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1988년7월 15일 대학 졸업식 날. 수줍은 엠마(앤 해서웨이)는 짝사랑하던 덱스터(짐 스터게스)와 얼결에 한 침대에 눕는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룻밤이 지나고, 둘은 친구 사이로 남기로 약속한다.

작가를 꿈꾸는 엠마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포부가 거듭 좌절돼 힘들어하고, 부르주아 덱스터는 천박한 TV 쇼 진행자로 성공을 즐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지 못한 채 20년 동안 따로 또 같이 삶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One-Day-movie-image-Anne-Hathaway-Jim-Sturg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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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데이’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매해 7월 15일 엠마와 덱스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따라간다. 어쩌면 이 형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7월 15일 전날, 혹은 그 다음 날, 혹은 1990년 7월 15일과 1991년 7월 15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은 것, 보여주지 않은 것에서 빚어지는 기묘한 조바심과 쓸쓸함은 이 영화가 다만 청춘남녀의 기나긴 멜로드라마에 그치는 게 아님을 일찌감치 깨닫게 한다. 심지어 각 7월 15일에 두 사람은 함께 있지 않은 적이 훨씬 많다. 아슬아슬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던 그들이 딱 한 번 섹스했다는 것도 스크린상에 묘사되지 않은 채, 이듬해 7월 15일 두 사람의 대화에만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One-Day-movie-image-Anne-Hathaway-Jim-Sturg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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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두 사람의 마음이 시시콜콜한 설명조로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며 영화 속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원 데이’는 조금 더 삶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프러포즈, 혹은 결혼식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예언으로 끝내는 일반적인 ‘동화’가 아니라 왜 우리는 살면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깨달음은 왜 항상 뒤늦게 도착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자꾸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데이빗 니콜스의 동명 원작 소설은 발표 즉시 엄청난 호평을 모았다. 2011년 영화화됐을 때는 소설 속에서 세밀하게 묘사됐던 ‘또 하나의 주인공’ 영국 사회상의 변화는 삭제된 채 두 주인공의 내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원 데이’는 연인보다 더 깊은 소울메이트인 두 남녀의 20년 세월을 잘 묘사한 멜로드라마로서 손색없다. 단점을 꼬집자면 앤 해서웨이 같은 아름다운 배우가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엠마로 나온다는 게 속상할 따름이다.



헤이츠
감독 마크 톤더레이
출연 제니퍼 로렌스, 엘리자베스 슈, 맥스 티에리옷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엘리사(제니퍼 로렌스)는 엄마(엘리자베스 슈)와 단둘이 낯선 마을로 이사 온다. 이웃집에서 10년 전 잔혹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꺼림칙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집에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라이언(맥스 티에리옷)이 살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음을 열수록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급기야 엘리사는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레미제라블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영화화됐다. 장 발장(휴 잭맨)은 전과자라는 이유로 박해받는다. 하지만 미리엘 주교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한다. 시장 자리까지 오른 장 발장은 가련한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을 구하게 되고, 판틴은 그녀의 어린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부탁하며 죽어간다. 한편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장 발장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반창꼬
감독 정기훈
출연 고수, 한효주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영화] 왜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나 ‘원 데이’
소방관 강일(고수)은 매일 목숨을 내놓고 일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위기에 처한 거침없는 의사 미수(한효주)는 우연한 기회에 119 구조대 의용대원으로 일하고, 강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일에게 애정 공세를 퍼붓는 적극적인 미수에게 강일은 까칠함으로 일관하다가 조금씩 마음을 연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