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에셋자산운용 한상수 본부장

한 본부장은 박스권 장세에서도수익을 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문학자를 꿈꿨던 청년이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월급을 많이 준다는 증권사로 들어갔다. 펀드매니저가 됐고, 기관 자금을 운용을 잘 하던 시절 돌연 회사를 그만뒀다. 자신의 돈과 주변 사람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새로운 법인을 차렸다. 한동안 잘 됐지만, 다시 제도권의 펀드 매니저로 돌아왔다.‘마이에셋트리플스타’펀드는 이 회사의 유일한 공모펀드다. 2조 원가량의 자금은 대부분 기관 자금이고 순자산이 150억 원 남짓한 이 펀드가 개인 투자자와 유일한 접점을 이루고 있다. 이 펀드는 770여개 국내 주식형펀드(설정액 10억 원 이상) 가운데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수익을 냈고, 당연히 주목을 받았다.이 펀드는 작년 9월에 만들어졌다. 한 본부장이 재야에서 마이에셋으로 옮긴 직후다. 기관 자금을 위주로 운용하던 마이에셋자산운용에 제대로 된 주식형 공모 펀드가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한 본부장은 “기관 자금은 덩치가 크지만 작년과 같이 금융위기가 터지면 자금 집행이 올 스톱되거나 오히려 자금을 거둬간다”며 “안정적인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해야 회사가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사실 이 펀드는 새롭게 출시된 펀드가 아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칭기스칸’이라는 가입자 7명, 1500만 원짜리 주식형펀드가 하나가 명맥만 유지한 채 있었다. 한 본부장은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보다 판매사가 있어 마케팅에 유리한 이 펀드의 가입자를 설득해 이름을 바꾸고 자금 모집을 시작했다.“친구 친척 등은 물론 골프장 캐디에게도 제대로 된 주식형펀드를 만들어볼 테니 자금을 넣어달라고 요청하고 다녔습니다. 저도 어려운 시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들에게 받은 돈을 잃을 순 없다는 신념 같은 게 있었어요. 다행히 진심이 통해 자금은 많이 불었습니다.”실제 이 펀드의 설정액은 그해 연말 15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올 들어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4일 처음으로 설정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높은 수익을 낸다는 입소문을 탄 것이 주효했다고 그는 설명했다.높은 수익률의 비결이 궁금했다. 정석 투자한다는 다른 펀드와 확실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법했다. 그 비결 중 첫 번째는 ‘합리적인 일처리’라고 한 본부장은 강조했다.“저 외에 2명의 팀장급 매니저 단 세 명이 이 펀드를 운용합니다. 회사 내 리서치 조직도 없습니다. 저야 본부장으로서 자금 유치 영업활동도 했지만, 다른 매니저들은 운용 외의 업무는 하나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꼭 회사에 출근할 필요도 없다고도 전달했습니다.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존 관행을 무시하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이를 테면 매니저가 기업 탐방을 가서 회사가 좋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매수 주문을 하는 식이다. 기업 탐방 후에 회사로 들러 다음 날 회의를 거쳐 종목을 편입할 것인지, 아닌지 의논하는 절차가 없다. 좋으면 바로 산다. 한 본부장의 허락도 필요 없다. 다만 그는 ‘그 종목을 얼마를 편입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회사가 좋다고 판단되면 운용업계 상한선인 펀드 전체 순자산의 10%까지 과감히 사들입니다. 올 초 금호종금이 그런 경우입니다. 유동성 위기 얘기가 나오던 금호그룹과 관계가 없는데 금호그룹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매니저가 방문하고 회사가 좋다고 판단해 당시 순자산의 6% 정도를 갖고 있던 은행주를 2%로 줄이고 금호종금을 바로 4% 선까지 사들였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가 올 상반기 제한선인 순자산의 10%까지 편입한 종목들은 LG전자 LG화학 등이 있다.세 명의 매니저들이 수많은 종목 가운데 투자할 만한 종목은 어떻게 고를까. 일단 그의 펀드는 △스타성장주 △스타전환주 △스타기대주 등으로 종목을 분류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탐방 종목을 정한다. 스타성장주는 삼성전자와 같이 업종 대표주이고, 스타전환주는 LG전자 하이닉스 등 업종 대표주 가능성이 있는 대형주를 말한다. 스타기대주는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다.“이 분류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높은 점수의 기업들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방문해서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실제 가치보다 시장에서 낮은 가치를 적용받으면 바로 매수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바로 주식을 정리합니다.”스타성장주·전환주·기대주의 투자 비중은 각각 40 대 30 대 20 정도가 된다. 나머지 10은 현금이다. 이 현금 비중에서 이 펀드의 경쟁력이 다시 나온다. 보통의 펀드들은 현금을 콜이나 CD(양도성예금증서) MMF(머니마켓펀드) 예금 등에 넣어놓지만 한 본부장은 이 현금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곳에 투자한다. 공모주 유상증자 실권주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그것이다.그는 이를 통해 올해 대박을 냈다. 중국원양자원의 공모주 2.2%를 주당 3000원에 받아 장내에서 절반가량을 1만 원에 정리했고, 기아차 BW청약과 한국정밀기계 공모주 청약에서도 비슷한 수익을 냈다.“기아차 적정 주가를 저는 1만2000원으로 봅니다. 작년과 올 초 기아차 주가는 5000 원 선이었습니다. 발행한 BW 금액은 주당 2500원이었습니다. 장내에서 주식을 사는 게 유리합니까, BW를 청약하는 게 유리합니까.”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10%의 현금 유동성을 갖고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그는 이러한 스타 펀드를 또 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당분간 다른 펀드를 낼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이트리플스타’ 펀드를 대표 펀드로 만들고 이 펀드의 규모가 1조 원이 넘으면 그 때 생각해 볼 문제”라는 설명이다.올 하반기에도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공모주나 BW 청약 등도 그렇고, 현재 상장된 주식에도 제대로 된 가치를 못 받고 있는 종목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많은 정보를 어떻게 취합하고 해석하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되는 세상입니다. 리서치 조직 없이 단 3명이 모여 시장보다 3배 이상 수익을 낸 우리 펀드의 비밀도 이와 같이 움직이며 다른 조직과 차별화 전략을 썼기 때문입니다.”그는 “아직도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해 여유가 되면 별에 대해 더 공부해 책을 내고 싶다”며 “펀드 이름에‘스타’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글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