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부티크·디자인 호텔로 블루오션 공략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의 가슴에 혁명가의 불씨를 댕긴 것은 안데스 종단 여행이었다. 그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이오스 여행사 전광용(35) 사장에게도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떠난 유럽 배낭여행이 대학 졸업 후 그의 진로에 나침반이 됐다.“대학을 졸업할 때 외환위기가 닥쳤습니다. 취업은 꿈도 못 꿨죠. 당시 제 또래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 둘 중 하나를 선택했는데 전 창업이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일단 창업을 결심하니 아이템을 찾는 것은 수월했다.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학년 여름방학 때의 배낭여행 이후 방학 때마다 외국을 돌아다녔으니 여행의 노하우만큼은 자신이 있더군요. 그래서 여행업으로 사업 아이템을 정했습니다.”그러나 당시 국내 여행업은 80% 이상의 업체들이 부도 위기에 몰릴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일반 여행사와 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는 인터넷을 사업의 돌파구로 삼았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500만 원에 은행예금 500만 원, 부모님께 빌린 돈 1000만 원 등 총 2000만 원으로 온라인 여행사 ‘이오스’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여행 상품을 홍보했다.이렇게 닻을 올린 이오스 여행사는 창업 첫 해인 1998년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 작년에는 매출 200억 원, 순이익 14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300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이 목표다.이오스 여행사가 이처럼 급신장한 데에는 다른 여행사와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주효했다. 일반 여행사들이 주력하는 패키지 상품은 일절 배제하고 100% 자유여행 상품만 취급한 것. 여기에 각 여행지의 특색을 살린 숙박시설을 확보하고 현지의 문화를 곁들였다. 지난해 처음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끈 ‘료칸(일본 전통 여관)’이 대표적 상품이다.“료칸은 일본 전통 문화가 담겨 있는 곳입니다. 일본식 목욕 가운인 유카타를 입고 게다를 신은 나카이상(종업원)이 가이세키(요리 상)를 내오고 가시키리(욕탕을 통째로 빌리는 것), 로텐부로(노천탕) 등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지중해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나 미코노스도 이오스 여행사의 히트 상품이다. 12년 전 산토리니를 처음 찾았을 때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는 그는 산토리니의 럭셔리 호텔에서 숙박하는 상품을 개발해 지난해 대히트했다. 파란 바다와 새하얀 회벽집으로 대표되는 산토리니는 모 음료 CF의 광고 촬영지로도 유명해졌다.“우리나라의 여행 상품은 대부분 천편일률적입니다. 그러나 매년 40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지금, 획일적인 여행 상품은 한계가 있습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나만의 특별한 여행 상품을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전 사장은 지속적인 신규 상품 개발이 여행업의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한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상품 개발 외에는 왕도가 없다는 지론에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1년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지금까지 방문한 곳만 전 세계 50개 국 120여 개 도시다.그는 특히 앞으로 국내 여행 업계에도 자유여행(FIT)이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러 명이 가이드에 이끌려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다양한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오스 여행사는 현재 상품 종류만 1300여 가지다. 고객이 직접 관광지, 호텔 등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지금 우리나라는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비율이 70 대 30인데 비해 선진국은 대부분이 자유여행입니다. 우리나라도 3년 후면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비율이 30 대 70으로 역전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전 사장은 올해는 신상품으로 두바이와 유럽의 명품 부티크 호텔, 디자인 호텔 등에서 숙박하는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 패션 디자이너가 설계한 디자인 호텔과 귀족들의 저택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은 여행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