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

야 증권가에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고수가 많다. 투자 기법도 그들의 다양한 삶만큼이나 손을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김태규(53)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은 재야 고수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투자 기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현재 투자 컨설팅 업체인 새빛인베스트먼트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주식 투자의 비밀 기법’을 강의하고 있는 인기 강사다.하지만 그의 본업은 동양철학이다. 사실 김 고문은 음양의 이치를 논하는 명리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에서 ‘김태규의 명리학’이란 고정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게재된 칼럼 원고만도 300건을 넘는다. 정치 사회 문화 역사 교육 등 다방면에서 음양오행을 통한 예측과 분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명리학자로서 이름이 알려지자 그에게 사주를 상담한 국회의원 후보와 공직자 후보들도 숱하다.그가 일반 명리학자와 다른 점은 바로 이론과 당위성에 머무르지 않고 주식시장 등 현실 경제 상황까지 진단한다는 것이다. ‘차이나 리스크와 머니 리스크’ ‘음양오행으로 점검해 보는 세계 증시’ ‘증시 상승과 달러 거품’ 등 현실 시장을 분석한 그의 칼럼은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참신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 고문은 “서구인들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기존 분석틀과 음양오행의 눈으로 다듬어진 기법 간의 차이와 효용을 설명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 고문의 특별한 투자 기법처럼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그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독재 치하에서 공무원은 무의미하다”는 신념으로 고시에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졸업 후 우여곡절 끝에 기업(조흥은행)에 취직했지만 전공과는 무관하게 주로 전산 파트에서 근무했다. 은행 전산실 근무 당시 재미삼아 증권 투자를 하다 명리학의 오묘한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후 20여 년 동안 수백 권의 관련 서적을 섭렵했다.1990년대 후반부터는 명리학의 원리를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접목하기 시작해 단기간에 큰돈을 모으기도 했다. 1997년 여름, 다가오는 주가 급락을 어렴풋이 예견하고 지인들을 설득, 30억 원의 투자 자금을 모아 옵션시장에서 ‘매도’를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과 2~3개월 만에 무려 230억 원을 벌어 들였다. 성공 보수로 받은 돈은 30억 원. 그는 이를 1998년 4월 모 은행에 전부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한데 약간의 성공에 도취해 원리보다는 자기 욕심에 가려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이 사건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은 그는 생활비를 벌 수 있을 정도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지금도 이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명리학의 원리를 실전에 활용하자면 어느 정도 증시에 발을 담가야 하지만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하기 위해 욕심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5000만 원 정도만 투자한다. 월 기대 수익률은 8%선. 시장이 급등락하면서 너무 쉽게 하루만에 10% 이상 수익이 나기도 하지만 원칙대로 그 달의 나머지 동안은 쉰다.김 고문이 주식시장에 응용하고 있는 명리학의 근본 원리인 음양은 어떻게 설명될까. 김 고문은 이를 ‘소식(消息)’이라고도 설명한다. 줄어들고 늘어난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순환을 말한다. 음양은 첫 번째 순환적 사고이며 두 번째는 조화(調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즉, 주가가 크게 오르면 결국 급락하고 반대로 크게 떨어지면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자연 이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를 근본 바탕으로 이동 평균선과 N자 파동 등을 명리학 관점에서 풀어 대세 변환점을 찾아 응용한다는 것이다. 기업 업종, 타고난 운명과 현재 운세, 경제 상황 등을 종합하면 장기 주가 트렌드에서 현 주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대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김 고문의 주식시장 전망은 무척 낙관적이다. 내년에는 시기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도 하겠지만 2009년 4월까지 주가지수 3140선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여파, 중국의 긴축 정책,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 등 흉흉한 소식들이 증시를 떠돌고 있지만 김 고문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라고 강조했다.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문제만을 따져 볼 때도 그는 “일본 금리가 국제 금리나 미국 금리를 따라잡으려면 일본 경제의 활력 자체가 살아나야만 가능하다”며 “일본의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 투자할 만한 사업이 별로 없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경우 이 상태로는 결코 금리를 높여야 할 동기나 계기가 아직은 없다는 것.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되는데, 일본의 국운을 따져보면 그런 계기는 2015년 을미(乙未)년이 돼야 가능해질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음양오행상으로 볼 때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얼마 동안까지는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전후로 서서히 주식 처분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주가 상승이 2003년 계미(癸未)년에 시작했으니 그것과 합(合)이 되는 해는 2008년 무자(戊子)년이라는 것. 그러고도 남은 물량은 2009년 고점에서 마지막으로 마지막 처분하라고 덧붙였다. 합(合)이란 잘 시작한 것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점을 말해주는 음양오행상의 기법이다. 따라서 우리 증시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상승이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요즘처럼 롤러코스터 장세가 서너 차례 연출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고 그는 강조했다.“내년부터 점차 현금비중 높여야”김태규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은 음양오행의 10년 주기설이 경제 상황 분석에도 유효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은 1986년부터 수출 품목이 급성장하면서 비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이 지나 1996년부터 징조가 이상해지더니 1997년에 외환 위기로 그간의 급속 성장에서 생겨난 거품이 소멸됐다는 것이다.김 고문은 음양오행상 중국 경제 역시 작년부터 거품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0년 경진(庚辰)년부터 거품 조짐이 시작했으니 그와 충(衝)을 이루는 6년 뒤인 병술(丙戌)년부터 거품이 생겨났다고 단언했다. 최근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이 극도의 사치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김 고문은 부연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거품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정점으로 최고조에 달하게 되고 거품의 소멸이 시작되는 시기는 2011년 신묘(辛卯)년 하반기부터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증시의 하락은 이보다 다소 빠른 2009년으로 내다봤다.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이런 격동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 고문은 현금 자산 비중을 서서히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펀드나 주식을 하는 사람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까지가 안전한 시기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가계의 순 현금성 자산, 그러니까 대출이나 부동산 등을 제외한 돈을 가계 지출의 1년치를 목표로 세워 저축할 것을 권고했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