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스타트업인들, 물지 않습니다 많이 물어보세요
[한경잡앤조이=김하경 트래블월렛 마케팅 팀장] ‘스타트업 버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은 스타트업의 홍수 안에 살고 있는 듯하다. 내가 처음 스타트업에 발을 들인 2018년만 해도 주변에 스타트업 다니는 사람은 드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트업이 하나 둘 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만큼 인력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업계와 직무를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거나, 최소한 한 번쯤 고려해보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국내 노동 가능 인구 중 최소 절반쯤은 스타트업으로의 취직 혹은 이직을 인생에서 한번 고민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글은 출발했다. 지인들 중에서는 내가 고작 몇 년 더 빨리 시작한 게 뭐라고 스타트업 취/이직 고민을 나에게 많이 털어놓는다. 막상 들어보면 고민의 지점이 그리 다르지 않다. 본인이 처한 특수성만 제외하면 질문의 본질은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매번 같은 말을 해 줄 바에 그냥 글로 남겨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내가 스타트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름의 영업비밀을 푸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사실 나름대로 4-5년간 다사다난한 시간들을 보내서 온몸으로 고통스럽게 학습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막 공개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년 더 일찍 발 담은 사람의 몫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당신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 중이라면, 당신의 주변에 스타트업을 다니거나, 혹은 스타트업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기자, 투자자, 교육자, 리크루터, 기관 종사자 등)에게 직무나 업계 상관없이 일단 의견을 묻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운이 좋다면, 나 같은 오지라퍼를 만나 업계나 회사, 혹은 투자사에 대한 다각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 내 지인의 지인이 거기 회사 다니는데. 물어봐 줄까?”라는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기회들을 기꺼이, 다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서로 묻고 묻는 문화는 스타트업에 무척이나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어서,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그다지 민폐는 아니다. 물론 기본적 예의나 감사 표시는 하는 것이 좋겠지만, 물어보는 것이 실례 혹은 귀찮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만약,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지인이 없다면, 당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들을 소개한다.
1. 이직 고려하는 분야 관련 회사 리스트업
2. 리스트업 한 회사와 해당 회사에 재직 중, 혹은 재직했던 사람들을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에서 팔로우
3. 링크드인,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오지라퍼들에게 진심과 정중함을 담아 메시지
먼저, 해당 업계(도메인이라고도 부름)에 대한 회사들에 대한 팔로업이 되어있으면 좋다. 다른 경쟁사들은 어떤 식으로 이 업계에 접근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플레이어들을 알아야 하므로 할 수 있는 나름대로 적게는 2-3곳, 많게는 10곳 정도의 회사를 찾아본다. 10곳까지 안 나오는 경우는 도메인을 조금 넓혀 비교가 될 만한 다른 분야로 시야를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10곳에서 끝나지 않고 많게는 20곳, 30곳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습득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 감당할 수 없게 되므로 어느 정도 추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회사에 대한 리스트업이 끝났다면 해당 회사들을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에서 검색한다. 회사 페이지가 있다면 팔로우하고, 그 회사에 재직 중이거나 혹은 과거에 재직했던 사람들을 팔로우한다. 그럼 자주 활동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직무나 업계에 대한 소식들을 종종 올리게 되는데, 현업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으므로 본인이 가졌던 호기심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을 가지고 이 사람들을 주시하다 보면, 어떤 사람들이 오지랖 성향이 강한 지 보인다. 그들은 특히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으며, 본인이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이 되는 것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당신의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는 높은 확률로 긍정적 답변을 얻게 된다. 본인에게 호감을 주는 이런 몇 명의 사람들에게 진심과 정중함을 담아 ‘해당 분야로 이직을 고려 중인데 아주 잠깐만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라던가, ‘잠시 커피 챗을 요청드려도 되나요?’ 식의 제안을 해보자. 정중함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움직이는 건 ‘진심’이다. 이들은 간절한 사람에게 너무나 약하다. 당신이 간절하고 진심이라면, 꼭 누군가 하나는 답변을 해 줄 것이다. 꼭 유명하거나,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에게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어쨌거나 현직에 있는 사람은 평범해 보인다고 한들 당신보다는 이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가능성도 크니까.
이미 이 글을 읽고 “저렇게까지 한다고?”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아마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도 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커리어에 주는 영향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특수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게 소위 이야기하는 ‘스타트업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문화가 당신에게 피곤함보다는 호기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어서 오세요. 스타트업으로. 김하경 씨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성장과 상생을 추구한다. 현재 시리즈 B의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총괄을 담당하고 있으며, 마케팅을 비롯해 개발, 기획, 사업, 재무, 인사 등 모든 분야에 대한 탐구를 사랑하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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