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49호 (2009년 06월)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자 만드는 게 꿈”

기사입력 2009.06.15 오전 10:07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자 만드는 게 꿈”
셀트리온은 코스닥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사실은 2002년부터 무려 7억 달러가 투자된 준비된 회사였다. 이 회사는 미국FDA기준에 부합하는 대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규모로는 세계 3위다.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회사들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왔다. 기술이 있고 성장잠재력도 높다고 평가받는 기업조차도 실적은 형편없다. 매출은 미미하고 이익은 꿈도 못 꾼다. 한동안 테마주 바람을 타고 주가가 폭등했다가도 실적만 나오면 다시 곤두박질치는 게 바이오주다. 대박을 꿈꾸며 투자했다가 낭패만 본 투자자들도 많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바이오주라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바이오주가 소위 ‘꾼’들이나 투자하는 작전주 정도로 치부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이오회사인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른 것이다. 더구나 셀트리온은 지난해 코스닥 시장 상장심사에서 탈락해 부득이하게 우회상장으로 들어온 회사다. 뒷문으로 들어온 ‘미운 오리새끼’가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백조로 바뀐 것이다.

셀트리온은 다른 바이오업체들과는 달리 ‘백조’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37억 원, 영업이익 30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6.6%나 된다. 그 전 해인 2007년에는 매출 635억 원, 영업이익 139억 원을 냈다. 이 회사의 서정진 회장은 “2010년이면 순이익이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바이오업계의 삼성전자가 돼서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사실은 지난 2002년부터 무려 7억 달러가 투자된 준비된 회사다. 셀트리온의 송도 본사의 규모는 대지 19만8000㎡에 연건평 6만6000㎡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지난 2002년 KT&G들 일부 기업들과 주위 지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한 항체의약품 생산업체다. 항체의약품은 면역반응인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류마티스성관절염 암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단백질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FDA기준에 부합하는 대규모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3위의 위탁생산(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업체다. 2012년에 제2공장이 가동되면 생산규모는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설비를 갖춘 곳은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셀트리온 등 단 3개밖에 없다. 반면 의약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셀트리온은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또 항체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 시밀러(bio similar) 기술에서도 선두 업체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신약의 복제의약품을 말한다. 주요 신약의 특허기간이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끝나면서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훨씬 싼 바이오 시밀러 의약품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의 바이오 시밀러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셀트리온은 이미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과 류마티스성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 등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0년부터 3년 동안 매년 3개씩 모두 9개의 바이오 시밀러를 시장에 내놔 50조∼100조 원에 이르는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면 셀트리온은 서 회장의 말대로 바이오업계의 삼성전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항체 의약품 생산과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43%, 57%에 달할 정도로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자 만드는 게 꿈”
셀트리온은 이제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지만 성장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 회장은 “다시 창업하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 회장은 지난 83년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그러나 3년 후 상사를 따라 생산성본부로 옮겨 기업컨설턴트의 길을 걸었다. 경영혁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서 회장은 당시 고객사였던 대우자동차 김태구 사장의 눈에 띄어 대우자동차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서 회장의 나이는 3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직책은 상임 경영고문이었다. 당시로서도 파격적이었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질시의 대상이 되면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당시 대우차의 세계경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드는 브레인 집단을 맡았다. 그러나 경영고문이면서 실질적 조직의 책임을 맡다보니 여러 문제가 있었다. 대신 경영수업은 확실히 받았다. 셀트리온을 창업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데는 대우차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서 회장은 1999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샐러리맨 생활을 마감했다. 대우차의 경영혁신을 주도하던 임원으로서 경영위기에 책임을 통감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서 회장은 이후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 2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자동차 업계는 너무 경쟁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직원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가 없었다. 직원들에게 잘한다고 칭찬도 해야 하는데 아무리해도 어렵다는 얘기밖에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 고생하더라도 나중에 편한 사업, 시대에 맞는 사업,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사업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서 회장은 제약업종에 주목했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2013년부터 주요 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새로운 신약이 등장해 기존 판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신약개발보다는 바이오 시밀러 의약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 있었다. 서 회장은 후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되면 후발사업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서 회장은 그중에서도 기술진입 장벽이 높은 항체의약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서 회장은 2년 동안 생명공학 전문가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제약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자 만드는 게 꿈”
서 회장은 생명공학에 문외한이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했고 사회에서도 그는 생명공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는 그러나 “과학자가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사업가가 과학을 이해하고 사업을 하는 게 더 쉽다”며 “먹고 살기 위해 죽자 살자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셀트리온의 비즈니스 모델은 신약개발→생산→판매하는 일반 생명공학회사들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회사는 생산을 통한 사업기반 구축→바이오 시밀러 기술개발→신약개발 이라는 역발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CMO 시장에서 먼저 입지를 확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동력원으로 자체 제품(바이오 시밀러)을 개발해 수익성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종합생명공학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흔히 창업자가 범하는 가장 큰 잘못은 플래닝(계획) 투자에 인색한 것”이라며 “계획 단계에서 제대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 단계에서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철저하게 짰다.

