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와이즐리에 특허침해소송한 도루코 상고 포기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와이즐리가 도루코로부터 제기 받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9일, 와이즐리에 따르면 도루코는 3월 7일 와이즐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특허침해 사건에 대한 취하서를 제출했다. 도루코가 처음 제기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오는 3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그 전에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을 받아낸 것이다.

이번 소송은 2020년 10월 도루코가 와이즐리에게 면도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도루코는 면도날을 기하학적으로 구부려 강성(剛性)을 높이고 면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특허를 보유했는데, 와이즐리가 유통하는 제품이 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와이즐리는 도루코의 특허 침해 금지 소송에 맞서 도루코의 기하학적 면도날 구조 자체가 무효라는 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이 제기됐을 경우 특허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와이즐리는 기하학적 면도날이 도루코만의 특허가 아니라 면도날을 구부렸을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모양이라고 반박했다. 즉, 도루코가 주장하는 특허는 그 자체로 무효이며, 따라서 와이즐리가 도루코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2021년 8월 특허심판원은 “얇은 금속판을 절곡(折曲)하는 경우 전면부가 돌출하고 배면부가 오목하게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물리 현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도루코는 항소했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특허법원 역시 2022년 10월 와이즐리의 손을 들어줬다. 도루코의 면도날 특허에 이전 제품보다 진보된 부분이 없다고 본 것이다. 도루코는 상고를 포기했고, 결국 면도날 특허 무효가 확정됐다. 또한 특허무효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도루코 측은 특허정정심판을 통한 특허 정정 시도를 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최근 기존 시장 질서에 변화를 주려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의 도전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려는 대기업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스타트업의 사업 자체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이런 법적 공방은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와이즐리 측의 설명이다.

전영표 와이즐리 부대표는 “이번 승소를 통해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품질의 생활용품을 초저가에 제공한다는 와이즐리의 사업 비전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제품을 초저가로 판매하며, 기존의 생활소비재 시장 질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