 혼자 먹는 것이 불편하진 않는가

사람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서 삼각김밥이나 토스트를 먹는다. 우울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빨리 먹고 자리를 뜬다.

사실 좀 부끄러울 때도 있다.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다. 학교 식당을 가기보다는 토스트나 삼각김밥을 먹거나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의 사각지대(?)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공강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벤치에 앉아 있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

토익 수업을 듣는다. 나머지 공강 시간에는 과제를 하거나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때로는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한다.



애프터스쿨

강의가 끝나면 빨리 귀가해 일찍 잔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논다. 좋은 강연을 들으러 다니기도 한다.

자취생이다 보니 장을 보러 가거나 집안일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불편하지는 않나

간혹 선배들이 왜 혼자냐고 묻는다. 그래서인지 혼자 있을 때에는 왠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독강을 처음 할 때는 외톨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독강을 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강의라면 외로워도 혼자 들어야 한다. 지금은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지 ‘내가 듣고 싶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한다.



글 함승민 기자·이민아 대학생 기자(동덕여대 보건관리 1)│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