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강원랜드-폐광에서 피어난 우량주

년 하반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상승세가 꺾인 증시가 글로벌 시장의 잇단 악재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큰 중국 시장마저 올림픽 이후 경기 후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증시 부진이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증시 참여자들은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고점 대비 25%가량 하락했으나 개별 종목별로는 주가가 벌써 반 토막난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시장 대표주들 가운데서도 고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적지 않다.그렇다면 이런 시기에는 무조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상책일까. 전문가들은 아무리 힘든 시기라 할지라도 시장에는 반드시 길이 있다고 믿고 있다. 예컨대 본질 가치는 변함이 없으나 시장 분위기 때문에 주가가 덩달아 하락해 저평가된 주식의 경우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흐름에 상관없이 꾸준한 이익 흐름을 보여주는 주식도 이런 때일수록 돋보이는 법이다. 강원랜드가 대표적이다.강원랜드는 최근 경기 둔화 속에서도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종목이다. 실제 올 들어 지난 2분기 주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강원랜드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실적을 냈다. 매출액(2816억 원)과 순이익(951억 원) 모두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강원랜드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1%, 25.9%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12.0%, 14.6%의 증가율을 웃도는 실적이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제 7월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5% 이상 증가했고 8월에는 주말 하루 방문객 수가 1만5000명을 상회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강원랜드가 이처럼 불경기에도 끄떡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원랜드의 사업 성격상 경기 흐름을 타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강원랜드의 주사업인 카지노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해 비수기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내국인 카지노 시장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폭발적인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강원랜드의 이익 구조는 견실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여기에다 강원랜드 측이 최근 몇 년간 심혈을 기울인 사업 다각화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는 카지노 사업을 바탕으로 스키장, 골프장 등 종합 리조트 기업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그렇다면 강원랜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기업 가치와 주식으로서의 투자 가치는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자.강원랜드는 지난 1998년 강원도 남부 폐광 지역의 경제 회생과 국내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의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세워진 회사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최대주주(지분율 36.1%)이며 강원도개발공사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2000년부터 국내 최초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시설 확충을 통해 현재 132개의 테이블과 960대의 슬롯머신 시설을 갖추고 있다.카지노 사업으로 출범한 강원랜드는 최근 사계절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단지 종합 리조트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2003년 입체 영화관 헬기점프 게임기 등을 갖춘 종합 테마파크로 재개장한 데 이어 2005년 7월에는 18홀 규모의 골프장, 2006년 12월에는 499만500㎡(151만 평) 규모의 대형 스키장과 403실 규모의 콘도 등을 차례로 오픈했다. 2009년 말까지는 워터파크를 개장하고 호텔과 콘도 시설의 증축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이 같은 외형 확대에 따라 실적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연간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기 시작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매출액 및 입장객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5.0%, 18.2%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001년 4620억 원에서 2007년 1조670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입장객 수는 90만 명에서 245만 명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007년 기준 40%에 육박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종합 리조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물론 아직까지는 카지노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골프장 스키장 워터파크 등이 제자리를 잡으면 매출 구성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강원랜드 실적은 올 들어 전반적인 경기 둔화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중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것은 입장객 수가 오히려 늘어난 데다 슬롯머신당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분기 하루 입장객 수는 평균 7271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늘었으며 슬롯머신당 하루 매출도 베팅 상한선 확대에 따라 지난해 13만 원에서 올 2분기에는 49만 원으로 크게 신장했다. 이희정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급격히 늘어나는 카지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직 부족해 이 같은 입장객 수 증가 추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다. 설립 당시 근거 법률인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의 적용 시한이 지난 2005년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이를 2015년까지로 10년 연장함에 따라 강원랜드는 최소한 2015년까지는 카지노 사업을 안정적으로 벌일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 일각에선 카지노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강원랜드 이외의 추가 신규 사업자를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당분간 신규 내국인 대상 카지노를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강원랜드는 미국,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들이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강원랜드의 완전 독점이 유지되고 있고 한국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시장은 선진국과는 달리 진입 초기에 있는 성장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정부가 수면 아래로 숨겨져 있는 불법적인 사행성 산업의 양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점도 강원랜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카지노 산업은 대표적인 관광 자원으로 인식됨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관광산업과 연계해 개발하려는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우리 정부도 사행 산업 발전 종합 계획을 통해 관련 분야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합법적인 사행성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0.4%인 4조9000억 원 정도이지만 불법적인 사행성 산업은 이보다 훨씬 큰 2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한 양성화 계획이 실행에 들어갈 경우 카지노 수요는 더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최근 원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 등으로 해외 원정 카지노가 줄어든 것도 강원랜드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여건이 강원랜드에는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견조한 이익 증가세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산업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이는 카지노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올 하반기 전망은 매우 밝다.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카지노 및 리조트의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여기에다 올해 말 서울에서 강원랜드로 이어지는 38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대 개통되면 그동안 강원랜드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교통 접근성이 한결 나아져 방문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서울에서 강원랜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4시간이다. 38번 국도가 개통되면 2시간 30분~3시간으로 단축되게 된다.미래에셋증권은 강원랜드의 2008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6%, 15.2% 증가한 1조1799억 원, 481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2009년에도 이어져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1.7%, 13.6%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됐다.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0%, 30% 정도로 상장사 가운데선 최고 수준이다. 또 연간 2000억 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5000억 원 이상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순현금을 바탕으로 배당 매력이 높다는 것도 강원랜드의 장점이다. 더구나 전체 주식 수의 50% 이상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며 강원랜드의 배당금이 이들 단체의 주요 수입원인 만큼 고배당 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630 원, 배당성향은 45.5%에 달했다. 올해도 꾸준한 이익 증가로 주당 배당금은 820원, 배당성향은 45.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강원랜드의 현재 주가는 작년 말 고점 대비 15% 하락한 상태다. 시장 평균은 물론 개별 종목들에 비해서도 하락 폭이 매우 낮다. 연초 한때는 하락률이 30%에 이르기도 했으나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경기 침체기의 유망주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 수준은 펀더멘털이나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가수익률(PER)은 13배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사들의 PER 평균인 21.6배보다 37%가량 할인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국내 호텔 및 레저 업종의 평균치인 15.1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정우철 애널리스트는 “카지노 사업을 바탕으로 종합 리조트 업체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는 점,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 정부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높은 배당성향이 기대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 증시 침체기에 강원랜드만큼 좋아 보이는 종목을 찾기 힘들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강원랜드 6개월 목표 주가를 작년 말 고점 수준인 2만8000~3만 원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강원랜드 측이 최근 몇 년간 심혈을 기울인 사업 다각화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는 카지노 사업을 바탕으로 스키장, 골프장 등 종합 리조트 기업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정종태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