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32호 (2008년 01월)

역발상 전략으로 살맛나는 공간 만들기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4:13


하창식의 부동산 개발 성공 노하우

# 경남 하동의 한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아이는 도화지 속에 고향 산천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뛰놀던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을 담았다. 화가를 꿈꿨던 그 아이가 생각한 꿈속 마을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유토피아이었다. 훗날 그 아이는 건축가의 길을 걷다 부동산 디벨로퍼로 변신한다.

# 2005년 6월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는 국내 최초로 공급된 복합도시 ‘더 시티 세븐’ 당첨자 공개 추첨식이 열렸다.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 회사인 ‘도시와 사람’이 공급한 더 시티 세븐은 모델하우스 오픈부터 창원은 물론 경남 도처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피스텔 부분은 청약 제한을 받지 않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1060실 공급에 무려 4만300명이 청약했다. 198㎡형대는 최고 5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전 평형에서 평균 3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열린 체육관 추첨식은 우리나라 주택 분양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기록됐다.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디벨로퍼인 도시와 사람의 하창식 회장은 사명처럼 도시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새로운 주거 환경을 생각하는데 일과를 다 보낸다. 고향 마을과 같은 아늑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숙명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와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대학에서 디벨로퍼에 대해 강의하는 그에게 디벨로퍼의 중요한 덕목을 물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라고나 할까요.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부동산 디벨로퍼에게 선구안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 회장이 개발한 상품은 분양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시장을 앞서 내다보는 식견이 탁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 회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당 정자동 미켈란 쉐르빌은 그의 탁월한 식견이 빚어낸 작품이다.

원래 이 땅은 1990년대 아파트 사업으로 떼돈을 벌던 (주)청구 소유의 땅이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청구가 부도나자 이 땅은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2000년 당시 수많은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검토했지만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군다나 외환위기 여파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와중에 이처럼 대규모 프로젝트에 나선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미켈란 쉐르빌의 설계를 담당했던 하 회장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1999년 도시와 사람을 설립할 때부터 디벨로퍼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그가 당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주상복합아파트였다. 상업 시설과 주거 공간을 하나로 묶는 주상복합은 퇴근 이후면 썰렁해지는 도시 공동화(空洞化)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었다. 문만 닫으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는 기존 아파트에서 탈피,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시설을 대폭 확대한다면 가구 간 벽을 허무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첫 작품 미켈란 쉐르빌은 2000년 7월 당시 평균 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대성공으로 이어지면서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이후 그의 활약은 연이어 계속돼 2001년 1월에 같은 지역에 연면적 23만1350㎡(옛 7만 평) 규모의 인텔리地(지)를 분양했다. 성남시가 벤처단지로 꾸미기 위해 조성한 이 땅 역시 거들떠보는 건설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는 벤처 열기가 갑작스럽게 꺼지던 시기였다. 벤처라고 하면 몸서리를 치는 와중에 벤처 건물을 분양한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벤처 시설을 하나의 업무 시설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거와 업무를 함께할 수 있는 복합 시설로 보자고 사원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벤처 특유의 도전정신과 잘 맞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남시, 경기도와 공동으로 진행된 이 건물은 현재 국내 대표적인 벤처 빌딩으로 두 개동 중 한쪽은 지멘스 R&D센터, NHN 본사 등으로, 반대쪽 건물은 오피스텔로 쓰이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 사거리 부근에 건립된 주상복합 미켈란 107과 미켈란 147은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을 타깃으로 건립한 그의 대표작이다. 또 서울 동시 분양 사상 처음으로 3.3㎡당 3000만 원을 넘어 화제를 모은 서초동 더 미켈란은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고급 빌라로 기록되고 있다.

디벨로퍼의 생명은 창의력이다. 그도 자신의 경쟁력을 역발상에서 찾는다. 그래서 그는 박학다식하다. 우리 사회의 담론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어야 한다는 발상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주거상은 무엇일까.

“앞으로의 도시 문화는 주거와 업무 공간이 더욱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흐를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공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효율성이 강조될수록 집과 사무실의 간격은 더욱 좁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현상은 바로 독신 가구의 증가입니다.”

