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성장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옵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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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김지은 채널코퍼레이션 비즈옵스 리드] ‘비즈옵스(Biz-Ops/Business Operations)’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직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처음 들어보는 포지션이 아닐까 싶다. 필자도 약 4년전쯤 우연히 비즈옵스를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당시 상사에게 비즈옵스가 유망해보여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이 비즈옵스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업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직무다. 빅테크 기업으로 알려진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채용공고에서도 비즈옵스(Biz-Ops) 포지션을 찾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즈옵스는 어떤 직무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제 해결사’다. 제품,세일즈,마케팅,재무,운영 등 기업 전반에 비효율적인 문제가 있을 때 비즈옵스가 나서서 꼬인 매듭을 푸는 역할이다. [문제해결사, 비즈옵스]에서는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비즈옵스를 경험한 나의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퍼포먼스마케터에서 비즈옵스로 바뀐 계기
사실 처음부터 비즈옵스라는 포지션에 채널코퍼레이션에 지원했던 건 아니다. 이 회사에서 원래 직무는 퍼포먼스 마케터였다. 마케터지만 데이터 보는 걸 참 좋아했던 나는 훌륭한 마케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콘텐츠를 센스있게 만들어내는 감각이 꽤나 떨어졌다…) 되려 데이터베이스 관리 언어인 SQL을 열심히 공부했고, 사내에서도 팀의 지표 관리를 자연스럽게 맡고 있었다.

2년 전 우리 팀은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 유치를 원했다. 투자금은 물론,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중요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투자 유치를 위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IR 실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 무렵, 대표님의 눈에 우연히 야근하던 내가 보였고, 갑자기 라운지 한복판에서 영어 테스트를 해보고는 그 다음 날부터 IR 실무를 맡게 되었다.

마케터에서 IR실무를 맡은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팀이 원하던 글로벌 투자사를 포함해 총 7곳의 투자사로부터 2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투자 유치 과정을 요약해보면 ‘투자사가 돈을 주는 대가로 회사 경영권의 일부를 주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돈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회사라는 걸 ‘경영진과 함께’ 설득하고, 검토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들을 ‘재무팀’과 신속하게 정리해 전달하고, 투자 유치 과정의 법적 문서들을 ‘법무팀’과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마케팅팀’과 협업해 투자 유치 보도자료까지 언론사에 송고했다. 투자 유치와 관련된 일련의 프로젝트는 여러 팀과의 협업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돌이켜보면 IR 과정은 진정 비즈옵스 다운 업무였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투입돼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에게 비즈옵스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심어준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비즈옵스와 문제를 들여다보면 원만히 잘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느낌 말이다. 이 경험은 그 이후로도 회사의 성장에 굵직한 기여들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사장님의 앞잡이? CEO의 고민을 함께하는 동행자 ‘비즈옵스’
비즈옵스는 대체로 경영진들과 가까이서 일한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사장님의 앞잡이’라고 말 할 정도다. 경영진과 함께 비즈니스 전체를 조망하다 문제가 발견되면,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지만 현업 팀을 인터뷰하며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해결 가능하게 풀어내려 노력한다. ‘신규 채용된 영업 사원이 어떻게 최단 시간 내에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가격체계 개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외주 상담 비용을 얼마나 절감해야 할까?’ 등의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시장의 분위기와도 맞물려 더 비즈옵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가 더 많은 돈을 투입해 빠른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봤다. 하지만 작년부터 금리 인상과 함께 투자시장에 돈이 줄어들면서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기업 매출의 성장만큼 회사가 언제쯤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엑셀을 밟을지 브레이크를 밟을지를 경영자와 함께 고민하고, 결정된 방향대로 성공적인 실행까지 이어지게 하는 비즈옵스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니가 창업한 회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해?”
비즈옵스는 특공대 성향이 강해 KPI 측정 역시 참 모호하다. 결국 회사가 잘되면 비즈옵스도 잘한 게 아닐까. 목표가 비교적 모호하다 보니 되려 일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많이 쏟아내는 편이다. 종종 지인들이 “니가 창업한 회사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열심히 해?”라고 묻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왜 열심히 할까를 생각해보면 이 일의 과정에서 내 최종적인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창업이다. 나의 취향과 지향하는 가치가 듬뿍 담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 지금 나는 비즈옵스를 하며 결국 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의 본질은 ‘문제 해결’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과정의 종합 예술 같은 비즈옵스라는 업에서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그만큼 새로운 도전을 해볼 자신감이 생긴다. 경영자와 가장 가까운 시선에서 비즈니스를 보면서 말이다.
△김지은 채널코퍼레이션 비즈옵스 리드.
△김지은 채널코퍼레이션 비즈옵스 리드.
김지은 님은 채널톡을 서비스하는 채널코퍼레이션에서 Biz Ops 팀을 리딩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문제해결을 좋아하며, 비즈니스의 성장을 직접 만들어가는 감각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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