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황 회장은 지난 2005년 증권업협회장을 맡은 이후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 자본시장 업무 영역을 허문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즘 국내 증권업계는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다. 비록 주가는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 거래대금이 7조 원대에(코스피와 코스닥 합계)에 이르러 증권사들은 매매거래 수수료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쇄적인 금리인하로 보유 채권의 가격이 뛰면서 증권사들의 수익규모도 사상 최대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세계 경기는 침체 상태에 빠져있고 은행들도 수익성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또 하나의 호재를 맞고 있다. 8월 초 개인들을 대상으로 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 것.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은행고객들처럼 자금이체 및 송금, 지로납부서비스, ATM입출금, 전자결제 등을 제한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지급결제서비스의 허용은 증권사가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에서 증권이 은행과 균형적인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05년 증권업협회장을 맡은 이후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 자본시장 업무 영역을 허문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은행의 반발을 무릅쓰고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지본시장법에 반영, 증권업계의 숙원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을 만나 지급결제서비스의 의미와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증권사가 고객에 대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데 제약이 사라졌다는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머니무브 현상(은행에서 증권으로 자금이동)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 1월에 CMA잔액은 34조 원이었는데 지금은 38조50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올해 1월 이후 19조8000억 원이 늘었다. 실제 은행고객과 증권고객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급격한 머니무브는 없을 것으로 본다. 나도 최근에 은행에 가서 월급 통장을 CMA로 옮기겠다고 하자 2%대의 이자를 준다며 말렸다. 은행도 CMA에 대항하는 상품을 내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경쟁은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좋은 것이다. 지금 CMA의 주류는 RP형인데 RP는 규모가 커질수록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NCR)을 낮추기 때문에 운용규모에 한도가 있다. 10개 대형증권사에게 검토해보라고 해봤더니 약 5조∼6조 원 정도가 은행에서 옮겨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은행이 자금이동에 두려움을 느껴 과도하게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 은행은 지급결제를 위한 준비금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이미 증권사는 대부분 수시입출금 방식의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현금성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에는 증권사도 유사시에는 RP(환매채)를 통해 한국은행에서 긴급유동성을 지원받기로 했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급결제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모니터링하려고 한다. 또 필요하다면 운용내역도 공시를 하도록 해 투명하게 운용할 생각이다.”“사실 우리나라에서 금융은 은행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증권사들이 금융시스템의 한 부분을 맡게 됐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게 된다. 금융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순간 망한다. 그런데 자사 이기주의를 앞세워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어떻게 하면 CMA라는 상품을 잘 키워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만들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없는 금리를 제시하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만 급급하다. 난 규제완화주의자이지만 수수료 덤핑 등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할 생각이다. 증권사들은 이번에 제대로 해서 자본시장을 잘 키워보자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자본시장법의 근본 취지는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회사의 실력을 키우고 체계적인 투자자보호를 통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와서 다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법 시행초기에 투자자보호 문제로 혼란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호주 영국 등 선진국을 살펴봐도 법 시행이후 2∼3년 동안 나타났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겪은 혼란은 잘 수습되고 있는 것 같다.”“표준투자권유 준칙은 일종의 베스트 프랙티스다. 협회가 하나의 예를 제시한 것이다. 각 회사가 자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활용해 이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되는데 획일적인 규제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협회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준칙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각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도록 큰 방향만을 제시할 것이다.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등 큰 카테고리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각 회사는 융통성 있게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법해석도 투자자보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향적으로 하겠다.”“자본시장 관련 자격증 제도는 대폭 손질할 생각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격증이 기존의 11개에서 20개로 늘었다. 굉장히 복잡하고 유사한 게 많은데 카테고리별로 통합할 생각이다. 또 지금 제도는 한번 자격을 따면 별다른 교육도 없이 일생동안 자격이 유지된다. 하루가 다르게 업무환경이 바뀌는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보수 교육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보수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제재를 하겠다. 윤리교육도 강화하겠다. 시험에도 윤리를 대폭 반영하겠다. 외국은 주로 관리직이 자격증을 따는데 우리는 영업맨들이 주로 대상이다. 이것도 보완하겠다. 관리직들도 교육을 받아야한다. 자격증 관련 비용도 대폭 낮춰 원가수준으로 하겠다. 현재 TF팀에서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감독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상품과 관련된 서류도 대폭 간소화하겠다. 나도 증권사 창구에 가서 펀드에 가입을 해봤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알지도 못하는 여러 서류를 내밀고 도장을 찍으라고 하더라. 쓸데없는 절차를 만들어 규제를 하는 게 얼마나 낭비인가. 법적용을 유연하고 간소하게 하기위해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세계적인 규제체계의 흐름은 개별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시스템리스크에 대한 안정성 규제다. 그러나 개별회사의 영업행위가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도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은행의 DTI규제나 카드채 규제를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창의적인 금융상품의 개발과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규제는 보완관계라고 본다. 개별 회사의 영업행위가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은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막아야 한다. CMA도 마찬가지다. 협회차원에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다가 시스템리스크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질 때 공적규제로 넘어가면 된다. 자율규제는 시장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알 수가 있다.”“장외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스크 요인들을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위험요소를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공지해주고 투자여부를 판단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협회가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사전심의토록 되어있다. 협회는 이 업무가 규제가 아니라 투자자보호차원에서 상품을 공시하고 리스크를 분석해주는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우리증시는 올 들어 국내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1400포인트 대까지 회복됐다.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12조 원을 사들여 국내 증시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증시 수요기반의 다변화를 통해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비중은 지난 2004년 4월에 무려 44.1%나 됐었지만 지난 6월 말에는 27.5%나 줄었다. 앞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식편입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토록 하고 장기적립식펀드에 대해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 비과세 등 세제혜택도 건의하고 있다. 항상 개인들은 변동성이 큰 장에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투자경험 및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장기·간접·분산투자를 원칙으로 삼고 투자에 임하라고 권하고 싶다.”한국금융투자협회장서울대 경영학과미 럿거스대 경제학 석사대우증권 부사장메리츠증권 사장증권업협회장글 김태완·사진 김기남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