그러나 서 회장의 야심이 현실화되는 데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랐다. 수천억 원의 시설비를 댈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 대한 확신도 없었는데다 사업규모도 초창기부터 너무 컸다. 초기에 KT&G등 일부 기업과 서 회장의 지인들이 참여했지만 당초 목표했던 금액에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국내 5대 제약사를 모두 돌아다니며 투자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서 회장은 “수차례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3자배정 유상증자로 바뀌고 실권주가 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며 “결국 사채자금까지 써가면서 겨우겨우 회사를 꾸려갔다”고 회고했다. 당시 서 회장은 셀트리온에 자금을 대느라 아들의 대학등록금도 친지들의 도움을 받을 정도였다.

서 회장이 어렵게 셀트리온의 생산설비를 갖춰나가는 동안 세계 바이오시장은 점점 바이오 시밀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신약개발을 추진하던 다국적 회사들이 하나둘씩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바이오 시밀러 개발을 선언한 것이다. 서 회장은 “2007년 말부터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지금은 너도나도 바이오 시밀러를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시장은 우리가 선점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세포를 확보하고 복제단백질을 개발한 뒤 임상시험을 거쳐 약을 생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6년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시간과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도 만만치 않다.

셀트리온은 올해 7월께 한국식약청에 바이오 시밀러 임상시험허가(IND)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10월에는 유럽지역에서 임상시험허가 신청서를 낸다. 이 회사는 유방암 치료제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1년에 3개씩 모두 9개의 임상허가 신청서를 내 복제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약들이 현재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나 된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류마티스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예를 들어보자. 류마티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세계인구의 1%다. 한국만 봐도 4500만 인구 중 45만 명이 환자인 셈이다. 이들 중 3분의 1인 약 15만 명은 TNA알파라는 효소로 인해 발병한 사람들이다. 이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용은 약 1500만 원이나 된다.

바이오 시밀러 약이 개발돼 약값이 연간 500만 원으로 떨어지고 환자 중 절반도 안 되는 7만 명이 혜택을 본다고 가정해보면 한국에서 이 치료제 시장은 약 3500억 원 규모나 된다. 현재 류마티스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미국 유럽만 10조 시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약이 9개나 나올 예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이 선점한 시장이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자 만드는 게 꿈”
현재 바이오 시밀러 시장 진출을 선언한 화이자 머크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준비상태가 미미해 셀트리온을 따라잡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일 걸릴 것이란 게 서 회장의 주장이다. 서 회장은 “우리가 선점하는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매출과 순익을 가져오느냐가 과제”라며 “후에 경쟁자가 나오더라도 비용과 가격경쟁력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사 오알캠을 인수하면서 우회상장을 했다.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어렵게 되자 코스닥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상장심사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장조건에 매출이 3년 평균 200억 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셀트리온은 2005년과 2006년에 매출이 전무했고 2007년에 처음으로 640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수치로는 조건을 충족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정성적 평가를 하면서 상장 승인을 하지 않았다. 서 회장은 “정식심사에서 떨어진 기업이 우회상장 6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면 도대체 심사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느냐”며 “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 우회상장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했을 뿐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다”며 “사업을 통해 큰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증자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의 목표는 신약개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신약개발은 해마다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들이 하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고 결국 한국 IT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삼성전자가 한국 IT산업을 만들었듯이 셀트리온도 바이오업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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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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