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정책, 현실에서는 실효성 없어···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 수업, 수업하기 더 어려워져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이아연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기간 동안 ‘원격수업 중인 교사의 얼굴을 캡처해 교사 이모티콘을 만들어 유포하고 욕설하는 사례’, ‘성희롱 채팅’, ‘외모 품평’ 등 온라인상 교권 침해는 계속해서 발생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내용으로 음식 섭취, 부적절한 복장, 수업과 관련 없는 화면이나 글 공유 등 ‘수업 방해’가 72.0%로 가장 많았고, ‘수업 지시 불이행’도 61.8%로 높게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다. 원격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개입에 의한 교권 침해도 심각해졌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교사 10명 중 4명이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간섭’(55.3%)과 ‘다른 교사 수업 활동과 비교하는 민원’(54.1%)이 주를 이루었다.
초등학교 교권 침해, 중·고등학교보다 더 심각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사한테 꾸지람을 들었을 때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아동학대라 생각해 고소나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법적 대응뿐 아니라 학교를 찾아와 폭언·협박 심지어 교사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교권 침해는 부모들과의 소통 문제에서 많이 발생해요. 학생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학생과의 일도 학부모들과 상의해야 하고 학부모들은 집에서 학생 말만 들으니까… 부딪히지 않으려면 학생들에게 최대한 좋은 말만 해야 해요.”
강릉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ㄱ씨(61)는 4년 전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의 소통에 부모의 개입이 상대적으로 많은 초등학교 특성상 학부모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교직 경력이 짧다면 교권 침해 피해는 더 심각해진다. 3년 전 충남 서산의 한 초등학교로 임용된 ㄴ씨(31)는 “초임 교사들은 교칙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학생들, 학부모들에 대한 경험 또한 적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들여다보니 교직 경력이 짧을수록 교권 침해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전교조에 따르면 경력 20년 이상(42.2%) 교사보다 10년 미만(67.1%) 교사들이 교권 침해 경험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5월 전교조가 진행한 ‘교권 보장 실태와 과제’ 설문에 따르면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한 교사(유·초·중·고 교사 2,513명)의 81.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학교 급별로 살펴보면 유치원 89.1%, 초등학교 85.5%, 특수학교 83.0%, 중학교 76.3%, 고교 76.1% 순으로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 급이 낮을수록 학생 및 학부모 민원 대응의 어려움이 크고, 이는 관리자의 갑질과 비민주적 학교 운영으로 인한 어려움이 큰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유치원과 특수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어리거나 장애가 있기 때문에 교사가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관리자와 학부모의 요구가 높다는 주관적 응답이 많았다. 교사들 대다수가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고, 갈수록 교사로 일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참고 또 참는 교사들, 현실적 대처 어려워
사진1 캡션 : 교권 침해 사건을 교장, 교감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가 (출처 : 전교조 제공)
사진 2 캡션 : 교사들은 교사노조나 단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출처 : 전교조 제공)
정 대변인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교사에게 어떠한 교육적 권한도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초·중등교육법은 단위 학교의 학생에 대한 교육, 평가, 지도, 징계 등 모든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지 않고 학교장에게 부여한다. 하지만 학교장이 나서 학부모 응대를 통해 상황을 정리하고, 교원을 보호하는 등 교실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실상은 ‘학급에서 일어난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느냐’는 교장의 질타를 듣거나, 학부모 민원 혹은 소송까지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교내 체벌 부활, 교권 침해의 해결책 될 수 없어
일각에서는 교권 침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교내 체벌 부활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학생 인권 존중이 공교육의 중요한 목표임과 동시에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 대변인은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의 고의적인 수업 방해,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대한 불이행이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선진국들의 경우 학생이 수업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방해할 때 해당 수업 배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배제에 불응할 경우 강제 조퇴 조치, 학부모 소환, 출석 정지 등 강력한 방법 또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학생은 인권 보호 차원을 넘어 학교 운영 참여의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학생의 권리를 인정하는 한편, “다른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교사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학생 책임’ 또한 최소 범위 내에서 법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된 모르쇠, 이제는 달라져야 해”
정 대변인은 교권 침해의 해결책으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수업 배제 권한, 교육권 강화, 핵심 교육 당사자들의 상호존중을 언급했다. 수업 배제 권한은 긴급한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수업상태로 신속히 회복하기 위함으로 고의적인 수업 방해를 멈추지 않아 생기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교육 당사자인 학생, 교사, 보호자의 권리와 권한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 자치의 실현 또한 시급하다. 우리나라 교육 관계 법률은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실효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본적 권리와 권한이 없는 학생, 교사, 보호자들이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 대변인은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법령을 정비하라는 전교조의 주장에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며 ‘정부의 변화’를 강조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교육활동 방해 행위를 방치한다면 안전한 교육활동은 영영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법 정비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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