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32호 (2008년 01월)

Dubai Desert Safari



낙타, 달빛, 그리고 벨리댄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쓰는 도시다. 이곳을 방문하면 우선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도 혀를 내두르지만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용광로와 같은 열정 또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울러 그 옛날 아라비아 상인들의 후예다운 마케팅에도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중동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한 마케팅. 그것이 바로 오늘날 세계 허브로 부상한 두바이를 만든 힘이다.

두바이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도시를 탈바꿈시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아랍 전통을 바탕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세일즈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막 사파리는 두바이 사람들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새삼 느끼게 하는 관광 상품이다. 사실 이 상품은 두바이의 전매 특허는 아니다. 두바이는 이집트가 개발한 사막 사파리를 자국 실정에 맞게 리모델링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조합하는 아라비아 상인 후예

오후 4시 두바이 전역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온 지프차들이 사막 초입 한 편의점에 몰려든다. 50여 대의 차량이 모이자 관광객들을 태운 지프차는 일렬로 줄을 서 두바이 ‘빨간 사막(Red Desert)’으로 향한다. 빨간 사막은 두바이 시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모래 빛이 빨갛고 모래 입자가 고와 사막 사파리 관광 회사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특히 석양에 비친 거대한 모래언덕의 모습은 버즈 알 아랍으로 대표되는 두바이의 현대적인 아름다움과 비교되곤 한다.

40분 쯤 내달렸을까. 사막 초입에 다다른 사파리 차 운전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타이어의 공기를 빼는 것이다.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기 위해서는 공기압을 평상시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공기압이 꽉 차 있으면 이동할 때 전복은 물론 모래언덕에 파묻힐 공산이 크다.

“신사숙녀 여러분~. 지금부터 진행되는 사막 사파리는 굉장히 위험한 레포츠입니다. 그 때문에 안전벨트는 반드시 매야 하고, 주행 시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안 됩니다.”

운전사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후 사막에서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막 사파리 운전은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가파른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려면 특수 면허는 기본. 기자를 태운 차를 운전한 인도인 자메드 씨는 이 분야에 4년 이상 종사한 베테랑 운전사다.

사막 사파리 차량 내부는 온통 안전장치들로 꽉 차 있다. 유리를 제외한 내부 모든 면에 푹신푹신한 스펀지를 덧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주행이 시작되자 차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사막으로 내달린다. 보기에도 아찔한 모래언덕 길을 내려가는가 하면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깎인 모래언덕 길을 능선 따라 오르다 보면 내 몸도 어느새 45도로 기울어져 있다. 이 상태에서 중심을 잘못 잡으면 차량이 전복될 수도 있다. 이날 기자가 탄 차 역시 가파른 언덕을 넘다 10여m 아래로 미끄러지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때마다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사막 사파리에 있어서 운전 기술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문을 여니 엄청난 양의 모래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중동 사막의 모래는 입자가 곱다. 우리나라 백사장의 모래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매년 늦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黃砂)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가파른 모래언덕 길을 내려가며 느끼는 짜릿한 경험

사막 사파리의 주행 시간은 대략 50여 분. 수많은 모래언덕을 내달린 사파리 차는 베두인족 전통마을로 향했다. 엄격한 종교적 소명감 아래 고행을 감수하며 사막에서 살아간 베두인족 생활상을 관광 상품화하다니, 역시 두바이 사람들다운 발상이다. 물론 대다수 관광 회사들이 만든 마을은 베두인족의 마을을 그대로 모방해 지었을 뿐 실제 베두인족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낙타를 타고 베두인족 마을을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주로 외봉 낙타인 이곳의 낙타는 관광객들 차지다. 낙타 위는 말보다 30cm가량 더 높아 공포감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워낙 온순한 동물이기 때문에 낙상 등의 사고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관광지에서 말 타고 300~400m를 돌고 난 뒤 1만 원가량을 낸 뒤의 아쉬움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이곳에서 타는 낙타는 무료다.

