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동업자와 주주간계약서는 쓰셨나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을 만났어요. 대표님과 미팅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조금만 수정하면 성장성도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고민 끝에 투자 의사를 철회하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최근에 만났던 한 심사역의 이야기다. 정말 투자하고 싶은 팀이었지만, 알고 보니 공동창업자 사이의 갈등으로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약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공동창업자의 '잠수'는 그야말로 불가항력의 상황. 심사역의 말에서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공동창업자가 한 팀을 이뤄 시작하는 때도 상당하다.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점, 이질적 특성이 있는 멤버들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가사 사건 대부분이 "제 배우자가 이럴 줄 몰랐어요"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이혼 사건이었다면, 신입 변호사가 배정되는 민사, 형사 사건의 상당수는 "믿었던 동업자인데,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있을까요"라는 의뢰인들의 하소연에서 시작되었다.
‘왜 이제 와서 서로 고소·고발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진작 동업계약을 잘 체결했으면 여기까지도 오지 않았을 텐데.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라는 의문을 지우지 못하던 중, 결국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초기 투자사인 액셀러레이터(AC)의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변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투자를 앞두고 있는 공동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대표님을 만나면 늘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공동창업자분들과 주주간계약서는 체결하셨나요?" 이미 분쟁이 발생한 공동창업자분들을 만나면 드리는 질문도 동일하다. "주주간계약서는 체결하셨나요? 일단 주주간계약서부터 먼저 검토해야 할 것 같아요"
주주간계약서는 주식회사 주주들 사이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다. 주식회사를 함께 설립한 주주(공동창업자) 사이의 계약을 지칭하기도 하고, 창업자와 새롭게 주주가 될 투자자 사이의 계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투자자와 체결하는 주주간 계약은 투자계약서와 깊은 관계가 있기에 이 글에서는 공동창업자 사이의 계약으로 의미를 한정한다.
주주간계약서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주주간계약서는 사업이 잘 안되었을 때나 필요한 것 아닌가요?" "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벌써 고민하고 싶지 않아요. 사업이 잘되면 갈등도 없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이 성공적인 경우에도 주주간계약서가 추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던 중 매력적인 M&A(인수·합병) 제의가 들어왔을 때, 공동창업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또한 경쟁사로부터 공동창업자 중 일부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주주간계약서의 체결이다.
그렇다면 주주간계약서를 언제 작성하면 좋을까?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은 공동창업자가 주주가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법인 설립 시 함께 출자했다면 법인 설립 시,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여 공동창업자로 합류하게 되는 경우라면 주식 양도 시점이다. 이는 공동창업이라는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다면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이해관계가 포함될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주간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까? 실무적으로 공동창업자 사이에 작성되는 주주간 계약에 포함되는 주요 내용으로는 주주간 역할 분담, 근속의무, 경업금지, 주식 처분에 대한 제한, 공동매도권 또는 우선매수권, 위반시 효과 등이 있다. 경우에 따라 의결권에 대한 약정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주주간 계약의 내용은 공동창업자 사이의 지분 비율, 회사의 구조, 공동 창업자들의 의견, 기타 여러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작성할 필요가 있어 모든 회사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가능하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투자 유치 단계에서까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면 투자자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다. 경험이 많은 투자자는 공동창업자들 사이의 분쟁 등을 겪어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들은 이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시작한 커플이라기 보다는 이미 다양한 권리의무 관계가 내재된 사이라는 점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 사이에 가까우며, 만약 투자자들이 있는 상황이라면 마치 양육할 자녀들이 있는 부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동창업의 관계는 헤어지자고 말만 해서는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재산분할과 양육권과 양육비를 다투어야 하는 부부 사이에 가까운 것이다.
영원한 사랑 혹은 그리고 변치 않은 믿음, 더욱 더 깊어져 가는 신뢰의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유부남으로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배우자를 향한 나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기에, 때로는 관계에 있어서도 일종의 유효기간이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동창업자들의 사이도 마찬가지다. 성장곡선을 그리며 한평생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할 때도 있다. LG그룹과 GS그룹이 아름다운 이별을 하면서 각자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것처럼.
공동창업자들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만약 결별의 순간이 온다면 아름답게 헤어지기 위해서라도 주주간계약서의 작성을 한번 고려해보면 어떨까.
이현우님은 수년간 증권사 및 금융지주사 변호사로 근무하다, 2022년 4월 블루포인트에 합류했다.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액셀러레이터(AC)에서 기업의 유년기인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자 한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타트업 대표님이 마주할 수 있는 법률 이슈를 예방적 차원에서 함께 고민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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