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꿈꿨지만…“너흰 엔지니어” 학과장 말에 방황
-슬럼프 겪지 않으려면 ‘명확한 목표’ 세워야
-‘이거나 해보자’는 도피성 도전은 금물
곽 씨는 지난해 유튜브 ‘미미미누’ 채널에 출연해 자신만의 공부법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해당 영상은 약 227만 회(지난 5일 기준)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원래 공부를 잘했던 분’,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지난 2일 곽 씨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곽 씨는 “(남들과) 똑같이 방황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꿈과 도전,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대 입학했으나 방황…“원치 않던 길을 간 게 아쉬워요”
사실 그는 과학고를 나와 서울대를 졸업한 남다른 스펙의 소유자다. 곽 씨는 “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힘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꿈을 좇지 못하고 방황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10살 때부터 줄곧 과학자를 꿈꿔왔지만, 부모님께서 돈 잘 버는 일을 하라며 물리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과학을 포기할 수 없었던 곽 씨는 오랜 타협 끝에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런데 개강 첫날 “너희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학과장의 한마디에 곽 씨는 방황을 겪게 됐다. 곽 씨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과학자’라는 꿈을 잃어버렸단 생각에 모든 게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작정 군대로 도망도 쳐보고 보드게임 사업도 해보고 언론고시도 준비했는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까 백수가 되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 후 급하게 취업을 준비한 곽 씨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도피성 취직’이었던 거 같다”며 “그렇게 17년을 월급만 바라보며 지냈다”고 전했다.
곽 씨가 마흔이 넘어서 의대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꿈꾸던 직업이 아니었으니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단 생각이 없었을뿐더러 많은 업무량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직업이라 해도 그게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수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슬럼프 만들지 않기’
시험공부를 하다 슬럼프를 겪는 이유는 대부분 망망대해를 걷는 좌절감 때문일 터. 세 번의 수능을 치르면서 슬럼프가 오진 않았냐고 묻자 곽 씨는 “슬럼프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명확한 목표 세우기’를 거듭 강조했다.
“수능이나 공시는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기에 사막을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온통 모래밖에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별자리가 보이면 자신이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저는 여기서 별자리를 ‘하나의 목표’라고 설정했어요.”
그는 “전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정해서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가령 한 달 동안 책 1권을 모두 풀겠다고 하면 하루에 몇 페이지씩 풀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계획표에 적힌 공부량을 매일 해치우다 보면 자신이 목표 지점을 향해 얼마만큼 걸어가고 있고, 그게 순항 중인지 아닌지가 보여요. 이렇게 하면 슬럼프가 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도피성 도전은 안 돼… “진정한 행복이 뭔지 생각해 보세요”
끝으로 곽 씨는 각자의 도전을 이어나가는 대학생들에게 “목적의식 없는 도피성 도전은 안 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성공한 사람 중에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클로버의 꽃말에 관한 얘기예요.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인 건 다 아는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놓치지 마세요. 또, 행복은 멀리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으니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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