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76호 (2011년 09월)



[Realty Column] 포락지의 위험, 내 땅이 어디 갔지?

기사입력 2011.09.06 오후 05:14

며칠 전 서울에 집중 폭우가 내려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고, 우면산 기슭이 흘러내려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형상 물로 인한 피해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포락지(浦落地)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까닭에 평지보다도 산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 산지에 내린 강우는 1∼3일 사이에 바다로 흘러가고 연간 강수 총량의 50∼70%가 하천에서 바다로 운반된다. 이와 같이 운반력이 강한 하천 흐름 때문에 다량의 모래와 자갈이 산지에서 하류부나 하구 쪽으로 운반된다.

한편, 유량의 연간 변동이 큰 하천이나 유량이 일정하지 않은 하천은 홍수 방어나 물 이용이 곤란하다. 하천의 최대 유량 대비 최소 유량의 비율을 나타내는 말로 하상계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하상계수는 4대 강 평균이 400 대 1로 세계 습윤 지대 하천에 비해 크다.

홍수 때는 평상시 유량의 100배를 유출시킬 필요가 있어서 하천 부지가 넓고 큰 것이 우리나라 하천의 특징이다. 산지는 보수력이 있는 산림으로 피복돼 있지만 유로 길이가 짧고 하상 경사가 급해 홍수가 나면 강우 직후 1∼3일 이내에 하구까지 도달한다. 태국의 패남 강, 인도의 갠지스 강 등 습윤 열대 지역 대하천의 홍수가 상류에서 하류 지역까지 도달하는 데 1∼3개월 소요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이 땅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즉 집중 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면 물의 흐름이 빨라져 산지에서 휩쓸려 내려온 다량의 모래와 자갈이 하천의 한쪽은 퇴적되고, 다른 쪽은 범람하면서 강의 물줄기가 바뀌게 돼 땅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하천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천으로 변한 땅을 부동산 용어로 포락지라고 한다.

땅을 살 때는 현장에 가서 땅을 확인하고 매입을 했는데, 한참 후 가보니 땅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포락지에 해당한다. 분명히 있던 땅이 마술같이 사라진 것이다.

하천으로 변한 포락지는 이용 가치가 ‘0’이 된다. 결국 하천으로 변한 토지는 국가에 토지 매수 청구를 해 공시지가 수준으로 보상 받을 수밖에 없다(하천법 제79조에 의거 하천구역 안의 토지를 종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어 그 효용이 현저하게 감소한 토지 또는 그 토지의 사용 및 수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국가에 토지의 매수 청구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으나, 그 보상 가격은 현저히 낮다).

그럼 이런 위험은 어느 땅에 도사리고 있을까. 당연히 하천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면서 제방이 높게 형성되지 않아 홍수로 인해 범람이 잦은 지역이다. 하천뿐 아니라 바닷가 주변도 수면이 높아지면서 포락지가 많이 발생한다. 한탄강, 동강, 섬진강, 낙동강 등 대부분의 강과 서해안, 남해안 등 주변은 포락지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지금도 한탄강, 한강 하류, 섬진강 등의 하천이나 남해안 일대의 바닷속에는 과거에 지목이 전(田)이나 답(沓)이었던 상태에서 물속에 잠겨 지번만 남아 있는 개인 땅들이 많다.

4년 전 고객의 요청으로 1977년에 군 장교 생활하면서 매입한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 있는 토지를 검토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현장을 답사한 적이 있다. 지적도상 전으로 표시가 돼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비슷한 토지가 없는 것이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와 군청을 방문, 확인해 본 결과 오래전에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그곳이 한탄강의 물길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재산세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던 것이다.

[Realty Column] 포락지의 위험, 내 땅이 어디 갔지?
따라서 경치가 좋은 땅은 향후 개발 여지에 따라 땅값이 오를 가능성도 높지만, 경치가 좋다고 하천이나 바다에 너무 붙어있는 땅을 산다면 어느 날 물속에 잠길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4대 강 사업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국토의 지형과 기후변화를 이해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중요한 국가사업이라 할 것이다.

이정우 신한은행 프라이빗 뱅크 서울파이낸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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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9-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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