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32호 (2008년 01월)

“2008년엔 남성 명품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 기대”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14


a.testoni 홍윤모 지사장과 임혁 편집장 대담

8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테스토니. 여러 제품 라인 중에서도 특히 제화 분야에서 ‘성공한 남성들을 위한 구두’라는 이미지를 쌓고 있는 세계적 브랜드다. 이 테스토니의 한국 시장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홍윤모 지사장은 한국 명품 업계에서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그가 테스토니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 모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여행 중에 접한 테스토니 구두에 ‘필이 꽂혀’ 인생행로를 바꾸게 됐다. “한국의 남성들도 이제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홍 지사장을 임혁 MONEY 편집장이 만나 한국 명품 시장의 특징과 명품 브랜드로서의 지향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명품 시장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의 명품 시장은 형성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갤러리아 명품관이 고가의 명품 수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소비자의 성향이 브랜드 이미지와 유행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반면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브랜드만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한국의 명품 소비자들은 진정한 명품을 찾기보다는 로고가 두드러져 보이고 유행에 민감한 제품들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명품 소비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테스토니가 다른 명품들과는 달리 잘 보이는 로고를 쓰지 않는 이유가 있나.

“브랜드의 로고에 신경 쓰는 소비자는 로고를 사는 것이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로고를 감춘다.”

하지만 ‘현대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중 로고를 가급적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게 에르메스다. 에르메스 제품에는 로고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브랜드 자체는 대성공을 거뒀다. 요즘은 로고를 감추는 추세로 가는 중이다. 점잖고 오래 쓸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지향하는 추세로 회귀하는 중이다. 한국의 남성 명품 시장이 성숙되면 테스토니의 마케팅이 성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명품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인가.

“우선 일본 명품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명품 백화점에 가보면 유명하지는 않지만 매우 다양한 구두 브랜드가 상당히 많이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명품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자신만의 명품을 추구하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유럽이 명품 마켓의 말기 단계라면 일본은 중기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한국은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기다. 현재 한국 명품 소비자 중에서는 10% 정도만이 자신과 맞는 명품을 알고 그 브랜드를 믿고 따라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테스토니가 취하는 마케팅 전략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명품에 대한 지향점이 다르다. 최근 명품 산업에는 아랍계 금융자본이 유입되면서 명품의 성격이 많이 변질됐다. 명품 본가와는 상관없이 거대 금융자본이 명품 기업의 대주주가 돼 그 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결국 마케팅이 만들어낸 명품인 셈이다.

그에 비해 테스토니는 진정한 명품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 조건이란 첫째, 최소한 50년 이상의 역사와 뿌리다. 테스토니는 약 80여 년, 반세기가 넘는 전통과 역사로 검증받았다. 둘째, 이 세상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를 지닌다. 셋째, 독특한 문화의 향기가 스며있다. 단지 흰색 항아리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는 조선백자가 고유의 기품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명품은 원래 귀족이나 왕족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이 기폭제가 돼 명품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명품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변화했다. 국내에서도 명품이 198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명품의 제품력보다는 마케팅이 중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그 선도자였다. 그는 명품의 상품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이후 구찌 프라다 등의 명품 업체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게 된다. 하지만 테스토니는 마케팅에 투자를 하기보다는 제품력에 더욱 신경을 쓰며 자손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브랜드로 남고자 노력했다. 요즘 같은 시류에서 보면 마케팅에 실패한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다.”

명품으로서의 이미지에 대해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면 테스토니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지금은 비록 마케팅이 만들어낸 명품에 밀려 있지만 당장 나타나는 겉모습보다 쓰면 쓸수록 느끼게 되는 가치를 전하고 싶다. 테스토니와 인연을 맺은 후 5년간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좋다는 브랜드의 구두는 모두 사서 신어보며 테스트하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테스트해 볼 필요도 없이 테스토니 구두만 고집하게 됐다. 테스토니는 단가가 높은 재질을 사용해 수공 작업으로만 제작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주문이 많더라도 어느 한계 이상의 생산은 불가능하다. 또한 10~20년의 기술이 집약된 생산노하우는 돈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

테스토니의 고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세계적인 유명인사나 저명인사들이 테스토니의 고객이다. 해외에는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 고객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전문가 집단이 많아 공개하기 힘들다. 크게 보면 두 부류로 나뉘는데, 사업과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과 정치계나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다.”

이탈리아와 한국 남성들의 패션은 어떻게 다른가.

“출장차 처음으로 이탈리아에 갔을 때 충격을 받았다. 웅장한 문화유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남자들의 패션이 정말 멋있다는 것이었다. 양복을 몸에 꼭 맞게 입고 멋스러운 갈색 구두를 신은 모습. 한국 대다수 남성들이 통이 넓은 바지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모습만 보다가 그들의 패션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검은 구두를 장례식이나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나 신는다. 하지만 요즘 강남에 나가보면 피트되는 양복에 브라운 슈즈를 신은 남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을 보고 한국 남성들의 패션에도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도 남성 제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자신을 위해 좋고 귀한 명품을 구입하려는 욕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명품 시장이 여성 고객 중심에서 남성으로 옮겨가는 추세이며, 상품의 다양화와 함께 세분화된 브랜드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MONEY 남성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패션 코디가 있다면 말해 달라.

“MONEY의 독자들은 월드 와이드 스탠더드에 맞춰진 패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할 때는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므로 프로답고 지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 내 차림새가 좋지 않다면 상대방이 처음부터 우월감을 가지고 관계를 시작하려 든다. 비즈니스가 쉽게 풀릴 리 없다. 몸에 딱 맞는 슈트에 브라운 계열의 슈즈를 매치하면 어떨까. 상대방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느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스토니 한국 지사장으로서 느끼는 테스토니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난 테스토니에 애증의 염을 갖고 있다. ‘왜 우리는 다른 브랜드처럼 자본을 총동원해 브랜드 마케팅을 하지 못할까’라며 한때 불만을 가졌던 적이 있다.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폭락했을 때 테스토니 본사에 100만 달러만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지원해 주면 그것으로 최소한 150만 달러로 불려서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원화 가치에 비해 환율이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에 환차익만으로도 그만한 수익은 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본사에서는 ‘우리는 금융회사가 아니다’라며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또 당시 청담동에 있는 빌딩을 구입해 한국지사 사무실과 매장으로 활용할 테니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본사에서는 ‘우리는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끝내 거절했다. 그때 사려고 했던 빌딩이 지금은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았다. 이런 것만 생각하면 본사에 대해 야속한 마음과 아쉬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오로지 제품의 가치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테스토니의 이런 철학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테스토니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테스토니의 진가를 알고 브랜드 마니아가 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홍윤모
1959년 생
단국대 무역학과 졸업
인천제철 근무
a.testoni korea 사장

정리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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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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