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살던 조용한 마을 부산 감천동이 ‘한국의 마추픽추’로 변신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어우러져 이야기가 있는 마을로 다시 태어난 덕분에 이제는 부산 여행의 명소가 된 것. 극적인 반전을 이룬 주인공은 대단한 화가나 재력 있는 기부자들이 아니다.

부산 지역 대학생 봉사단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10월 6일부터 감천동 일대에서는 벽화 그리기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원래 벽화 그리기는 부산의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신라대 산학협력단의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해 규모가 커졌다. 이날 벽화 그리기에는 40여 명의 대학생이 함께해 봉사의 기쁨과 주민들과의 소통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아침 9시 30분, 앞치마를 두르고 집결한 봉사단은 도색 작업을 하기 전 벽 주변 정리부터 시작한다. 지붕 위에 올라가 담쟁이 넝쿨을 다듬고 벽 앞의 화분을 치우는 등 그림을 그릴 벽면 확보하기. 남겨진 페인트를 벗겨내고 금이 간 벽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벽화 그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깔끔한 배경색이기 때문.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벽에는 낙서도 많고 구석구석 칠이 벗겨져 있었죠. 이 상태에서 색칠을 하면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깔끔하게 벗겨내야 해요. 깔끔한 배경색을 벽 전체에 칠해야 예쁜 벽화가 완성되거든요.” 김경덕 (동아대 국제관광 3)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색칠에 필요한 물감을 개고 나면 본격적인 도색 작업 시작. 바닥에 튀지 않도록 신문지부터 깔면 붓을 움직일 차례. 방대한 면적이지만 함께하는 손이 많아서 금세 뚝딱.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높은 곳을 칠할 때는 사다리 위에 올라가야 해요. 생각보다 손이 가는 작업이 많더군요.”
한지웅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2)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바탕색 물감이 마르면 아기자기한 그림들의 스케치를 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미술 전공 봉사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색색의 담벼락 위에 흰 분필로 스케치 시작.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스케치가 끝나면 벽 전체 도색 작업에 참여했던 봉사단이 다시 나선다. 초록색 물감은 악어로 변신하고, 흰색과 검은색 물감은 곧 음악이 흘러나올 듯한 피아노가 된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명암을 넣거나 세밀한 색칠이 필요한 부분은 물어가며 열심히 칠했어요. 무엇보다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마을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봉사활동 이외의 경험을 얻은 셈이죠.” 배성진 (동아대 국제관광 1)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의논한 후 좋은 이미지를 선별해요. 스케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10분이면 그릴 수 있죠. 모든 작업을 서서 해야 하기 때문에 좀 힘들기도 하지만, 다음에 또 오고 싶을 만큼 재미있어요.” 문진우 (동아대 공예 1)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작업은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벽화 그리기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부터는 다시 정리 시작. 곳곳에 묻은 물감을 지우고 신문지도 걷어낸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힘든 작업을 재미있게 해낸 그들의 얼굴이 자랑스럽게 빛났다.
[현장 스케치] 내 손으로 ‘부산의 마추픽추’를 만들다
“벽화 그리기에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동아리 친구들과 동행한 것뿐인데, 잘 온 것 같아요. 조금 힘들긴 해도 뜻깊은 활동을 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해리 (동아대 국제관광 1)

글 장유정 대학생 기자(부산대 불어불문 2)│사진 윤영석 대학생 기자(동아대 사회복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