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44호 (2009년 01월)

원·달러 평균 환율 1100원 선 예상 3월 위기설은 현실화 가능성 낮아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4:54

원·달러 평균 환율 1100원 선 예상 3월 위기설은 현실화 가능성 낮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만 하더라도 2008년 12월 중순에는 90엔대가 붕괴됐다. 1995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원화 약세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될 뿐만 아니라 그 폭도 유난히 크다.

하지만 우리 성장률은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어 2008년 10월에 열렸던 G20 회담에 참가한 다른 정상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자본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부실 금융사들이 한국 증시에서 집중적으로 자본을 회수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헤지 펀드들이 마진콜을 당할 때 한국에서 가장 먼저 자본을 회수하는 관행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외환 당국의 효율적인 외환 관리와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인 요인으로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2007년 9월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자 시중은행들의 해외 차입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당시 시중은행 여건상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차입은 불가능했다.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차입과 만기 기간을 일치(matching)시켜야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좀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이 자금을 1년 이상 장기 자산에 투자했다. 하지만 1년 후인 2008년 9월부터 해외 차입분의 만기가 돌아오자 장기 투자 자산을 쉽게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차입마저 여의치 못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그때마다 단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지는 시장 개입으로 외화보유액이 급감해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것도 원인이다. 또 최근처럼 추가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때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는 소위 ‘마이너스 베팅’에 열을 올리는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이기적인 행동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원·엔 환율 급등세를 ‘3월 위기설’과 연관짓는 시각 대두

한편 2008년 11월 중순 이후 원·엔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자 인터넷상의 한 논객이 주장한 3월 위기설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3월 위기설이란 일본 기업과 금융사들의 회계연도 결산 마감일인 3월 말을 앞두고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일본 내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외화가 부족하면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시각대로 원·엔 환율의 급등세를 3월 위기설의 신호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요인을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엔화는 원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모기지 사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인 달러 기근 현상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러 기근 현상으로 가용할 수 있는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의 엔화가 안전 통화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일본 경기 침체라는 여건과 관계없이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통화에 대한 엔화 강세 현상은 2009년 들어 시간이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번에 두 단계 이상 기준금리를 내리는 ‘빅 스텝(big step)’ 금리 정책, 침실 문고리만 있으면 돈을 내주는 ‘문고리 자금 지원책(door knob policy)’ 등으로 달러 기근 현상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 기근 현상이 풀리면 비정상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엔화 가치는 일본 경제 실상대로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엔화 약세)이 예상된다. 현재 일본 경제는 ‘신 엔고발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또 아소 다로 현 정부는 공공 부문의 개혁 의지가 약해 앞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세계적인 예측 기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원·엔 환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을 겨냥해 엔화를 사두는 이른바 ‘마이너스 베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도입에 필요한 소요 기간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엔화 자금을 활용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세계 돈줄을 쥐고 있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자신도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고 할 정도로 달러 유동성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모기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면 곧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 등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국내 전망 기관들은 2009년에 원·달러 환율의 평균 수준을 달러당 1100원 내외로 잡고 있다.

따라서 최근 원·엔 환율의 급등세를 3월 위기설의 신호로 연결하는 시각은 근거가 약해 보인다. 또 국내에 유입된 엔화 자금 규모, 통화 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 그리고 한 나라에서 위기설이 나돌 때 실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정지표 등을 감안하면 3월 말 일본 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온다.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환율 변동 폭은 크게 확대될 듯=2008년에는 환율 예측이 엇갈리고 환율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애를 먹었다. 2009년에도 미국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화돼 환율 변동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외환시장에서는 신브레튼 우즈 체제 도입 논의 주목해야=2009년에 외환시장을 읽는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안은 모기지 사태 과정에서 많이 풀린 달러 유동성이 가격으로 반영돼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에 묵시적으로 유지돼 온 ‘제2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2008년 이후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주장해 온 신 브레튼 우즈 체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으로 신 브레튼 우즈 체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명시적인 합의 형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80년대와 달리 세계 각국 간의 경기 회복세 차이로 유럽, 일본 등은 더 이상의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내용도 많이 변했다. 1980년대에는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이 심해 엔화에 대한 미 달러화 약세 유도가 플라자 합의의 목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40% 정도를 중국이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플라자 체제가 다시 올 경우 명시적이기보다는 묵시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중심 통화도 중국의 위안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수정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년 동안 묵시적으로 유지돼 온 제2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수정된 형태의 신 브레튼 우즈 체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원화 가치의 안전판(safety valve)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과의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감안할 때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와 원화 가치 간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다.

따라서 우리 외환 당국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smoothing operation)을 시급히 확보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환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앞으로 외화 운용과 원화 환율을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유로화와 위안화 등 이종통화의 가치 변동을 참고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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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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