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49호 (2009년 06월)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기사입력 2009.06.15 오전 10:04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벅셔 해서웨이 주주들의 오마하 ‘성지 순례’는 올해도 계속됐다. 환호는 가라앉고 열기는 식었지만 현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욕구는 꺾이지 않았다.

5월2일(현지 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시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벅셔 해서웨이 주총에는 작년보다 3000명 이상 많은 3만5000명이 참석했다. 10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주주층도 다양했다. 한결같이 워런 버핏 회장으로부터 투자 지혜를 얻기 위해서 먼 길을 찾은 것이다. 주가는 빠졌어도 버핏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는 여전했다. 정직하게 사는 ‘오마하의 현인’으로부터 새로운 투자 교훈을 얻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벅셔 해서웨이가 여전히 건재하고 조만간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답을 하지 못했다. 벅셔의 주가는 작년 9월 말 이후 30%가량 떨어졌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버핏 회장은 벅셔가 투자한 회사 중 보험과 생필품 관련 사업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나머지는 시원치 않다며 이해를 구했다.
버핏 회장은 찰스 멍거 벅셔 부회장과 함께 주주총회장에서 5시간 동안 주주와 일반인들의 질문에 답한 데 이어 다음날 오마하시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주총회장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버핏의 생각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무슨 교훈을 얻었나. 금융위기가 누구 때문에 터졌다고 보는가.

“과잉 레버리지(차입)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는 자칫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람은 항상 합리적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때론 자기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보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실적이 좋으면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실적이 나쁘면 책임지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인센티브 제도가 아니다. 한참 뒤에 성과가 어떻게 나오든 단기성과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많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적절치 못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왔다.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미국 내 거액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매니저들이 나서야 한다. 서너 개의 최대 기관투자가들이 과도한 보수에 제동을 건다면 해당 기업의 경영자는 엉뚱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금융위기는 나를 포함한 언론, 금융인들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다 집값이 한없이 오를 것으로 보고 돈을 빌리고 돈을 빌려줬다. 그런데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큰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버핏에 이어 멍거 부회장은 미국 사회의 비도덕성을 꼬집었다. 망하기 직전까지 이익이 나는 것처럼 포장하고 그것을 근거로 보상을 챙겼다는 것이다)

벅셔 해서웨이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벅셔의 수익 전망은.

“벅셔는 2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보험사(가이코)를 갖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극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주가는 급변한다. 주가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가이코 같은 회사에는 더 큰 기회를 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고객들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싼 가이코를 찾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행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벅셔의 보험 사업 부문의 수익 창출능력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들어온 돈으로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불균형)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벌어들인 2000억 달러의 무역흑자로 작은 종이쪽지(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 중국에서는 이런 시스템 덕분에 중국 산업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이 중국 물건을 계속 사면 중국은 더 많은 제품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투자와 소비를 늘리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벅셔의 현금보유고가 작년 말 250억 달러에서 3월 말 200억 달러로 줄었다.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증자나 채권발행 계획은.

“전혀 없다. 현재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유망한 투자 대상이 나와 돈이 필요하면 보유 중인 투자주식을 매각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계속 현금이 들어오고 있고 이 돈으로 새로운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 보유 현금이 1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이코 같은 회사들도 어려울 때 사들였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투자 기회가 많다”

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나. 외환 투자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미국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아직도 투자 기회가 많다고 본다. 물론 해외 투자를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직접 투자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다. 현재 외환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주식 매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돼 있기는 하다.”

