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56호 (2010년 01월)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기사입력 2010.01.13 오전 10:36

Gothic Passion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영상의 시대 고딕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유럽의 사상을 이해하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면 그리스와 로마 사상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헬레니즘(Hellenism), 기독교의 교의(敎義)를 바탕으로 하는 헤브라이즘(Hebraism)이다. 이 두 개의 큰 흐름은 화합 혹은 대립하며 전개돼 왔다. 19세기에 이르러 르네상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중세의 대표적인 빛의 시대인 고딕을 암흑의 시대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변화가 오고 있다. 이미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문자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즈음에 영상의 시대였으며 이미지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활용했던 고딕시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께 영광, 하늘에 소망

최초로 고딕 성당 생드니를 설계한 쉬제 수도원장은 ‘사람들은 신체의 감각을 통해 신성한 묵상(默想)에 오르게 될 것이다’고 적고 있다. 그가 처음 왜 고딕건축을 구상하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딕은 색, 빛, 선, 공간 등에서 볼 수 있는 풍부한 아름다움을 통해 물질적인 영광에서 비물질적인 신앙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게 되며 비천한 땅에서 고귀한 세상으로 인도될 것이었다.

쉬제는 신을 초월적이며 본질적인 빛으로 해석하여 아직 조명기구가 없었던 당시에 태양광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흘러 들어오도록 하였다. 로마네스크의 두터운 벽은 사라지고 엷은 벽과 기둥의 역할은 변화하였다. 오직 빛의 광휘를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서쪽 파사드의 두 개의 기둥사이에 장미창을 설치하였는데 이후 고딕 양식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장미창을 통해 노트르담(Notre Dame)이 됐으니 ‘Our Lady’, 즉 우리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생드니 성당은 고딕 성당의 본보기가 되었는데 각 지역에 따라 양식이 진화되고 다양한 취향이 나타나지만 중요한 부재들은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높은 첨두아치로 이루어진 아케이드, 좁은 통로 (트리포리움) 섬세한 석조 트레이서리로 짜인 거대한 클리어토리 창과 함께 3층으로 구성된 내부의 입면은 고딕의 표준이 되었다.

대부분의 민중이 문맹이었으며 양피지로 책을 만들던 당시에 교회 건물, 벽화 사제의 의상들은 곧 신앙의 책이었다. 따라서 스테인드글라스, 조상(彫像)들은 모두 성서였으며 빛을 통해 영상화하였다. 이로써 빛을 활용한 건축물들이 유럽의 예술과 문화를 한 단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유럽이 고급 명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문화 환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교회였을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유아세례를 받고 영성체를 하고 성인되면 혼배성사를 하고 매주일 교회에 나간다면 척박했던 당시, 성당의 밝은 빛에 싸여 성장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시멘트 블록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어린아이들과 비교해볼 수도 있으리라.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노트르담 드 파리

빅토르 위고는 이 성당을 ‘돌의 거대한 교향악’이라고 불렀다. 1163~1250년에 세워진 이 성당에 앞에 서면 감동을 경험하게 되는데 12세기에는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노트르담은 엄청난 크기의 성당이었으며 이후에 건축된 거대한 성당의 원형이 되었다. 또한 강안에 세워진 성당에 뒷면을 보기 위해 세느강 건너로 가보면 뒷면에 튼튼한 두 팔로 벽을 버티고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의 구조물들이 있다. 이를 플라잉 버트레스라 부르는데 이것은 노트르담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벽은 얇아지고 기둥은 가늘어진 상태에서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의 중력을 바닥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 고안된 기존의 버트레스에서 한층 더 높은 곳의 추력을 분산하는 이 장치가 있기에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열 수 있었다. 노트르담에서는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올렸으며 아직도 파리의 아이콘으로 우아한 자태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고딕 성당의 진수 샤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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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는 샤르트르 성당 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순간은 영원이 된다’고 했다. 샤르트르(1194~1220 건축)는 고딕불변의 역작으로 당시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성당의 내부를 황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빛이며, 이 색이 얼마나 청아하고 순수하던지 코닥(Kodak) 카메라에서는 새로운 사진기 성능을 시험할 때 이 색유리를 찍었다고 한다.

북쪽의 장미창은 푸른 빛깔이 주조를 이루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푸른 색깔은 12세기부터 장미창에서 다른 색깔을 누르고 거룩하게 빛을 여과시킬 수 있는 중요 색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세기의 장미는 막연한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지혜와 성모마리아의 상징이었으며 고딕 대성당의 둥근 창을 장미창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장미가 지혜의 꽃이며 거룩하신 성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고딕의 세상

북유럽과 영국의 고딕사조는 프랑스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기둥과 천정 장식은 숲을 보는 듯하다. 그곳이 어디든 중심에서는 언제나 성당을 만날 수 있다. 괴테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서 큰 영향을 받았으며 러스킨(Ruskin)은 프랑스 북부의 성당들을 찾아 여행한 책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와 베네치아를 여행하고 쓴 ‘The Stones of Venice’를 출간했다. 빅토리안 시대에는 고딕 부흥운동이 일었다. 퓨진(Pugin)에 의해 위대한 웨스트민스터가 건축되었으며 그 전통에 힘입은 가톨릭 복귀운동, 그리고 불멸의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가 등장하는 계기가 된다.

고딕은 성당건축뿐 아니라 생활 문화 전반에 오래도록 유러피언들 속에 자리하였는데 의상 가구 주얼리 시계 주택 등에서 면면히 그 아름다움을 이어왔다. 특히 고딕 가구들은 그 특별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오크로 만들어진 고딕 의자나 장식장 탁자들은 고딕 리바이벌시대에 프랑스 북부유럽 등지에서 적잖게 제작되었으나 희귀한 편이어서 컬렉터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빛의 환희 , 열정의 시대 고딕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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