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실패에 휴학 결정하기도
‘빌넣’ 신조어까지 등장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양수연 대학생 기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중요한 학사일정 중 하나가 바로 수강신청이다.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도 수강신청을 하는 과정과 수강신청 시간표 여석 문제로 발생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대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집 근처 PC방이나 인터넷 사양 속도가 빠른 곳으로 달려간다. 대학 서버 시간과 똑같이 맞춰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크로를 돌리기도 한다. 수강신청 클릭 한 번으로 한 학기의 계획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도 왜 듣고 싶은 수업은 못 듣는 걸까” “왜 인터넷 속도가 수강신청 성공을 좌우할까”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또 교수님께 빌어야 되는 건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tvN)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제공=tvN)
대학교 수강신청 방법은 학교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강정정기간에 여석이 생기기를 기다리거나 담당 교수에게 메일을 넣는다. 일명 ‘빌넣(빌어서 넣는다의 줄임말)’로 담당 교수에게 “수강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직접 비는 것을 말한다. 교수의 재량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 학생들은 불만을 품은 채 수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다른 수업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휴학을 결정하는 학생들도 있다.
아주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강신청 관련 글. (사진=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아주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강신청 관련 글. (사진=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학교 측 “학생들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학생들의 불만을 학교 측에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학생들의 많은 수요를 다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수강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과반수는 선착순 수강신청을 원했다. 대학교에서도 매번 새롭게 열리는 개설 과목의 실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대략적으로라도 개설과목의 실제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과거의 수강신청 현황을 파악해 여석을 책정하는 식이다. 매년 학생들의 재수강이나 휴·복학 등으로 예측을 벗어난다. 교육과정 또한 매년 여러 가지 이유로 개편되기 때문에 개설 과목도 그에 따라 개편이 이루어져 변화가 적지 않다.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대책은 당연히 모두가 듣고 싶은 수업을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는 추가 개설이다. 추가 개설은 학생 수, 교원 수, 강의실 수 등 전체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많다. 많은 학교들은 예비 수강신청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예비 수강신청은 학교마다 칭하는 용어와 진행은 다르지만 수강신청의 실패를 막기 위한 목적은 동일하다. 예비 수강신청은 수강신청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우선으로 들어야 할 수업을 담아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아주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강신청 관련 글. (사진=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아주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강신청 관련 글. (사진=에브리타임 화면 캡처)
수강신청, 이렇게까지 해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강정정기간에 누군가의 취소로 인해 여석이 생기면 바로 신청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기다린다. 친분이 있는 동기들과는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에서 실시간 채팅을 하며 수업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악용해 현금거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명 ‘강의 매매’라고 불린다. 현금이 아닌 다른 어떤 수단이라도 팔 생각이 있다면 개인에게 연락을 해 사례를 주고받는다. 꿀 강의로 소문난 수업이거나 학생의 중요도에 따라 금액은 점점 올라간다.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에 육박한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강의 매매는 계속될 것이며 일일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다른 방식은 ‘매크로’다. 매크로는 ‘마우스나 키보드 등에 동작하는 순서를 미리 설정해 클릭 명령만으로 모든 설정된 명령을 자동 실행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매크로는 게임이나 티켓팅, 쇼핑 등 다양하게 많이 이용된다. 매크로는 불법이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딱히 제재수단이 없다. 학교 측에서는 매크로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 코드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보안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방지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시스템을 더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4-3-2-1학년 순으로 수강신청 일정을 달리해 학년이 높은 순으로 중요도를 두어 먼저 열어준다. 교수의 재량으로 학생들의 수를 더 수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해 보이고 합리적이지만 교수가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는 한정적이다. 또한 무리해서 학생들만의 입장을 고려해서 수용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주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임 모 씨는 “수강신청 이슈는 딜레마처럼 우리들에게 큰 문제지만 학생은 많고 교수님들은 정해져 있어서 해결하기는 힘들 것 같다. 원하는 수업을 듣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겪게 될 고학년이 먼저 수강신청을 하는 건 좋은데 그것 또한 들을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개선점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비대면이면 강의실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에 인원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는 대책이 부족하지만 학생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