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주식시장은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되밀리기는 했지만 코스피지수는 2000을 돌파하고 추가 상승을 탐색 중이다. 이 같은 급격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요인은 무엇보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 경제다. 올해 최근 13년 동안 최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유력한 중국 경제가 내년에도 역시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식시장의 중·단기 분위기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여기에다 국내 경제 역시 내년에 5% 이상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돼 기본적인 펀더멘털은 양호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다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 경제권의 고성장 전망과 달리 미국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은 주식시장 상승 기조 지속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 주택 경기 부진과 소비 위축, 여기에다 신용 경색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도 주식시장 전망에 부담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그러나 미국 시장의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택 경기 부진 속에서도 미국의 고용 여건과 임금 상승률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주택 시장 부진이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주식시장을 통한 자산 소득이 이를 일정 부분 커버할 수 있고, 여기에 고용 호조와 임금 상승을 통한 경상소득이 뒷받침된다면 미국 소비 사이클이 견고한 흐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기보다는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 대한 여전히 높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신흥 경제권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내년에 주식시장의 상승 기조를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중국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우려감만을 앞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 시장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물론 최근 2년간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5배가량 급등했다는 점에서 과열과 이에 따른 후유증이 클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즉, 시장이 갖고 있는 우려감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물론 그동안의 급등으로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이 다른 나라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높아졌지만 중국 기업들의 높은 이익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는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장 주가수익률(PER)을 향후 3년간의 연평균 이익 성장률로 나눈 주가수익성장배율(PEG)은 여전히 중국 증시가 전 세계 증시에 비해 10% 이상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중국 증시를 내다볼 때 시장 밸류에이션 수준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신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의 높은 이익 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 기업들의 높은 이익 성장을 담보하는 원천이 중국 경제의 고성장 기조 지속에 기인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내년도 주식시장에 대한 판단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유가와 지속적으로 상승(하락)하고 있는 원화 가치(미국 달러화) 동향이다. 이 두 변수는 내년에도 주식시장의 방향성과 동일하게 움직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 상품 가격 동향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 및 주식시장 방향성과 앞으로도 동일한 궤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가치 상승(달러화 가치 하락) 역시 기본적으로는 신흥 경제권의 고성장과 미국 경제의 상대적 부진이라는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결과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지속한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다만, 방향성에 대한 문제 외에 변동 폭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 유가와 원화 가치 상승이 펀더멘털 요인의 반영 정도를 뛰어넘어 브레이크 없는 급등을 지속하게 될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결과가 발생해 경제 전반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경우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따라서 내년 주식시장 흐름에 있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중요 변수는 인플레이션의 추이다.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의 도래가 일어날지 여부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들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일정 부분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다.그렇다면 내년도의 업종별 명암은 어떨까.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올해와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중국 경제 고성장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올해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중국 관련주는 내년에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다만, 올해까지 이뤄진 중국 관련주의 주가 상승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의 경우 추가적으로 남아 있는 상승 여력이 이제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반면 올 한 해 지속적으로 소외됐던 반도체주와 자동차주, 그리고 은행주의 경우는 이제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기업이익 대비 저평가 정도가 크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년도 이익 모멘텀의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그동안 크게 확대됐던 수익률 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내년도 업종별 전략에 있어서는 올해와 같이 조선 등 일부 업종의 독주를 감안한 특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다소 무리다. 이보다는 업종별 수익률의 키 높이가 상대적으로 평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박희운 서울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