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청년 구직자 4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 하반기 공채 시즌에 합격할 가능성에 대해 남성 53.1%, 여성 38%가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 성공의 근거로 51.6%가 ‘취업 희망 눈높이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취업 성공의 핵심으로 ‘하향 지원’을 택한 것이다.

만약 질문을 바꿔본다면 어떨까. “당신이 결혼에 성공할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가?”

아마도 ‘눈높이를 낮춰 결혼할 수 있다’고 답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취업과 결혼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인 성공 요인이 ‘눈높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구직자들은 취업의 걸림돌로 눈높이를 생각하는 것일까. 결혼은 남녀 비율의 공급과 수요가 어느 정도 맞지만 취업은 구직자와 기업 간의 공급·수요 법칙이 깨진 지 오래란 것을 구직자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그룹의 ‘지방대 35% 할당 채용+경제적 약자 계층 5% 채용’에 이어서, KB금융그룹의 인문학 통섭을 강조하는 스펙 파괴 이력서, 현대자동차 잡페어의 5분 자기소개 우수자 서류 전형 면제, 포스코의 벤처창업 경험자·한국사 관련 자격증 소지자·봉사활동 경력자의 서류 가산점 제도, KT의 달인 채용 제도-마케팅(광고)·소프트웨어 개발·보안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거나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을 학벌·스펙·어학 점수에 관계없이 선발하는 제도-, 지방 거점지역 대학 출신 우수 인재 가산점 제도 등을 보면 스펙에 밀려서 굳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사하고 형평성이 고려된 것처럼 보인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재테크 하듯 ‘취업 포트폴리오’를 짜라
자신만의 현실 반영한 포트폴리오 짜라

현실은 어떨까. 과연 인문학책 몇 권을 읽은 경험으로 스펙을 능가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가 가능할까. 창업 경험과 직무 관련 경험이 어느 정도 돼야 달인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까.

이런 채용 제도가 스펙을 새롭게 정의할 수는 있어도 공급과 수요가 무너진 채용 시장에서 눈높이를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즉 스펙 위주로 채용하던 시스템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숫자 스펙을 올리는 과열 현상을 줄이게 하는 터닝포인트는 될지언정 채용 인원 숫자를 크게 늘게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할 때 눈높이 조정을 통해 ‘한발 물러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막연한 열정을 내세우란 것도 아니다. 재테크를 하듯이 현실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재테크는 자신이 가진 리소스, 즉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와 투자 시기, 업종 분위기, 경기 등을 충분히 파악해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취업도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스펙 자원(resource) 및 목표 직무와 기업에 대해 ‘시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야 한다.

앞서 소개한 설문조사에서 ‘만약 하반기 취업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는 ‘눈높이 조정’이 35.1%, ‘스펙 향상’이 22.9%, ‘구직활동 지속’이 22.1%로 나왔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소수의 대학생만이 취업 준비로 포트폴리오 구축과 같은 전략 세우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펙으로 점철되고 있는 취업시장에서 눈높이를 낮추는 단순한 취업 전략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목표 기업·직무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로 커리어테크(career-tech)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우곤의 잡 멘토링] 재테크 하듯 ‘취업 포트폴리오’를 짜라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