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주택, 살아보니 어떠냐고요? 솔직담백한 주택의 장단점

△한강뷰 고층 타워가 부럽지 않은 노을 맛집.
△한강뷰 고층 타워가 부럽지 않은 노을 맛집.
[한경잡앤조이=김민경 밀리의서재 매니저] 겨울이 끝났다. 한파가 계속 되어 수도관이 동파될까봐 겨울 내내 노심초사하던 것도 이제 끝이다. 꽤 다사다난했던 첫 번째 겨울에 비하면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그동안 몇 차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이제 좀 주택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어느덧 주택살이 3년차, 주택에 오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첫 번째는 LP를 들을 때다. 결혼 전 본가에 부모님과 오빠가 모아둔 LP가 있었는데, 그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겐 구시대적 유물 그 자체였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문득 LP 생각났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20년 된 레트로한 집에 레트로한 취미가 잘 어울리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제야 본가에 가서 먼지 쌓인 LP들을 뒤져보니, 이문세, 김추자, 서태지와 아이들 등등, 세월 속 명반들이 있었다.(힙하다 힙해!) 작동법도 모르는 내가 LP에 턴테이블, 스피커까지 한꺼번에 모셔와 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신세계가 펼쳐졌다. 아날로그 음질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늦은 시간 눈치 보지 않고 듣는 음악의 맛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한 면을 다 듣고 판을 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참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주말에 집콕할 때 버티게 해준 오할 정도는 LP 덕이라 하겠다.
△우리집 감성을 담당하는 LP존.
△우리집 감성을 담당하는 LP존.
층간소음 걱정을 덜게 된 건 정말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아파트에 살 때는 늦은 시간,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리기가 눈치 보였다. 퇴근하고 오면 집안일이 쌓여 있지만 소리가 크지 않은 것 위주로 처리해야 했다. 그땐 늦은 밤에 하는 샤워도 신경이 쓰였으니···. 지금은 확실히 삶의 질이 달라졌다.

1, 2층으로 공간 분리가 되는 점도 좋다. 남편과 함께 집안에 있어도, 서로 해야 할 일이 있거나 취미생활을 하고 싶을 땐 각자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장소로 흩어진다. 집중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되고, ‘따로 또 같이’ 생활하기도 좋다. 아파트는 대부분 거실을 통해 모든 방들이 연결되다보니 각 공간의 사생활이 보장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에 비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공간마다 시야적으로 분리 되어 있어 신경이 덜 쓰인다. 주택이 가진 개성 있는 공간 설계의 장점이 아닐까.

하늘을 보면서, 마당의 식물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것도 큰 힐링이다. 이사 오기 전에는 베란다가 ‘앞 동 뷰’였기 때문에 자연 풍경을 볼 일이 별로 없었다. 집에 있으면 핸드폰을 보면서 무의미한 시간 죽이기를 반복하곤 했다. TV에서 봤는데, 그게 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방식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주택에 살게 되니 고개만 들면 하늘이고, 나무였다. 재택근무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출근과 퇴근 모두 집안에서 이뤄지니 번 아웃 되는 기분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일과 후 억지로 몸을 일으켜 동네 산책을 했다. 푸릇푸릇한 논 위로 서쪽 하늘에 걸린 노을을 멍하니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동시에, 내가 그토록 아등바등 매달려 있는 일들이 사실은 그리 큰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의 여유가 주는 힘은 그렇게 의외로 컸다.

“주택에 살아보니 어때?” 걱정 반 호기심 반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살아봤더니 살만하더라. 그게 우리의 결론이다.

“아파트에 비해 여백이 많아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또 그 여백 덕에 숨통이 트여요. 그래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요. 자고로 길을 아는 사람과 길을 가본 사람은 다른 법이랬어요. 자, 주택살이 한번 도전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김민경 씨는 겁도 많고 꿈도 많은 직장인이다. 읽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독서 콘텐츠 플랫폼 회사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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