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제 44호 (2009년 01월)

타문화의 이해와 국제 매너

매너(manner)의 사전적 의미는 ‘방법, 방식, 태도’ 또는 ‘예의범절’을 말한다.

결국 매너는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편하게 대하는 것이다. 에티켓(etiquette)이 사람들 사이의 합리적인 행동 기준이라면 이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행위가 곧 매너다. 이러한 예(禮) 사상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앞서 발달했다. 이미 2500년 전에 공자는 예기(禮記)에서 “사람을 바로 하는 법 가운데 예보다 필요한 것은 없다”고 가르쳐 왔다.

세계가 글로벌화돼 가고 있다지만 지역적 특성은 여전해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은 중요하다. 외국과 교류가 없던 시절에는 외국을 잘 몰라도 불편하지 않았지만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된 마당에 타문화와 국제 매너를 모르면 난감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바이를 방문해 오찬 연설을 한 일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끝없는 사막을 보고 신의 축복이 비켜간 자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저의 짐작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신은 이 나라에 석유를 주셨고…”라고 대통령은 극적 표현으로 덕담을 하려고 한 것이다. 이때 한국인 주재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신’은 ‘알라’이며 매우 조심스러운 단어다. 특히 ‘신의 축복이 비켜간’이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양식당에서 김치와 고추장으로 냄새를 풍기며 크게 떠든다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며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 국가의 비즈니스맨에게 한국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권했다면 그 비즈니스는 실패할 것이다. 국제 매너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자칫 ‘일’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러 외국인 바이어와 상담을 하다가 잘 안 되면 갑자기 한국말로 욕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외모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인도네시아인은 더운 날씨 때문에 공식 행사라도 정장 대신 전통적인 바틱(Batik) 셔츠를 많이 착용한다. 체격이 왜소하고 다소 초라해 보여 박대한 바이어가 운전사를 둔 벤츠 S600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붙잡으려고 했지만 사태는 끝난 뒤였다.

외국인이 오해할 한국인의 습관도 많다. △우리는 어른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는 것이 예의이지만 서양인은 똑바로 보지 않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본다. △우리는 상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옷자락을 잡아끄는 경우가 있지만 서양인은 자신만의 ‘영역’을 침해하는 무례다. △우리, 특히 한국 여성은 손을 맞잡는 것이 친밀감의 표현이지만 외국인은 동성 연애자로 오해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마시던 술잔을 권하지만 위국인은 비위생적인 행동으로 본다.

한국인이 오해할 외국인의 습관도 있다. △서양인은 주목을 끌기 위해 둘째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지만 한국에서는 무례다. △서양인은 식사 도중에 코를 풀지만 한국에서는 실례다. △서양인은 어른에게도 한 손으로 물건을 주고받지만 우리는 두 손으로 주고받는다. △서양인은 사람이름을 빨간색으로도 쓰지만 우리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지만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것만을 고집할 수도, 무턱대고 외국의 것만을 따를 수도 없다. 우리가 한국의 전통과 예절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이며 타문화의 이해와 국제 매너를 하나씩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인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인의 소양이기 때문이다.

타문화의 이해와 국제 매너
하중호

칼럼니스트

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

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

http://cafe.daum.net/yejeol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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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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