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32호 (2008년 01월)

달러 가치 ‘질서 있는 조정’기대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37

어느새 2008년이 시작됐다. 당초 전망과 달리 2007년 세계 경기는 비교적 견실했다. 미국 경제만 잠재 수준을 밑도는 부진한 성장세가 지속됐을 뿐이다. 반면 또 하나의 중심축인 중국 경제는 긴축 정책을 계속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GDP)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이 약 3%포인트에 달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주요 예측 기관들은 2008년에 예상되는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을 아직까지는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4.8%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잠재 수준인 4.5%보다 여전히 높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국가별로는 차별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들의 성장 동인을 보면 거시 목표가 분배(노조)보다 성장(기업)을 중시할수록, 경제 원리로 계획경제(큰 정부)보다 시장경제(작은 정부)를 지향할수록, 인구와 자원이 많을수록, 정보기술(IT)에 우위가 있을수록, 영어 공용국일수록 높은 성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존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에도 중국과 인도가 여전히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 중남미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원유와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바탕으로 평균 5% 이상의 높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우리 경제 전망도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대부분의 전망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8% 내외로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코스피 2000 시대에 도달했던 2007년 7월에는 국내 기업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이 14배에 도달했지만 최근에는 12배 정도로 낮아져 고평가 논란이 심한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불리할 것이 없다.

경제 외적으로 2008년 2월에 신정부가 출범하는 것도 증시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처럼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인 국가에서는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범 초기에는 경기와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8년에 세계와 한국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면 그 다음으로 점검해야 할 점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병들이다. 무엇보다 2007년 9월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 세계 경기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최대 복병이다. 최근처럼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이 해결되지 않으면 1980년 전후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인플레 우려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고유가 등에 따라 물가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할인 마트 효과로 이를 완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최소한 1980년대와 같은 악성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자산시장의 붕괴설도 큰 관심사다. 중국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빨리 상승한 점과 PER,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로 본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절대 수준이 ‘거품이 끼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것이 불안감을 더해준다.

다행히 중국 경제는 11%가 넘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8년에도 10%대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예측 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또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편다 하더라도 외국 자금의 유입으로 유동성이 오히려 늘고 있다. 등락은 있겠지만 경기와 외자 간의 선순환 고리만 끊어지지 않는다면 중국의 자산시장은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전부터 나돌긴 했지만 달러 가치의 폭락설도 자산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복병이다. 여전히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경우 국제 간 결제와 자금 흐름, 각종 외화 보유 등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는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세계나 미국 경제로 봐서 이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 각국은 달러 가치를 ‘질서 있게 조정(ordinary adjustment)’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긴축 통화 정책으로 자금의 절대 수준이 줄어들지 않는 한 자금은 어디든 머무를 수밖에 없다. 개도국에 유입된 자금이 이탈되려면 선진국 경기가 안정돼야 한다. 특정국의 증시는 붕괴될 수 있지만 세계 증시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2008년에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자산시장에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고유가가 세계 증시에 부담이 된 지는 오래됐다. 원유 생산이 정점을 지난 뒤 급감할 것이라는 ‘오일 피크’ 이론 등에 따르면 유가가 조만간 100달러대에 진입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예상대로 유가가 100달러대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1980년대 초(현 달러 가치 환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반면 그때에 비해 세계 소득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원유 수입국들의 통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어 증시 등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때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만의 복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콜금리 문제도 갈수록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고 올리더라도 국내 자산시장에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처럼 선진국들이 금리를 동결 내지는 내리는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만을 잡기 위해 콜금리를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콜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자 유입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 이미 입증된 것처럼 원화 강세의 부정적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수출 시장이 미국보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 다변화된 상황에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위안화 등 다른 통화의 절상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예상돼 오히려 경쟁력 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연착륙되고 예상되는 복병에 따른 자산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면 2008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볼 수 있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국제 금융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세계 10대 금융사들은 2008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빅 마켓(big market)’은 의외의 곳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과 국내 전망 기관들의 예상과 달리 선진국 자산시장에서 의외의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미국 시장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PER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등으로 볼 때 미국의 평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개도국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더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2007년 8월 이후 각종 금융 지원 정책과 중동 국부 펀드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까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경기가 주요 예측 기관들의 전망대로 경착륙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증시는 유동성 장세가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체에너지 분야도 비교적 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 온난화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표면화됨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유가의 고공행진이 쉽게 누그러지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도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가세한다는 것이다.

이미 규모 면에서 헤지 펀드의 약 8배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한 국부 펀드 시장은 2008년에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중동 산유국에 이어 러시아, 일본 등도 국부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과다한 외환 보유액으로 투자청을 설립해 놓은 한국 등의 국가도 언제든지 국부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기 때문이다. 국부 펀드가 커진다면 중동 산유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갈수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선진국 기간산업 분야도 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IT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는 것도 10대 금융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갈수록 선거가 정보기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에는 IT 산업의 특성상 10년마다 커다란 혁신이 일어난다는 ‘10년 주기설’이 겹치는 해이기도 하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오랜만에 외환시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커 보인다는 것도 주목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미국의 무역 적자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08년 하반기부터는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외환 보유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의외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10대 금융사의 견해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2008년에도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있어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자산 운용 및 파생 신용 분야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점이다. 경기 과열 우려와 긴축 정책으로 단순히 시세 차익을 노리는 기존 투자 방식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는 자산 운용 방식이 더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한국경제TV 월가특파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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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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