전문직 독신 가구를 겨냥해 지난 2002년 처음 분양된 모스(MOS)는 이렇게 탄생했다. 종로와 한양대 부근에 공급된 모스는 26.4~105.8㎡(8~32평)의 소규모 오피스텔로 가전제품 등이 모두 빌트 인(Built in)으로 제공된다는 점 때문에 임대 수요가 높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답게 하 회장은 지난 몇 년간 복합 도시를 만드는데 전념했다. 일과 주거, 쇼핑, 레저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복합 도시는 그가 추구하는 도시의 미래상이기도 하다. 창원에 건립 중인 더 시티 세븐은 그동안 머릿속에 그려온 복합 도시의 개념을 처음 그려낸 분양 사업이다.

더 시티 세븐 부지는 원래 경남도와 창원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던 개발 사업이었지만 공동으로 진행할 국내 건설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이 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던 국내 건설사들은 ‘부지가 너무 큰데다 지방이라는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업 진행을 포기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의 역발상은 빛을 발했다. 부지를 보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화려한 복합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물적으로 여기에는 뭘 짓고 저기에는 뭘 짓는지 머릿속에서 정리됐다.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 창원개발사업은 흔히 일본 롯폰기힐스와 비교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다. 그 역시 롯폰기힐스와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자랑한다. 실제로 더 시티 세븐은 일본 롯폰기힐스를 설계한 저디 파트너십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조명을 맡았던 호주 LPD사가 사업자로 참여했다.

창원 프로젝트 성공은 디벨로퍼와 대형 건설사 간의 시각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지금도 개발 이전에 하 회장은 지역 수요를 먼저 살핀다. 경남도 도청 소재지인 창원은 도시 소득수준이 경남은 물론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곳. 이에 비해 지어진 아파트는 지역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서울에서 선보인 최고급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피스텔을 선보였고 여기에 테마가 있는 쇼핑 시설과 호텔, 컨벤션센터를 집어넣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 회장은 “막대한 토지 보상 비용과 개발 비용을 들여 서울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짓는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개발 비용 낭비만을 부추긴다”며 “그것보다는 기존 도심을 재개발하는 방식이 수요적인 측면으로 고려할 때 더욱 현실적”이라고 강조한다. 도심 재개발에 따른 주거 환경 황폐화와 서울 인구 집중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그는 디벨로퍼다운 해답을 내놓았다.

“우리 국토의 성격상 저밀도형 개발은 토지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차라리 고층 개발이 더 현실적이죠. 흔히 고층 개발이라고 하면 주거 환경이 황폐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고층으로 짓되 녹지 공간만 충분하게 만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봅니다.”

복합 도시에서 출발한 그의 도시 개발 사업의 영역은 최근 은퇴자 마을로 확대되고 있다. 경남 함양에서 준비 중인 노블시티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의 은퇴자 마을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삼성물산에서 개발 사업 본부장과 산업 개발 담당 임원을 역임한 노희식 씨를 영입했다. 3단계로 추진 중인 노블시티 사업은 △골프장과 스키장, 레저 시설 등 종합 레저타운이 들어설 다곡리조트 사업과 △생태공원, 수목원, 농촌 문화 체험 시설 △콘도미니엄·주거 시설, 실버타운, 의료 요양 시설을 모은 주거·휴양 단지로 구성돼 있다.

미국 유명 건축가인 스티븐 라이더가 설계한 노블시티는 올해 미국 LA 건축가협회로부터 건축디자인 상을 받기도 했다. 이 단지는 별다른 택지 조성 사업 없이 산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개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수립돼 있는 함양 노블시티의 개발 면적은 1146ha로 평촌신도시(5106만㎡·154만 평)보다도 2배 이상 크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될 것이 바로 노인 문제와 농촌 공동화 현상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지방에 은퇴자 마을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곳은 몸이 아파 내려가는 요양소가 아닙니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죠. 만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중국 은퇴자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창식
도시와 사람 그룹 회장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건설알포메, 건설탑스 대표이사
한양대 시스템건축공학과 겸임교수
한국디벨로퍼협회 고문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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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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