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증시 온라인 서비스로 공략”

국내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이 지난 2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트레이드의 증권시장 진입은 키움닷컴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 전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모가가 6500원에 불과했던 이트레이드는 2월말 한때 2만50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키움 주가를 견인하기도 했다. 온라인 증권사의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이른바 ‘주가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상장 완료로 주식거래 매매 수수료율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두 증권사 모두 닮은 점이 너무 많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지점 없이 은행과 연계해 고객을 끌어 모은다는 점과 주수익원이 거래 수수료 수익이라는 점에서다. 이트레이드의 성공적인 상장을 이끈 양장원(44) 사장을 만나 회사의 경영 전략과 증권시장 판도 변화에 대한 복안 등을 들어봤다.경쟁사인 키움보다 상장이 늦어진 이유가 무엇입니까.“설립일로 따지면 우리 회사가 형이지만 상장은 키움보다 2년 10개월이나 늦었습니다. 이는 대주주 간 이해관계가 정리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는 1999년 12월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의 자회사로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회사 지위는 그동안 오프라인 영업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LG그룹이 2004년 보유 지분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SBI에 매각하면서 비로소 독자적인 증권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노후화된 인프라를 최첨단 설비로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지분은 SBI 73.8%, 미국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의 자회사인 컨버징애로가 11.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상장을 하고 나니 어떤 점이 좋습니까.“인지도가 크게 올라 고객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업계 상위의 높은 수익성과 양호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상장을 계기로 회사의 장점들이 크게 어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객 중시 경영이 본궤도에 올라서는 전환점도 되고 있습니다. 고객 만족도와 경영 실적이 곧바로 주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상장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회사 인지도 제고로 근무 의욕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스톡옵션 등을 통해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 셈이지요.”이트레이드의 상장으로 주식 매매 수수료율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그리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국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경우 주식 매매 수수료율이 매매가의 0.024%로 이미 낮을 만큼 낮은 수준입니다. 온라인 증권거래에 집중하는 다른 증권사들의 매매 수수료율도 이와 거의 근접하고 있습니다. 더 내릴 여지가 별로 없고 추가로 매매 수수료율을 인하하더라도 고객을 유인할 정도의 매력적인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이트레이드가 추구하는 차별성을 요약한다면.“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무점포 증권사의 최대 강점은 바로 ‘저비용 고효율’입니다. 그래서 다른 오프라인 증권사에 견줘서 10명이 100명의 몫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인력 관리는 이런 혁신을 이뤄내는데 필요한 밑거름입니다. 끊임없는 재교육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규 직원을 뽑을 때는 최우선 순위로 일에 대한 열정을 봅니다. 기존 직원들에 대해서도 정신교육을 통해 숨어있던 열정이 분출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은 경영의 초점입니다. 모든 사업은 비용 대비 효용성에 따라 추진 여부가 결정됩니다. 정책적 결정이 요구되는 신규 사업이라도 2년 이내에 적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중단됩니다.”대주주가 일본과 미국에서 증권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우리 회사는 지배 구조를 보더라도 가장 국제화된 증권사입니다. 우리 회사와 일본의 소프트뱅크 산하 증권사인 이트레이드 재팬, 미국의 이트레이드를 연결하면 한·미·일 3국의 증권거래소가 실시간으로 통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국내 최초로 2005년 11월부터 한·일 양방향 실시간 주식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글로 된 미국 시장 실시간 온라인 거래 시스템과 시장 정보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선보이는 미국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영문으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해외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법인과 기관투자가 등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수익증권이나 주식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과 국내 주식 구입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회사의 성장 잠재력인 셈이지요.”아무래도 키움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는 이트레이드와 키움의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하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언뜻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저렴한 주식 매매수수료율을 무기로 삼는 온라인 증권사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주식 중개업이란 측면에서는 경쟁 관계일 수 있지만 이 분야 전문 증권사가 2개 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상호 동반자적인 성격이 더 크게 부각될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우리 회사의 상장을 계기로 두 회사의 인지도와 주가가 모두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당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이트레이드와 키움이 다른 증권사와 달리 온라인만의 전문 시장을 공동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라이벌이면서도 동지적인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회사의 지향점이 다릅니다. 3년이 지나면 두 회사의 가는 길이 명확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겁니다. 키움은 온라인 매매의 강점을 기반으로 점차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해 종합 증권사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 회사는 철저히 온라인 영업을 고수할 계획입니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해외 리츠 등 각종 금융 상품 판매에서도 온라인 방식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성장에 걸맞은 수익성을 거둘 수 있습니다.”올해 경영 목표는 어떻게 잡았습니까.“금년 내에 13만 명 수준인 가입자를 20만 명으로 끌어올려 도약을 위한 수익 기반을 굳건히 하겠습니다. 주식거래 분야 점유율도 현재의 3% 초반에서 2010년까지 9%대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수수료에 민감한 개인 투자자들을 적극 공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상승도 어디까지나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할 생각입니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비용 대비 영업 수익을 따지는 영업수지율이 136%로 업계 3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습니다.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겁니다. 주식거래 분야 점유율이 9%대로 3배 이상 급성장하고 영업 분야도 리츠 펀드 등으로 다양화되더라도 인원 증가는 제한적일 겁니다. 현재 106명 수준인 직원 수가 200명을 넘지 않도록 업무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