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정 대표의 스타트업 PR 이야기

[한경잡앤조이=태윤정 선을만나다 대표] “회사를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제가 노출되는 것을 싫습니다. 야놀자도 이수진 대표 대신 김종윤 대표가 기사에 나오고 쿠팡도 김범석 의장 대신 강한승 대표가 나오잖아요. 저 대신 내부 스텝을 대표로 나가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우리에게 홍보를 요청한 모 스타트업의 대표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생활이 보호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 대표의 조건이었죠. 물론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아직 미디어에서 존재감도 미미한데 언론 노출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니 어디에서부터 이분을 설득해야 할지, 아주 강력한 허들이 생겨버린 셈입니다.

아마도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서는 이런 생각을 갖는 분들이 종종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분들에게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유니콘기업 정도가 아니라면 솔직히 미디어에서는 이른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듣보기업’입니다. 그리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 유니콘 스타트업 정도처럼 시장의 검증이 된 상태도 아니고요.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자들은 창업자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서 기사에 실어도 되는지 일종의 검증을 합니다. 저희는 이것을 흔히 ‘간을 본다’고 표현하는데요. 이 과정을 몇 번 거치고 기사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에서 인지도가 생겨나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기존에 없던 혁신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입니다. 오랫동안 여론의 검증을 받아온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는 창업자를 통해 기업이 가진 철학과 성장의 성과, 비전을 읽고 싶어 하죠. 사람을 통해 기업을 읽고자하는 셈이죠. 따라서 창업자가 곧 기업 그 자체이자 메신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기업 자체이거나 메신저가 될 자신이 없다면 홍보를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읽어야 할 대상과 주체가 사라지게 되면 미디어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신뢰 이미지로 이어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간혹 스타트업이 성장하게 되면 공동창업자가 메신저(홍보업계에서는 spoke person이란 표현을 합니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 되려면 적어도 미디어에서는 누구나 다 인정하고 알고 있을 정도의 위치가 돼있어만 합니다. 만일 아직 이정도의 위치가 아니라면 더욱 분발해서 성장해야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업계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해야 할 세 가지가 PR(public relations)과 HR(human resources), IR(investor relations)인데, 이중 PR과 HR을 잘하면 IR은 저절로 된다고 얘기합니다.

그만큼 PR이 중요하다는 역설이자 대표가 메신저로 역할을 잘 해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희 고객사 중 절반이 내년과 후년에 IPO를 준비하고 있고, 경제단체와 IT관련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대표들이 다수입니다. 2개월 치 스케줄이 거의 다 차있을 정도로 바쁜 분들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업의 성장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B2B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에는 전통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 수주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또한 인재 채용 전쟁 중인 스타트업에게는 채용의 1차 관문이 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곧 기업이고 메시지입니다. 자, 이런데도 숨고만 싶으십니까?

“적어도 PR은 대표님이 직접 하셔야죠?” [태윤정의 스타트업 PR insight]
태윤정 대표는 15년 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2008년 홍보대행사 ‘선을만나다’를 설립해 정책홍보 프로젝트 등을 맡았다. 2015년 스타트업 전문 홍보대행사로 전환, 현재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AC, VC 등 스타트업 전문 홍보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 - < 홍보의마법, 스타트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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