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루닛 대표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암 정복’을 꿈꾸는 루닛은 2013년 의료 AI기업으로 태동했다.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미국 헬스케어 VC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격적인 저변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루닛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서범석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카이스트 출신 공동창업자가 창업한 국내 1호 딥러닝 기업이다.지난해 루닛이 ‘코리아 AI스타트업 100’에 선정되면서 AI기업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작년에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 헬스케어 기업부문에 선정돼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받고, 루닛의 최신 의료 AI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업공개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저희 루닛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루닛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제품은 AI 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AI 암치료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Lunit SCOPE)가 있습니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 분석을 통해 폐 질환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인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암 진단 보조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 MMG로 나뉩니다. CXR은 흉부 엑스레이 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9가지 폐 질환을 99%에 가까운 정확도로 검출하고, MMG는 유방 촬영술 내 유방암을 96% 정확도로 검출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루닛 스코프는 AI로 암세포 조직을 분석해 환자의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데요. AI를 통해 조직 슬라이드의 전체 영역을 빠르게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면역항암제 등 치료제를 제시하는 ‘바이오 마커’ 역할을 합니다.”
업계에서는 ‘루닛 인사이트’, ‘루닛 스코프’가 의료 현장에서의 AI기술 도입을 빨리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루닛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루닛의 성공 비결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 그리고 의학 전문성,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환경 조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의 강점이자 차별점은 카이스트 출신의 공동창업자를 주축으로 한 AI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 AI제품 개발을 위한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구축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글로벌 AI경진대회에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또 다보스포럼 및 CB인사이트 등 세계적 평가기관에서 선정하는 우수 AI기업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의료분야 특성상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신가요.
“저희의 강점 중 하나가 국내 가장 많은 수준인 12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고, 영상의학 및 종양학 관련 세계적인 석학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보유하고 있죠. 이를 통해 150편이 넘는 연구논문 및 초록을 국제학술지와 글로벌 학회에 소개하고, 해외 80여 개의 의료기관과 연구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창업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많이 이뤘습니다. 어떤 성과가 있는지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무엇보다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 개발을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요. 실제 루닛의 X-Ray 및 유방 촬영술 영상 분석 솔루션을 통해 놓쳤던 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저희 제품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면에서는 2019년 매출 2억 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14억 원, 2021년 66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2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 중인데요. 내년 상반기에는 암 치료 결정 가이드 역할을 하는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의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한 매출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에서 스타트업으로 전향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카이스트를 다닐 때 암에 관심이 많았어요. 생물과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 분야는 의학이 주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곧바로 의대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이후 암 연구를 비롯해 관련된 비즈니스에 대해 관심이 많아 자연스레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인공지능기술이 처음 화두가 되기 시작했을 2015년에 이 기술이라면 의학 분야를 혁신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특히 복잡한 암의 진단 및 치료영역에서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2016년 루닛에 의학총괄이사로 조인하게 됐죠.”
루닛의 성장세와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스타트업 운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테이지에 맞게 성과를 이루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바꿔나가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 답게 미래에 대한 큰 포텐셜을 제시해야 하고, 구성원들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 밟았던 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도 스타트업, 그리고 루닛이 겪고 있는 고충일 듯 싶습니다. 간혹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웃음)”
최근 국내 AI기술 및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AI시장, 그리고 국내 의료 AI기업은 어떻게 성장할 것으로 보시나요.
“의료는 근본적으로 데이터 기반 산업입니다. 의료진이 의사결정을 하게 될 때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결정하는데, 의료데이터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AI기술은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죠.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은 의료의 기본이 되고 시장 확장성도 크다고 봅니다. 그간 많은 AI스타트업이 생겨났는데 앞으로는 옥석을 가리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생존여부는 결정될 것입니다.”
향후 루닛이 이루고자 하는 계획 또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의료데이터가 증가하면 할수록 의료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AI는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의료의 미래입니다. 루닛은 모든 암 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 진단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해 매출을 확대하고, 국가별 인허가를 통해 판매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또 2대 주주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가던트헬스와 협업을 강화해 향후 새로운 암 검진 및 진단법을 발굴하고 나아가 AI바이오마커 기반의 글로벌 신약개발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