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상륙하는 귀족풍 세단 ‘벤틀리’

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뉴스를 달고 다니는 스포츠 스타이자 패션 리더다. 9350만 유로(1130억415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한 그가 지인들에게 주는 선물은 언제나 파격적이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2004년 한 스페인 여성과의 혼외정사 스캔들이 터진 직후 이혼 위기에 직면한 그가 돌파구로 삼은 것 역시 선물이었다. ‘여자는 선물에 약하다’는 속성대로 그는 이혼 직전까지 간 아내 빅토리아와 그녀의 어머니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고급 차량을 선물했다. 자동차 수집광인 그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슈퍼 카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정한 선물은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벤틀리. 그는 아내 빅토리아에게 당시 17만 파운드(3억4000만 원)짜리 최고급 승용차인 벤틀리 아니지 T를 선물했고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8만 파운드(1억7000만 원) 상당의 벤틀리 GT를 선물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계획은 100% 적중했다. 물론 벤틀리를 선물했기 때문에 베컴이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는 유럽인들에게 벤틀리가 상징하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벤틀리가 올 하반기 드디어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팬텀과 함께 세계 3대 럭셔리 자동차 중 하나인 벤틀리가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됨에 따라 고급 수입 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벤틀리는 자동차의 본고장 영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로 유럽 귀족과 부호들의 애용품이다. 1912년 영국 귀족인 월터 오언 벤틀리가 생산한 벤틀리는 고전과 현대미를 조화한 디자인과 놀라운 주행 성능으로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원래 왕실을 비롯해 영국 귀족들이 애용하던 차는 롤스로이스였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값이 비싼 데다 다량으로 생산되지도 않아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었다. 월터 오언 벤틀리는 일반 귀족과 신흥 부호들이 탈 수 있는 격조 높은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으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의 계획은 적중했다. 월터 벤틀리는 소량 생산보다는 다량 생산으로 저변을 넓히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른바 바텀 업(Bottom-Up) 전략. 중·저가 자동차가 아닌 프리미엄급 자동차를 표방하면서 신흥 부호들의 입맛에 맞춘다면 고급 자동차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벤틀리의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던 중 60년대에 접어들면서 벤틀리 역사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경쟁 차종인 롤스로이스가 고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면 벤틀리는 현대적인 느낌의 스포츠카 이미지를 표방했던 것. 이러한 전략은 60년 미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번쩍이는 표면과 날개 모양의 엠블럼, 그 가운데 자리 잡은 선명한 B자 마크, 격자무늬로 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벤틀리의 상징이자 패밀리 룩으로 할리우드 스타들과 세계적인 부호들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벤틀리 차종은 대표적 모델인 컨티넨탈과 아니지 등이다. 1952년 개발된 컨티넨탈은 오늘날 벤틀리의 성공을 있게 한 대표 차종이다. 1952년부터 55년까지 3년간 판매된 R-타입은 판매 당시 고전미와 현대미를 고루 갖춘 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6개 실린더로 구성된 엔진을 탑재한 S-타입이 생겨날 때까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후 수많은 실험을 거쳐 탄생된 것이 2도어 형식의 쿠페 컨티넨탈 GT로 W12 6.0리터 552마력 터보 엔진을 장착했으며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미국에서의 판매가격은 16만 달러(약 1억5144만 원). 최고시속이 290km로 6리터 트윈 터보차지와 12개 실린더로 구성된 터보 엔진이 장착돼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부터 시속 100km까지 5.2초 만에 도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인승 쿠페인 컨티넨탈 GT는 6단 변속기어로 주행 여건을 기억해 추후 생길 수 있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북미프로미식축구(NFL) 스타인 하인스 워드가 즐겨 타고 있으며 차 값은 3억 원을 호가한다. 아우디 A8, 폭스바겐 페이톤 W12 엔진과 기본 구조가 같다. 최대 출력은 일반 승용차의 두세 배 수준으로 500마력이 넘는다. 오픈카 스타일의 카브리올레 컨티넨탈 GTC도 인기다. 아니지는 4도어 5인승 스포츠 세단으로 사양에 따라 R와 RL, T 등 3가지 타입이 있다. V8 6.75리터 400마력 터보 엔진을 얹었으며 4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해외에서는 21만~23만 달러(약 1억9877만~2억177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 초호화 컨버터블로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인기 있는 아주어가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2006년형 아주어는 화려한 궁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넓은 실내 공간이 자랑이다. V8 엔진에 트윈 터보차지, 최고 마력은 875Nm이다.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대략 40만 달러(약 3억7860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벤틀리 역사상 가장 빠른 4도어 4인승인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는 1957년형 컨티넨탈 쿠페의 세단 버전으로 W12 6.0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시속이 304km다. 정지부터 시속 100km까지 5초 만에 도달한다. 고급 자동차의 명성을 자랑해 오던 벤틀리였지만 많은 부침도 겪어야 했다. 지난 31년 롤스로이스에 인수된 벤틀리는 80년대 롤스로이스가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자 98년 독일 폭스바겐으로 다시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벤틀리는 참존모터스를 국내 공식 수입딜러로 선정했으며 하반기 공식 런칭을 준비 중이다. 벤틀리가 국내에 진입하면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등과 함께 최고급 수입 차 시장은 3파전으로 재편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벤틀리는 폭스바겐그룹 산하에 있으나 BMW와 롤스로이스 관계처럼 독립 브랜드로 운영된다”며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팬텀과는 달리 벤틀리는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