베두인족 마을에서 열리는 성대한 만찬은 먹을거리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헤나 문신은 결혼식 등 축제 때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기 위해서 행해졌다. 헤나라는 나뭇잎을 말려서 으깬 뒤 여기에 유칼립투스 오일과 레몬을 섞으면 묽은 점토질의 회색빛 용액이 만들어지는데 팔이나 어깨, 심지어 얼굴에 매 코브라 전갈 등의 그림이나 축복을 기원하는 글씨를 새겨 넣는다. 말이 문신이지 점토질의 용액을 팔, 어깨 위에 그린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수십 분이 지나면 용액이 딱딱하게 굳어져 떨어지는데 이때 피부에 새겨진 그림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

시샤, 헤나 문신 등 아랍 전통문화 체험

베두인족 텐트 안에서 피우는 물 담배(시샤) 맛도 꽤 괜찮다. 중동은 물론 인도와 터키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 담배는 그 성분이 다양하다. 소량의 담배 원료가 첨가된 과일 향료를 태워 여기서 나온 연기가 물을 통해 여과된 뒤 그윽한 향미를 더해주는 것으로 일반 담배보다 훨씬 순하지만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과일 향료로는 사과 민트 오렌지 딸기 체리 포도 등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콜라 카푸치노 향이 나는 향료도 판매 중이다.

마을 한 어귀에서는 샌드 글라스라는 공예품 제작이 한창이다. 다양한 색깔의 모래를 사용해 병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 샌드 글라스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상품. 중간 크기 병이 우리 돈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계가 7시 30분을 가리키자 식사가 시작된다. 이날 차려진 저녁 식사는 뷔페식으로 진행됐는데 양고기 닭고기 쇠고기 바비큐와 감자와 양파를 섞어서 만든 커리가 단연 인기다. 그중에서도 아랍 전통식답게 양고기 맛이 단연 으뜸이다. 양고기는 자칫 잘못 요리하면 누린내가 나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특별 제작한 소스에 숯불로 구워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또 파슬리 잎과 ‘바르홀’이라는 열매, 토마토 등을 갈아서 만든 아랍 전통음식 ‘더불라’도 많은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서구식 음식도 갖춰 놓고 있지만 이곳을 방문해서는 가급적 아랍 전통식을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막 한가운데서 방석을 깔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쳐다보며 먹는 아랍 전통 저녁 식사가 꽤 운치 있다.

물 담배 한 모금을 빨고 보름달을 쳐다보니 한국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허기진 마음에 배를 채우고 맥주 한 잔을 마시니 몸은 자연스럽게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푹신한 쿠션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반대편 모래언덕을 쳐다보니 주최 측이 마련한 퍼포먼스가 막 시작됐다. 낙타 3마리에 짐을 싣고 터벅터벅 사막을 걸어가는 옛 아라비아 상인들이 숱한 위험을 이겨내며 여로를 끝마치는 3분짜리 초 단막극으로 시작된 퍼포먼스는 이날 메인이벤트인 벨리댄스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아라비아 전통 옷을 입고 등장한 무희가 10여 분간 관광객들에게 환상의 벨리댄스를 선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관광객 중 한두 명을 무대로 초청해 벨리댄스 체험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후 모든 관광객들이 일어나 30여 분간 간단한 벨리댄스 동작을 익히는 시간이 펼쳐졌다. 골반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벨리댄스는 요즘 국내에선 다이어트 운동으로 인기 만점이다. 벨리댄스를 시작한 지 20분이 지났을까. 모두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다.

사막 사파리 체험이 끝나는 시간은 9시 30분. 호텔로 향하는 지프차에 몸을 실으며 모험과 추억의 반나절을 반추해 봤다. 하지만 격렬한 벨리댄스와 사막 사파리 탓에 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환상의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두바이 도심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전통 베두인들을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세속을 뒤로하고 치열한 자아성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베두인들은 하늘을 뚫을 듯한 마천루로 뒤덮인 글로벌 도시 두바이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들에게 사막은 어떤 의미일까. 환상의 모험. 아니면 적막과 고독. 차창 밖을 바라보며 중동 사막에서의 하루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글·사진 두바이=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

취재협조 02-722-3853







두바이 여행정보

시간 :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느리다.

기후 : 1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로, 흐린 날이 거의 없다.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로 이 시기에는 낮 기온이 평균적으로 섭씨 45도 정도다. 겨울은 평균기온 섭씨 24도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일반적으로 사막에서는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만 두바이는 약 섭씨 15도 정도로 밤이나 새벽에도 그리 춥지 않다.

항공편 : 인천공항과 두바이공항을 연결하는 직항편이 있다. 대한항공은 주3회 운항, 에미리트항공은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10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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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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