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전 ‘치사랑 실천운동본부’라는 곳에서 내가 쓴 ‘공자가 살고 싶어 한 나라’를 우연히 접했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논점은 전반적인 저서의 내용과 요즘 ‘내리사랑만 있고 치사랑은 없다’는 점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치사랑(효)만이 아니라 내리사랑도 없다고 생각한다.나 말고 아이만을 위하는 것이 사랑이고 진짜 내리사랑이다. 동물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새끼를 끔찍이 사랑하고 보호한다. 판단력과 이성을 가진 인간은 동물과 좀 달라야 할 것이다. 아이가 넘어지면 어김없이 뒤를 보고 운다. 도움을 청하는 응석이다. 부모가 본능적으로 도와준다면 자기 충족이지 자식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아이를 위하는 길이 부모의 짠한 마음을 감추고 응석을 거절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감싸기만 한다면 아마도 마마보이나 서울대에 입학하고서도 계속 가정교사가 필요한 얼간이를 만들 것이다. 어느 맹수가 새끼를 낳으면 벼랑에서 떨어뜨린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에게 건강한 자생력을 심어주고 선량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돕는 부모의 역할과 배려가 참사랑이다. 부모는 진짜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부모의 잘못된 과잉보호는 자식을 망치고 불효자를 만든다. 오래전에 아버지를 총으로 쏴 존속살해한 박한상 사건이 있었다. 피란민으로 어렵게 자수성가한 부모이다 보니 보란 듯이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식의 요구는 한풀이하듯 다 들어주는 것이 사랑으로 믿었다. 자식은 망나니가 되었고 유학을 보냈으나 그마저 실패하자, 이를 참다못한 부모가 뒤늦게 용돈 지급을 중지하고 엄격하게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었다.그동안 부모는 말 잘 듣는 자동금고(父)였는데 갑자기 고장 난 셈이었고, 자식은 아버지가 아닌 무용지물인 고장 난 기계를 쏘았을 것이다. 불효자는 부모가 만든다. 또한 치사랑도 올바른 내리사랑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참 내리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은 부모를 생각한다. 가짜 내리사랑에 취해 있는 자식은 당연히 자기밖에 모를 것이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 호떡을 사 준 친구가 고마워 잊지 못하고 지금도 두터운 우정을 나누면서 그 은혜를 갚고 있는 사람이 있다. 부모는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주고 있는가. 참 내리사랑을 받은 아이라면 감사하는 마음과 치사랑(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효는 감사한 마음에서 공경의 정이 싹트고 자생적으로 깨우치는 보은이어야 하며 강요해서 얻는 보상이 아니다. 가짜 사랑인 과보호로 양육된 아이는 치사랑을 당연히 모를 것이다. 받는 것에 면역이 되어서 보은이란 단어를 애당초 모른다. 이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이러고도 효를 말할 수 있는가. 부모는 자식에게 동냥 받듯 치사랑(효)을 말해서는 안 된다.우리는 200년쯤 걸려도 어려울 비약적 경제 발전을 불과 몇 십 년 만에 후딱 해치운 대단한 민족이다. 이 같은 압축 성장이 천민자본주의를 낳고, 갓 쓰고 골프 하는 형국이 됐다. 갑자기 닥친 물질의 풍요를 향유할만한 정신문화와 가치관이 이를 뒤따르지 못해 사회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린다. 과보호와 내리사랑을 분별하지 못하고 치사랑은 소멸돼 가고 있다. 잊혀 가는 전통과 아름다운 예문화의 복원이 시급하다. 경제성장에 걸맞은 한국인의 품격 있는 예와 정신이 그 간극을 채워야 한다. 어린이들의 싸가지 교육도 더 늦기 전에 강화돼야 하고 바른 내리사랑으로 바른 치사랑이 생성되는 멋스러운 사회를 만드는데 다 함께 앞장서야 한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