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세무회계사무소 송영태 대표

비행의 꽃은 착륙이에요. 착륙이 80~90%를 차지하거든요. 오늘 착륙은 10점 만점에 7~8점 정도 될까요? 하하….”부경세무회계사무소 송영태(49) 대표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비행 중 관제탑 지시 내용을 뒷자리 교관에게 “뭐라카노?”라며 재확인하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진 듯 했다. 비행경력 150시간을 축적한 ‘파일럿’이지만 한 달에 1~2번에 그치는 비행은 매번 새로운 긴장감을 안겨다 준다. 하지만 비행은 그에게 양보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틀에 박힌 세무사란 직업인에서 ‘무한자유인’으로 탈출할 수 있는 ‘활주로’가 돼주기 때문이다.부산에서 20년째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명함 뒷면에는 ‘한국조종사교육원 대표’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세무사이면서 조종사이고, 동시에 조종사 교육기관 CEO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연유로 항공기 조종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우연히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조종사 교육기관에 대해 알게 됐는데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6년 1월부터 양양공항에 있던 ‘클럽 뷰티플라이’에서 배우기 시작했죠. 조종을 배우면 비행기 한 대를 사서 지인들과 자유롭게 공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론시험도, 실기시험도 막상 접하고 보니 너무나 체계가 없더라고요.”일단 결심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성격 덕분에 조종사를 향한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른바 ‘족보’도 없던 이론시험은 영문 서적에서부터 항공대에서나 보는 전문서적까지 닥치는 대로 사들인 책으로 대비했다. 시험 경향에 대해 누구 하나 ‘귀띔’해 주는 이도 없으니 다다익선 전략밖에 없었던 것.“4시쯤 퇴근하면 귀가해서 6시간씩 공부를 했어요. 아빠가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니 아들 녀석이 덩달아 고생했죠. 같이 공부하느라고요. 나중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교통안전공단의 시험 출제위원한테 전화를 했어요. 나이 들어 조종 배우려니 어려운데 어떤 걸 공부해야 하냐고 물었죠.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하하하….”그렇게 5개월을 ‘늦깎이 학생’으로 책과의 전쟁을 치룬 덕에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한 번에 이론 5과목을 모조리 합격한 것. 하지만 이론시험 합격의 기쁨은 잠시, 장장 10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었다.“김해공항에서 양양편 비행기가 하루 1편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승객이 적어 수지가 안 맞으니 결항이 잦았어요. 그래서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갈아타는 시간도 있고 하니 양양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해도 새벽 2시에야 집에 도착하는 겁니다.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자동차로 7시간을 운전해서 다니다가, 한 시간이라도 비행을 더 해보자는 마음에 급기야는 금요일 저녁에 출발했죠.”하지만 ‘불굴의 사나이’의 열정은 양양공항에서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했다. 한껏 비행욕심을 내어봤지만 양양까지의 긴 여정으로 지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었고, 토요일에 기상이라도 나쁠라치면 비행기에 오르지도 못하고 다시 차를 부산으로 돌려야 했다. 그런데 주말이면 사라지는 가장에 대한 가족들의 원성은 없었을까.“아들은 아빠가 사라져주면 오히려 좋아했던 것 같고요,(웃음) 아내는 저랑 함께 다녔어요. 부산에서 양양, 양양에서 부산을 오가며 여행도 즐겼죠. 늘 조종사 뒷좌석을 지켰으니 아내의 비행시간이 저랑 같은 셈이죠.”실기시험을 향한 10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뒤 드디어 자가용 조종사 면장을 취득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비행기를 구입하는 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명’이 생겼으니 자신이 겪은 전철을 후배들이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제대로 된 조종사교육기관 설립을 마음먹고야 만다.“교관 2명, 운항부장 1명, 정비부장 1명을 섭외해 한국조종사교육원을 설립한 뒤 2007년에 12만 달러짜리 비행기(Cessna)를 사왔죠.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지만, 저희 교육원 출신이라고 하면 인정을 받을 정도로 합격률도 높고 교육시스템도 자리가 많이 잡혔어요.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 3대에, 6대가 현재 감항검사 중이니 곧 9대가 운항될 수 있어 에어버스 사업과 항공기 렌트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김포공항에 소형 항공기가 착륙한다는 것이 처음엔 상상하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소형 항공기가 늘어나면서 법제나 공항 지원시설도 많이 개선됐어요.”김포국제공항에 베이스를 둔 한국조종사교육원은 양양공항에도 오피스를 두고 있다. 합격률 99%를 자랑하며 입소문이 난 결과 지금은 교관도 7명에 이르고, 항공대와 한서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이어 고유 콜사인 ‘Pilot School’도 부여받았다.“제 인생 목표가 죽기 전까지 일하는 겁니다. 비행은 답답한 세무사 생활에서 탈출해 느낄 수 있는 자유에요. 맑은 날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원래 낙천적이기도 하지만 비행을 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조종사교육원을 통해 조종사 교육 표준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국토해양부 지정 조종사 전문교육기관 승인을 추진 중인데, 미국의 ‘시에라 아카데미’에 버금가는 한국 제1의 비행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돈 버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조종사교육원은 시작도 안 했을 거라 말하는 송영태 대표. 중고라고 해도 기본이 ‘억’을 훌쩍 넘는 비행기 가격을 감안할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다. 부산과 김포를 오가며 1인 2역, 3역을 하는 그도, 다른 조종사들처럼 창공에서만큼은 오롯이 ‘자유인’이다.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극에 달하는 긴장감이 안전한 착륙으로 이어질 때 쾌감을 느낀다는 송영태 대표. 조만간 그의 비행기에는 곧 성년을 바라보는 듬직한 아들이 동료이자 후배로 조종석 옆자리를 지킬 것 같다.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부경세무회계사무소 대표한국조종사교육원 대표총 비행경력 15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