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44호 (2009년 01월)

매매차익보다는 임대수익용 투자가 대세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4:32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는 ‘저가 취득 후 매각에 따른 시세 차익’으로 요약됐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수년간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시세 차익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세금으로 떼이는 돈을 감안하면 양도 차익은 더 이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매매차익보다는 임대수익용 투자가 대세

수년간 부동산 투자의 발목을 잡아 온 규제가 줄줄이 풀리고 있지만 침체에 빠진 부동산 투자 시장이 살아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불패 신화의 화려한 막이 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관심은 큰손들의 행보다. 이들마저 시장에서 발을 뺀다면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아직까지 큰손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는 뚜렷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 변화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간혹 좋은 물건이 나오면 전반적인 조사만 할 뿐 구체적인 매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이 2000년대 초반처럼 부동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시대는 더 이상 오기 힘들다는 것과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기대해 내 돈이 아닌 대출 자금으로의 투자는 꺼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기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최소 5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경기가 최저점에 이를 것으로 판단되는 2009년 2~3월을 겨냥해 현금 보유액을 늘리는 모습이다. 투자 패턴도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는 ‘저가 취득 후 매각에 따른 시세 차익’으로 요약됐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수년간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시세 차익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세금으로 떼이는 돈을 감안하면 양도 차익은 더 이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임대 수익이다. 시세 차익을 높이기 위한 저가 취득은 기본이다. 싸게 사면서 꼬박꼬박 월세를 얻을 수 있는 오피스빌딩, 상가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주식으로 치면 정기적으로 배당이익을 받는 격이다.

2008년 중반 양재동에 사는 자영업자 최모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충남 당진에 있는 한 임야를 구입했다. 이후 그는 이 임야를 용도 변경해 이곳에다 창구를 지어 물류 업체에 임대했다. 그는 “창고로 활용하려면 토지 면적이 최소 6611㎡(2000평) 이상이어야 하며 대형 물류 센터 업체에 임대하기 위해선 공동 투자용은 1만6525~3만3058㎡(5000~1만 평)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대신 용도 변경 가능 여부는 매입 전부터 꼼꼼하게 따져볼 대목이다. 그는 “해당 관청에 문의하면 용도 변경 가능 여부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구입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방배동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서해안 토지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지역은 충남 서산, 아산 등지다. 그는 경기 불황 여파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조정할 뜻을 내비친 것을 주목한다. 서산 대산항은 대중국 교역 물류가 늘어나면서 시설 확충이 예정된 곳이다. 대산항으로 집중되는 물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지역 땅값을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씨는 대산항과 서해안고속도로를 잇는 도로 부근에 위치한 토지 3300㎡(1000평)을 구입했다. 그는 “경부고속도로가 주거벨트라면 서해안고속도로는 산업, 물류 벨트”라며 “경부고속도로 주변 물류 공장들이 허덕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은 임대 사정이 낫다”고 투자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는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토지 거래 허가 등의 규제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오던 투자 물건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에 관심이 쏠리면서 5~10년 묻어둘 토지가 다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이 밖에 저렴하게 나온 전원주택지도 은퇴용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릉역 주변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양모 씨는 은퇴 이후 사용하기 위해 경매로 용인시 서종면의 한 전원주택지를 감정가의 60%대에 낙찰 받았다.

부동산 투자에서 예전과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다양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반적인 투자 환경이 좋지 못해 예전처럼 일률적인 잣대로 투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금 동원 능력과 투자 성향에 맞춰 자신에게 유리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체적인 투자 패턴은 대량 구매에 따른 막대한 시세 차익은 더 이상 힘들다는 분위기다. 강남에 중소형 빌딩을 여러 채 보유한 정모 씨는 “세금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다주택에 대한 매력은 반감된 지 오래”라면서 “매각도 쉽지 않기 때문에 무리해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불황기에도 견실한 주택 1~2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처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이 어렵다면 아예 자녀 명의로 증여를 서둘러 몸집을 줄이는 방법도 많이 고려되고 있다고 이 투자자는 전했다. 다만 다주택에 따른 중과세 부담으로 제3자 명의로 구입하는 경우는 여전하다.

선호 평형은 소형이 대세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데다 수요가 꾸준해 매각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난 3~4년간 계속된 재건축 여파로 소형 아파트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자영업을 하는 또 다른 큰손 이모 씨는 “대형 평형보다는 99.2㎡(30평)대 중소형이 인기를 끌 것 같다”며 “대형 평형은 관리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등 적용받는 세금도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이 식었다”고 달라진 투자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형 평형일수록 값이 비싸며 비싸다는 것은 그만큼 잠겨 있는 자금이 많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얼마 전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2단지) 42㎡(12평) 3채를 구입했다. 입주 증가 때문에 잠실동 아파트 값이 전체적으로 약세장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소형 평형인 42㎡는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1억 원이나 높은 3억 원 선에서 매매값이 형성돼 있다. 전세는 1억4000만~1억5000만 원이다. 잠실동 트리지움공인 관계자는 “직장이 강남인 미혼 직장인들 사이 인기가 높다”며 “원룸 스타일로 설계됐지만 오피스텔보다 주거 여건이 낫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전세 물건을 찾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강남 아파트에 대해선 투자 의견이 엇갈린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생각에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다만 당장보다는 4~5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강남 집값이 단기간 너무 올랐다며 수익형 자산 쪽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 고액 자산가는 일본이 베이비붐 이후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가 현직에서 은퇴하면서 노후 대비용 수익형 자산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동조화 현상을 기록하지 않겠냐”고 확신했다.

아파트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1시간 이내 서울로 진입할 수 있으면서 전원에서의 삶이 가능한 지역이 앞으로 유망 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 이후 로스쿨 인가 대학 주변에 소형 빌라를 세워 수익형 임대 사업에 나서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김재일 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지금의 경기 위축 원인을 펀더멘털이 아닌 투자 심리에서 찾고 있다”며 “최근 강남 집값이 떨어지고 경매로 내몰리는 주택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부동산 자산을 늘릴 절호의 찬스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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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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