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단어가 등장해 미디어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세대와 직업, 지역마다 달리 쓰는 표현이나 단어까지 더하면 작은 한반도에서도 서로가 잘 모르는 언어가 수없이 많은 셈. 특히 대학 사회는 다채로운 언어로 가득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모인 데다 전공별로 사용하는 말 또한 다르기 때문. 또 각 학교의 학생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명소와 은어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캠퍼스에서 오가는, 서로가 잘 모르는 단어와 표현, 이름하여 ‘2012 캠퍼스語’를 총정리했다.

Part1 대학별 용어
우리 학교 학생만 알아!

어느 학교에나 그 학교 학생들만 아는 은어나 명소가 있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내공이 없으면 알 수가 없는 말들이다. 역사나 특징에서 유래했거나 약어로 희한한 명칭이 만들어진 경우가 꽤 많다.



한양대
싸군 : 제1공학관 옆에 있는 편의점 ‘사자가 군것질할 때’의 줄임말.

백남 : 한양대 중앙도서관인 ‘백남학술정보관’을 지칭.

일오팔, 팔팔 : 한양대역에서 인문과학대학까지 올라가는 계단과 사회과학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을 지칭. 계단 수가 각각 158개, 88개라서 이름 붙여졌다.

정력계단 : 인문대와 의대로 이어지는 사이에 있는 계단. 올라가는 데 너무 힘들어 온 정력을 쏟는다고 한 데서 유래됐다.



고려대
입실렌티 : 5월 말에 열리는 고려대 축제의 명칭. 응원 구호에도 등장하는데 ‘입실렌티 체이홉 카시코시 코시코 칼마시 케시케시’로,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연세대
아카라카 : 연세대 축제의 명칭. 로마 시대의 한 장군이 개선할 때 외쳤던 승전 구호에서 기원한다. 응원 구호는 ‘아카라카칭(아라칭) 아카라카쵸(아라쵸) 아카라카 칭칭 쵸쵸쵸 (아라칭칭쵸쵸쵸)’.



강원대
미광 : 강원대 내 휴식 공간인 ‘미래광장’을 줄여서 부르는 말.

고자상 : 미래광장에 있는 청동 동상. 남자 동상인데 성기 부분이 없어서 ‘남자인데 남자가 아닌 동상’이라는 이유로 이름 붙여졌다.

강라 : 강원대 커뮤니티 사이트로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의 줄임말. 학교생활 관련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사이트다.

노인정 : 경영대 앞 휴식 공간. 예전부터 복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노인정’이라고 부른다.



동국대
헐떡고개 : 남산 기슭에 위치한 동국대의 애칭은 동국마운틴. 그중에서도 학림관 앞 헐떡고개는 올라갈 때 숨이 헐떡거린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국민대
지하세계 : 국민대 앞에 술집이 모여 있는 거리를 지칭하는 말.



부경대
파라다이스 : 부경대 대연캠퍼스 건물 옆에 사람들이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휴식처를 지칭하는 말.

노르웨이 숲 : 본관 옆에 숲과 벤치가 있는 공간이 낭만적이어서 이름 붙여짐.



영남대
홍만이 : 중앙도서관 메타세쿼이아 길 앞에 있는 큰 동상. 큰 체격으로 유명한 최홍만 선수의 이름을 딴 것이다.

거울못 : 영남대 생활과학대학 앞 연못. 워낙 물이 맑아서 얼굴이 다 비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실상 ‘흐린못’이라는.



부산대
전소 : 부산대 내 건물인 ‘정보전산원’을 지칭하는 말. 옛 이름 ‘전자계산소’에서 유래됐다.



숭실대
바람계곡 : 숭실대 형남공학관 앞의 오르막길을 부르는 말.

고민거리 : 학교 앞 식당가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짐.




Part2 전공별 용어 대사전
네가 전공 은어를 알아?

전공 공부의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는 사이만 나눌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풍자와 해학이 있고, 때로는 가슴을 짠하게 만들기도 하는 은어들. ‘떨턴’과 ‘씨파’ 뒤에는 눈물이 숨어 있다.


의과대학
떨턴 : ‘떨어지다+인턴’의 줄임말로 지원한 과에서 떨어진 인턴을 의미.

에이턴 : 인턴 과정의 성적이 A인 학생으로 성적이 우수한 인턴을 지칭.

국시 : ‘의사 국가시험’ 또는 ‘의사 국가고시’의 줄임말.



체육학과
싸쓰 : 축구, 복싱 등에서 필요로 하는 ‘싸이드 스텝(Side Step)’의 줄임말. 체대 입시 필수 종목으로 꼽힌다.

백미 : ‘100m 달리기’의 줄임말.

전집 : 기합 받을 때 사용하는 단어로 ‘전체 집합’의 줄임말.

탈집 : ‘탈의실 집합’의 줄임말.

멀뛰 : ‘멀리뛰기’의 줄임말.

제멀 : ‘제자리 멀리뛰기’의 줄임말.



연극영화학과
가이다마 : 촬영 준비 기간에 주인공 대신 앉아 있어주는 대역. 일본어 ‘바꾸다’라는 의미를 지닌 카에루[동사]에서 온 단어다.

스트라이크 : 촬영이 다 끝난 후 ‘무대 해체’를 의미하는 말.

무감 : 무대의 전체적인 기술을 담당하는 ‘무대감독’의 줄임말.

짜친다 : ‘유치하다’ ‘촌스럽다’ ‘세련되지 못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연극영화학과 내의 형용사. 일본어 형용사 ‘짜치이’에서 온 단어.

헌팅 : ‘장소 섭외’를 의미.



경제·경영학과
씨파 : 공인회계사 시험 ‘CPA’를 지칭하는 말. ‘C(씨)+PA(파)’라고 부름.

미경시 :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함께 이르는 말. ‘미시+경시’.



국어국문학과
술문과 : 보통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술+국문과’를 줄여 부르는 말.


talk talk
“왕십리에서 놀다가 수업시간이 몇 분 안 남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정력계단’을 통해 강의실로 갈 수밖에 없다. 오르고 나면 힘이 다 빠져서 수업시간에 졸곤 한다. 그래도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김지윤 한양대 국어국문 2)

“새내기 때 복학생들의 전용공간 ‘노인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복학생. 노인정에서 머무를 생각을 하니 쓸쓸한 느낌이 든다.” (김기윤 강원대 경영 2)

“공강일 때마다 학교 앞 ‘고민거리’에서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곤 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고 보니 고민거리보다는 학식(학교식당)이 최고다.” (조경아 숭실대 독어독문 3)



글 최새롬 대학생 기자(한양대 국어국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