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나 채권, 부동산에 지친 투자자라면 예술품 투자로 눈길을 돌려보자. 예술품 투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복잡한 분석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종목 선정, 보유, 처분 등 전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투자 수익까지 가져다주니 금상첨화다. 문제는 예술품 투자의 대표주자인 회화 작품의 경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저평가된 작품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사진 예술을 주목해 보자. 우리나라 사진 예술 시장은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 시장에는 저평가되거나 소외된 보석들이 가득하다.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나가야 부자가 될 수 있다. MONEY와 함께 예술 사진 투자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사진작품이 예술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필름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회화의 명성에 밀렸다. 하지만 급속한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 등으로 현대인의 감성이 변해감에 따라 사진 예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따라서 사진작품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고 앞으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의 역사는 지난 1839년 파리 과학아카데미 회의에서 루이 푸랑수아 아라고가 ‘모든 상을 간직하는 영원한 거울’이라고 부른 ‘다게레오타입’을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람들은 사진의 탄생을 기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죽음을 전달할 뿐’‘비천한 (예술의) 하녀’라는 혹평이 이어졌다.물론 당시 사진기는 오늘보다 훨씬 컸고 부속품도 많았으며 날씨 등 환경 변화에 극도로 취약했다. 하지만 인류는 거침없이 사진 기술을 발달시켰다. 또 도전적인 예술가들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위대한 작가들이 나오면서 사진은 확고한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비디오 아트처럼 사진보다 훨씬 발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 예술까지 등장하면서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이미 종지부를 찍은 지 오래다.특히 사진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회화나 다른 예술품보다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미술 작품의 경우 예술가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붓으로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 예술가들은 존재하는 사물로 예술가의 상상력을 풀어내야 한다. 그만큼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미술가의 붓과 달리 사진기는 현존하는 사물, 혹은 그 조합을 포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가는 컨셉트를 잡고 작품을 구상하는 데 다른 예술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사진작가 정소영 씨는 “사진예술의 경우 하루에 몇 개라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실제로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2~3개월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그만큼 표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예술가에게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현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예술 장르로 발전할 수 있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사진예술 작품은 이미 외국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주요 아트페어나 소더비, 크리스티 현대미술 경매에서 사진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2월 소더비 경매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달밤의 연못’이란 작품은 사진 역사상 최고가인 무려 290만 달러(약 29억 원)에 거래돼 전 세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전 세계에 딱 석 장만 남아 있고 처음 거래될 때 가격은 75달러였다고 한다. 작년에도 에드워드 커티스의 40장으로 구성된 사진첩이 140만 달러에 팔렸고 이어 리처드 프린스가 카우보이를 찍은 ‘무제’란 제목의 사진 한 장이 12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사진 작품이 주목받는 근본 원인은 수요와 공급 구조 때문이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사진기 부품이나 인화기 등 재료의 공급이 부족해 옛 작품들은 희소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특히 흑백 인화지의 경우 대부분 생산 회사들이 제품 라인을 폐쇄하거나 출하량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사진작품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물론 사진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예술가들은 작품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진의 수(에디션)를 제한하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10장 이내만 찍어내고 있으며 5장 이내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작품을 살 때 에디션에 대한 조건이 제시되는데 이를 어길 경우 신뢰를 잃기 때문에 작가들은 에디션 약속을 목숨만큼 중시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기막히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계에 유일하게 10개밖에 없는 작품을 소유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작품이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나 파리 퐁피두센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집에도 걸려 있다면 만만치 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사진작품은 전문 화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경기도 양평의 갤러리와(www.gallerywa.co.kr), 서울 남산의 트렁크갤러리나 청담동의 갤러리 뤼미에르(www.gallerylumiere.com), 관훈동의 김영섭 사진화랑과 갤러리 룩스, 충무로의 갤러리 브레송, 송파구 방이동의 한미사진미술관, 인사동의 갤러리 나우 등이 대표적인 사진 전문 화랑이다. 또 표화랑 등 상업화랑에서도 사진 예술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서울 국제 사진 페스티벌 같은 전시회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사진 작품을 구매할 때 작가가 꾸준히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자기만의 색깔을 낼 수 있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의 작품이 시장에서도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또 사진에 대한 안목을 높여 투자자 스스로 완상(玩賞)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을 즐기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안목이 형성되고 결국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또 싼 맛에 작품을 사기보다는 작품 제작 시기와 완성도, 희소성, 현대적 감각과의 조화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믿을 만한 화랑 등을 통해 거래하는 것도 성공적인 사진작품 투자의 핵심 요소다. 이와 함께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작가를 주목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서울 국제 사진 페스티벌 김남진 사무총장은 “해외에서는 사진을 빼놓고 예술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진작품의 영향력이 커졌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