파생상품을 ‘금융 대량살상무기’라고 비난했었는데, 벅셔가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복잡한 산술을 활용한 투자 기법이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로 가치를 산정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면 그것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복잡한 산술을 동원해 강의해야 인정을 받는다. ‘손에 쥐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숲 속의 새 두 마리보다 가치 있다’고 강의하면 종신재직(테뉴어)을 잃게 될지 모른다. 벅셔의 파생상품 투자는 무엇보다 위험을 이해하고 위험을 회피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다. 거래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 형태의 거래가 불가피할 수 있다. 파생상품을 나서서 만들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있으면 적당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 앞으로 파생상품으로 인한 투자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다. 벅셔가 투자한 지수옵션 관련 파생상품은 앞으로 15∼20년이 지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멍거 부회장은 최악의 사업 결정은 미래 가치로 현재 가치를 환산해 이뤄지는 것으로 정확성의 오류로 인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작년 주총에서 한국 주식을 좀 더 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는데,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과 투자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포스코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완벽한 철강업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많이 투입해서 개별 주식을 많이 사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검토 중이다. 사실 지난해 개인 포트폴리오에 1개 한국 종목을 추가했다. 한국 기업 중 수익 창출 능력이 있는 몇 곳을 투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투자 시점을 고려하고 있다.” (멍거 부회장은 포스코처럼 우량한 회사가 한국에 여럿 있다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와 한국의 조선산업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제너럴일렉트릭(GE)도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제프 이멜트 회장이 GE를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GE의 매출과 수익은 개선되고 있다.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금융 부문이 타격을 받았지만 이멜트 회장의 취임 이후 제조업 부문의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GE는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이멜트 회장은 훌륭한 경영인 중 한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업을 꼽으라면.

“구글은 보통 기업이 아니다. 성 주변에 커다란 해자(垓字)를 둔 요새처럼 누구도 공략하기 힘든 기업이다. 해자가 클수록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수익성이 커지게 마련이다. 특히 인터넷에 광고를 클릭한 횟수에 따라 광고주에게 요금을 부담시키는 사업 모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멍거 부회장은 구글의 해자에는 상어까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선 주택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서부 지역 주택시장 타격이 컸다. 언제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나.

“최근 몇 달간 중저가 주택의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벅셔 계열사인 홈서비스오브아메리카의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지는 않았지만 75만 달러 이하의 주택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택재고가 소진되는 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후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앞으로 달러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조치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인플레이션은 분명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수익성(earning power)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 회사를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건강문제가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데 버핏 회장의 건강은 어떤가.

“만약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구체적으로 건강 문제를 발표할 것이다. 회사를 둘러싼 루머가 퍼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언제든지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보면 된다.”
“향후 인플레이션 불가피…수익성 높은 기업 발굴이 최상의 대비책”

미 재무부가 실시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당국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잣대로 은행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은행의 강점을 인식할 수 없고 은행 간 차이점을 간파할 수 없다. 은행도 비즈니스 모델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벅셔가 보유 중인 웰스파고, 유에스뱅코프에 대해 우리 방식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봤다. 이들은 수익력이 탁월하고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 않다. 한 가지 잣대로 은행을 평가할 수 없다. 코카콜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제품을 봐야지 자본력만 따져서 기업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 19개 은행 중에 15개는 망하기엔 너무 크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은 망할 수도 있고, 다른 은행에 자산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BOA, 웰스파고 등은 다르다. 그들이 망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웰스파고는 지분 전체를 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은행이다. 웰스파고는 강력한 수익능력을 갖추고 있다”

벅셔가 2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무디스의 모기지 관련 증권의 신용등급 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4,5년 전만 해도 모든 투자자들과 가계가 부동산 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착각했다. 그건 바보스런 짓이다. 하지만 만약 무디스가 주택관련 증권에 최고 등급인 ‘AAA’를 주지 않았다면 무디스는 의회에 불려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무디스는 엄청난 실수를 했지만 미국 사람들 모두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후계 구도에 대한 생각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분리할 계획이다. 벅셔의 자산을 운용하는 4명의 매니저들 누구도 지난해 시장 수익률을 이기지 못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쫓겨나지도 않았다. 현재로선 펀드매니저를 교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있으면 추가로 고용할 계획은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인 3만5000명의 주주들이 오마하를 찾았는데, 주주들이 왜 이곳을 찾는다고 보는가.

“우리는 주주를 파트너로 생각한다. 우리의 뜻을 주주들이 더 많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1980년부터 벅셔 해서웨이 주총에 참가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자신이 부자이고 현명하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오마하(네브래스카주)=이익원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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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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