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위기를 딛고 세계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침체 상태이나 하강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산시장에도 훈풍을 몰고와 주가 등 자산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실물경기 회복의 지연 가능성 때문에 제2의 위기론도 만만치 않다. 또다시 투자가들은 자산시장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경제적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최근 글로벌 경기가 반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각국 정부의 과감한 자금 투입과 경기 부양책 때문이다. 이 결과 금리와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올 1분기를 저점으로 경기는 회복 추세로 진입했다. 비록 정부의 역할이 크지만 재고가 빠르게 줄면서 소비 위축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정상화 과정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특히 중국은 적극적 재정 방출로 글로벌 경기 회복을 선도하고 있다. 대출과 소비가 늘면서 주가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회복 추세에 진입하고 있다. 침체 기간이 가장 긴 미국도 주가와 부동산 시장이 반전하면서 하반기 경기회복론이 대세다. 최근에는 비관론자들마저 경기회복에 무게를 두는 등 낙관론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 유럽, 일본과 이머징 마켓의 경기 회복은 지연되는 모습이다.현시점에서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번 글로벌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다. 21세기 세계 경제는 저금리가 유발한 부채경제 구조였다. 풍부한 유동성은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기업의 과잉 투자를 유발시켰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인 지금도 중국에서는 새로운 철강, 석유화학 공장이 완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부동산 버블도 역사상 가장 심한 상태였다. 문제는 주택과 공장이 부채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국가 구분 없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했다.따라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뿐 아니라 가계는 주택 매입 때문에, 기업은 과잉 설비 투자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주택의 20%는 주택을 매도하면 (-)가 되는 소위 ‘깡통 주택’이다. 또한 최근에 가동률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인 철강 업종의 가동률은 3월 기준 76%에 불과하다. 석유화학, 자동차, IT 산업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한 상태다. 여기에 공급과잉의 주범인 중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 추가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지금까지의 대책은 주로 금융기관 치유에 집중되었다.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같은 자금 지원을 통해 금융기관의 안정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또한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자들도 한숨을 돌린 상태다.문제는 지금부터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 연체율이 오르고 고용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과거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계는 부채를 늘려 소비했지만 지금은 부채 상환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각국은 금융위기를 넘기자 국제공조보다는 자국 경제만을 지원하는 정책을 남발되면서 수면 하에서 충돌하고 있다.가장 많은 자금을 공급한 미국의 달러화 약세도 우려된다. 현재 달러화의 대체 투자대상은 경기침체가 심한 유로화보다는 석유 등 원자재로 압축되고 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당연히 원자재 가격과 물가가 오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대부분의 국가 재정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금은 걷히지 않는데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투자 자금이 점점 부족해질 수 있다. 경기침체 하에서 물가상승과 국가 재정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사실 대책이 없다. 다시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을 경우 과잉부채가 재차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한국의 경우 달러의 약세 전환 시 원화 강세로 수출 회복이 지연될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물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채산성마저 악화될 수 있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글로벌 위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위기다.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3%대의 낮은 금리 때문에 저평가된 자산에 대한 투자가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주식투자 수익률(1/PER)은 PER 12배, 주가 1400P를 가정할 경우 8.3%이다. 반면 은행 예금은 3%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식투자가 은행 예금에 비해서 5.3%P 만큼 유리하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예금보다 주식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그러나 속도가 문제다. 이미 주가는 이익 대비 고평가 상태에 진입할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빠르다. 채권도 우량채권의 금리는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고 장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펀드 투자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의 투자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또한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된 상태에서 과잉 유동성에 의한 자산가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위험도 상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현금은 많고 주 가는 그리 싸지 않은 국면이 2~3분기 중 나타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주가 변동성은 크게 높아진다. 결국 6월 이후 주가는 방향성을 유보한 채 다중 고점을 형성하면서 실물경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할 전망이다.저금리 현상이 구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내년 이후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회사채 투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재보다는 내년 이후의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의 채권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해야 한다.하반기에는 과잉유동성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직접투자의 경우 소재 관련주, 해외 펀드는 브라질 등 자원 부국, 그리고 원자재 펀드 등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반면 중기 고점에 임박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국가에 투자한 해외 펀드의 부분적 환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주식 비중을 단기적으로 줄이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부동산시장 회복은 제한적이다. 공급과잉 상태에서 구매자인 가계의 부채 수준은 여전히 높고, 경기회복 속도의 둔화로 소득 증가도 여의치 않다. 다만 강남과 같이 제한 일부 지역과 수급이 빠듯한 수도권 중소형APT 등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경기에 선행하는 자산시장은 2~3분기 중 중기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회복에 기대로 자산가격은 이미 2분기부터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자산가격이 중기 고점을 형성한 이후의 문제는 실물경기 회복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